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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4. 2023

"그렇다면 기분은 어떤 상태이신가요?"

가을이 흘러간다. 겨울사이로. 그즈음의 생각들





클래식 FM방송에서 오늘따라 바이올린 곡이 많이 연주가 된다. 상담을 하면서도 라디오 클래식 BGM은 하나도 방해가 되질 않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곡들이 날카롭게 들리는 걸까. 물론 내 기분에 따라 똑같은 곡도 다르게 해석되고 들리기도 한다. 앞전 K음악실곡들도 생생클래식 곡들도 모두 고음의 가늘게 떨리는 선율이 신경을 곤두서게도, 귓속의 달팽이관에 연결된 반고리관과 들러붙은 전정와우각 신경 그리고 고막과 이소골까지 때론 찢길 듯이 떨림을 준다. (귓속의 모양도 너무 예쁘고 생물과목을 너무 좋아해서 다시 검색을 해봤다.)


그렇다면 기분은 어떤 상태이신가요? 아주 좋아요 더할 나위 없이요. 마치 사랑받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네요. 잠은 잘 주무셨나요? 아 그게 말이죠. 어젯밤엔 한 3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그래도 아주 개운한 느낌입니다. 오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세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생각주머니가 다른 사람보다 많이 달렸기 때문이죠. 어제와 오늘 출근길에서 찍은 가을이 내려앉은 사진을 보고 있어요. 경전철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요. 마치 아침이 달려오는 소리 같아요. 사진을 머릿속으로 분해해 보고 퍼즐 맞추기를 해봅니다. 노랑 은행나무 잎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녀요. 전철의 빨간 표시등이 깜박이고 있네요. 때론 낯선 공간을 떠올리고 낯선 시간에 서 있어 봅니다. 사람들의 눈빛을 봐도 잘 모르겠어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꼭 알 필요는 없지만. 마음에 다가서고 싶지만 잘 안되어요. 그래서 늘 많은 무리 속에서 저는 비눗방울에 갇힌 듯이 동동 떠다니는 기분이 들어요. 내 마음은 숨길 수 없이 다 들킨 채 말이죠.



전화벨이 울린다. 겨울 방한 라이딩 자켓을 잘못 주문해서 반품하는 것인데, 사은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은품인 방한 마스크와 양말은 그냥 선물인데 기어코 나는 칙칙한 검정보다 빨강빛의 선택지는 없는지 조심스레 묻는다. 굳이 사장님은 찾는 척하시더니(전화기 너머 느껴졌다.) 마지막 한 개 남아서 새로 제대로 주문한 제품에 끼워서 보내 주시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바쁜 오전이 지나간다. 119에 실린 환자가 엘리베이터에 도착했다. 휠체어가 걸어 다닌다. 그리고 오전의 시계추가 지나가고 우리를 엘리베이터가 식당으로 우르르 실어 나른다.

(좌:경전철 표시등이 신기함/우:태양빛이 창문에 반사되어 아름다운 빛으로 물들었다.)
(비엔나커피 한잔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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