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공동구매 물품건에 생긴 에피소드에서 딸과 아들에게 배운다.
지난 토요일이다. 공동구매를 신청하는 것은 큰 기쁨이자 워킹맘의 일손을 덜어주는 묘안이다. 늘 뭘 하는지? 바쁘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금토에 공구 물품이 올라오면 직장에서 클릭해 주문하고 퇴근하면서 찾는 식이다. 그것도 숨차다. 마치면 바로 근처 G마트에 주차장도 따로 없어서 길가에 깜빡이를 켜고 후딱 찾아온다. 그런데 요 근래 자꾸 일이 생긴다. 영수증이 잘못되거나 주문 물품이 제대로 안 챙겨져서 집에 오는 경우다. 금요일 공구 식품을 찾으면서 토요일 먹으려던 홍게는 미리 계산을 하라고 했다. 토요일 홍게만 찾으러 다시 갔다. 간 김에 또 다른 두 가지를 사고 홍게를 찾기 위해 카운트에 갔다. 영수증에 홍게가격이 찍혀 있었다.
"점장님, 이거 홍게 어제 계산하라고 해서 지불했습니다."
"어제 계산이 안되었습니다."
"아 네..."
나는 말도 못 하고 그런가 보다 했다. 차로 지하 3층 주차장에 도착해서 모바일 영수증을 찾았다. 캡처했다. 분명히 금요일 홍게가격이 지불되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오늘과 금요일 홍게영수증이 붙은 것을 아들에게 보냈다. 엄마 계산이 된 게 맞네요. 두 번 계산이 되었네요. 아들이 말한다. 아 그렇지... 점장님이 제대로 확인을 안 했구나. 그러면서 집에 들어갔다.
"엄마 환불하고 왔어요?"
"아니 바로 왔는데?"
"지하 3층에서 그러면 왜 전화했어요? 바로 가라는 뜻이었는데, 지금 당장 가서 환불하고 오세요.
아니 엄마는 확인이 되면 바로 가야죠. 언제 갈 거예요?"
참 이상한 모양새가 되었다. (어릴 때 아이스크림 거스름돈 계산을 잘못해서 언니에게 엄청 혼나고 바로 구멍가게에 갔는데 아주머니께서 정말 심하게 씌우면서 계산이 잘못된 게 아니라 해서 언니에게 혼줄이 난 기억이 있다. 등신이라고.) 내가 아들에게 혼나는 꼴이라니. 나는 다시 못 가겠다. 누나랑 가야겠다고 거실에 눌러앉았다. 아들이 엄마를 참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런 일은 바로 가서 해결하라며 나갔다. 나는 속으로 오늘 점장이 퇴근하면 몰래 가서 환불받아 와야지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이런다. 그러고 오후 내내 별일 아니지만 내겐 별일이 되어버린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나는 참 웃기는 어른이다.
(저녁에 오래간만에 둘 다 모인 시간에 살아 있는 홍게를 쪘다. 제대로 된 찜기가 없어서 2마리 찌고 다른 냄비에 3마리 찌고. 게눈 감추듯이 먹는 딸과 아들을 보니 기가 찼다.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사 먹여야겠다. 살아있는 홍게는 중국에서 만져 본 뒤로 처음이다. 세척하고 뱃속에 물을 빼면서 기겁을 하고 간담이 서늘했는데 그 감정은 다 잊고 언제 다시 대게가 나올까 생각했다....... 중략) 추운 밤 토요일 10시 무렵 딸을 데리고 마트에 환불받으러 갔다.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이 점장에게 전화해 엄청 짜증을 내면서 우리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어제는 화요일 또 공구식품을 찾으러 갔다. 과자류가 카카오 페이 할인인 것을 주문하면서 못 봤다. 만원 정도 할인이라 카카오 페이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30분 가까이 아무리 시도해도 이전 가입된 적이 있다며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결국 점장님 페이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산 물품을 카운트에 쌓아 두었다. 점장님과 나는 의심 없이 물건을 담아서 집에 왔다. 와서 보니 주문 물품이 하나가 통째로 빠져있고 한 물품은 3개 세트인데 2개만 챙겨져 있었다. 마트에 전화를 하니 아르바이트생이 죄송하다는 소리만 연발했다. 페이가 안되어 30분 동안 있었는데 물품을 안 챙겨주다니. 배는 너무 고프고 화가 계속 났다. 200명 가까이 등록이 된 단체주문 톡에 점장님 상대로 문자를 올리려고 했다. 전에도 시킨 물품을 안 줘서 전화해서 받고 홍게 사건까지 겹쳤다.
"엄마 잠시 생각 좀 하시고요. 일단 사온 버터 와플 하나 드세요. 거기다 올리면 점장님 체면도 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엄마 입장이 더 난처해질 수 있어요. 엄마 좀 진정하시고 점장 개톡으로 문자 넣어 보세요 홍게도 그렇고 정말 잘못한 건 맞아요."
갑자기 딸의 말에 집 나간 이성이 돌아왔다. 빠다 코코넛, 야채 샌드, 버터 와플을 우걱우걱 씹어서 넘겼다. 점장님이라서 점잖게 개톡으로 문자를 넣었다. 바로 사과를 보내왔다. 마음이 누구러졌다. 그렇지만 매번 전달받지 못했던 과자나 감자등을 내가 직접 다시 가서 수령해야 한다는 것이 맹점이다. 중략....
사온 공구물품 중에 연어가 있었다. 이럴 때 사 먹을 수 있다. 비싸서. 예전에는 아들과 딸이 너무 좋아해서 자주 사줬으나 이젠 아껴야 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딸과 나는 저녁 끼니를 때우고 딸에게 연어가 적지만 해서 먹으라 했다.(딸이 나보다 더 맛있게 한다. 아들도 누나 보고 만들어 달라고 한다.) 딸은 동생이 주짓수 다녀오면 해줄 거라 한다. 양파를 썰면 매우니 잘게 썰어서 찬물에 담가놓고 헬스장에 다녀왔다. 오니 큰 접시에 연어 초밥을 만들어 배고픈 동생을 주고 맛보라고 하나를 따로 접시에 담아 뒀다.
아들과 딸을 보고 있으니 배가 하나도 고프지 않다. 어디서 저런 새끼들이 내게 선물로 왔나 싶다. 못난 엄마밑에 저렇게 착하고 예쁜 딸이라니. 딸과 아들의 현명한 태도에 가끔 놀란다. 점점 나는 어려지고 아이들의 이성과 논리가 커간다. 아직 나의 돌봄이 필요한 나이지만 나는 요즘 사랑스런 아들과 딸에게 많이 배우게 된다.
언제나까지나 너희들을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너희들은 늘 나의 귀여운 아기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조금 개사해서 조용히 노래를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