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Nov 27. 2023

"첫마디가 너 그거 병이다."

울면서 한 라이딩에 지인들의 반응과 충고




라이딩 후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친구를 만나는 기분으로 브런치 앞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라이딩 중 방점을 어디다 찍느냐에 따라 글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기에. 물론 쓰다 보면 붓 가는 대로 써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의 특징이 숨기지 못하며, 글이 터졌다 하면 있는 대로 써버린다. 글을 쓰기에 앞서 자전거 타면서 못 읽은 댓글을 보고 달았다. 절친 같은 작가님이 라이딩 후기도 써주세요...라는 글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 누군가 기다리는 단 한분이라도 계시단 거다. 그런데... 오늘은 라이딩의 즐거움보다 나의 감정이 앞선 이야기여서... 망설이고 생각을 머릿속으로 가다듬고 있는데.


밴드리더라고 쓰인 전화벨이 울렸다. 아 나는 감지했다. 오늘 라이딩에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려 놨구나. 한참 쉬어야 할 시간에 어머나 개인 전화까지 다 하시다니.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핵심은 이거였다. 참 안타깝다 취미로 하는 라이딩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다면 의미가 없다. 안 하시는 게 맞다. 총무님께서 J 씨가 오늘 라이딩보다는 기분이 정말 다운된 게 문제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기라이딩에 오는 분들은 주중에 서너 번씩, 출퇴근까지 하시니 당연히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본인은 일요일마다 타니 힘이 달리는 것이다. 자전거에 관련된 일이라면 뭐든지 질문을 하고 도움을 청해도 되니 연락하시라. 제일 중요한 것은 오늘 일로 라이딩을 쉬지 말고 담주에도 꼭 나와주시라는 것. 나름 정확한 문제제시에서 흐뭇한 결론까지 내려 주셨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풀렸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에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무슨 통화를 그렇게 오래 하냐고. 그리고 바로 내가 오늘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말해 주었다. 첫마디가 너 그거 병이다. 아니 울일도 아닌 걸로 혼자서 난리냐. 그거 치료 안 하고 두면 우울증 걸릴 일이야. 그만큼 취미와 직장일을 분리해서 생각하라고 했지 않느냐. 취미는 그걸로 끝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오늘 모임에서 왜 한마디도 못했냐. 혼자 말도 못 하고 울고 난리냐. 그렇게 스트레스받을 거면 정기라이딩 가지 말고 해반천이나 혼자 타라. 큰 형님이 자꾸 밀어주는 이야기도 하니 자기가 보기엔 그건 그분의 큰 기쁨이다. 연세도 있고 모임에 나와서 남을 뒤에서 도와줌으로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하고 보람으로 여기는 분 같은데 미안해하지도 말고 도움을 서로 주고받으면 됐지. 뭘 그렇게 깊이 생각하냐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서. 어째서 나는 똑같이 사람으로 태어나서 비슷하게 살았는데 직업은 완전히 틀리지만 나는 늘 마음속에 울고 있는 아이 하나 키우고, 친구는 늘 냉정하고 강인하고 객관적인 데다 할 말을 직선적으로 한다. 나는 그 이유를 또 난데없이 안정적인 가정환경이라 생각해 본다. 엄마 없이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와 부모님이 장성할 때까지 살아계셔서 늘 챙겨주신 것이 틀리다는 생각. (더 정확히 말하자면 늘 비빌 언덕이 있는 것.) 나는 이 생각이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자주 든다.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물려주지 못했다는 생각까지도.


마음이 조금 힘든 하루였고, 나 자신이 나를 가만 두지 않고 닦달했지만 결국 사람으로 위로받는 게 인생 아닌가. 지나치지 않고 챙겨주는 리더가 있고, 늘 든든한 친구들이 곁에 있으니 결국은 나는 굉장히 복 받은 여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