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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4. 2023

"그래... 평소에 혈압약을 잘 먹었어야지..."

지인과 만나서 한 대화들




지인을 만나서 오후부터 조금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들어왔다. 이야기의 핵심은 아는 수간호사가 화장실에서 샤워하다가 넘어져 뇌출혈로 돌아가셨다는 것.


말을 하다가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지난 9월 30일경 갑자기 직장을 오너가 폐업했다고. 미리 통보하는 것이 없었으니 당연히 다른 직장 구하기도 힘들었다고. 세 아이의 엄마인 간호사는 평소 고혈압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5학년인 세 자녀의 가장이었던 엄마는 갑자기 쓰러져 대학병원에 실려가는 응급차 안에서 여동생에게 미안하다고만 얘기했다고 한다. 결국 수술을 했으나 뇌사상태가 되었고 4명의 사람에게 장기 기증을 하고 10월 어느 날 떠났다고 한다. 과연 지인은 이 간호사의 죽음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울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지인과 만나자는 이야기가 채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약속 날짜가 잡혔다. 오늘에서야 다음에 만나자고 하는 것이 영원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이 된다면서 그래서 바로 날짜를 잡았다고. 그 수간호사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한 가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가장으로 3명의 자녀를 혼자 키우면서 갑자기 직장을 잃은 엄마의 마음이 너무도 간절히 느껴졌다는 것이다. 혼자서 일자리를 구하고 다녔으며 어떤 병원에서는 4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모든 직책을 다 내려놓고 제일 말단직원으로 들어와서 일해 줄 수 있냐고 했단다. 그렇게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깊은 고민을 했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나 기분이 좋아야 할 우리의 분위기는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꾸만 나를 되돌아본다. 아이들과 더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들, 나 자신에게도 쉼을 주고 남은 인생을 후회 없이 즐겁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다.


"과장님 우리 다음에 만날 때까지 죽지 말고 꼭 만나요..."


그녀는 나를 꼭 안으면서, 떠들썩하게 웃으면서 창문옆에 서서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덧글)

폐업을 한 오너에게 수간호사의 죽음을 알리자 오너가 한 첫마디...

-그래 평소에 혈압약을 잘 먹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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