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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13. 2023

"지난 8개월간 쌓아왔던 습관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억지로 글을 써야 하나 다시 생각해 본다.




바쁜 일들이 있어 글을 쓰지 못하였다. 브런치에 들어가지 않으니 시간 낭비가 덜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지난 8개월간 쌓아왔던 습관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가 싫어졌고 구성을 위한 그 짧은 시간 생각하기도 싫어졌다. 매일 하찮은 하루 일기 같은 글들을 나열하는 나 자신에게도 신물이 났다. 글을 한편 올려놓고 누가 클릭을 하는지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하는 것까지도.  그러다 보니 정말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갔다. 이대로 억지로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겠다...


3일이 지나가자 한 번도 지난 8개월간 3일 이상 브런치 글쓰기를 안 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방학을 가진다는 기분으로 넘겨보았다. 글 쓸 일상거리의 사건들이 수없이 지나갔다. 놓치면 그만이다. 다시 끄집어내어 쓸 용기도 없어졌다. 여태 거의 매일이나 이틀에 한 번씩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화해 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속상한 일들은 글을 쓰고 난 뒤 더 빨리 수습이 되고 안정을 찾았었다. 직장에서 크고 작은 속상한 일들이 속사포로 몰려왔다. 이해가 안 되는 동료들 모습. 두리뭉실하고 답답하다고 표현되어 버린 동료의 나에 대한 진술들. 글로 풀지 않으니 먹는 것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할인으로 테이프에 묶어서 파는 과자들에 손을 대기 시작하여 자식들이 먹을 겨를도 없이 혼자 다 먹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뜨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싫어서 하품이 나기 시작하면 잠을 잤다. 동면에 들어간 곰처럼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그런 무료한 시간 중에 나를 가장 위로한 것은 클래식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그리고 어제는 잠들기 직전까지 월광소나타를 반복 재생해서 들었다. 글을 쓰는 대신 클래식들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지금 나에겐 진한 커피 한 모금과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 필요한지도.

(진하게 직접 탄 알갱이 커피 색깔이 참 예쁘다)



https://youtu.be/y4C8b5D_xvM?si=UNMKoe99pSZzsJNn

(임동혁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 /출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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