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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05. 2023

"그런데 일요일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버렸다."

라이딩 후 티비 그리고 소파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일요일 집에 돌아오니 오후 3시 정도 되었다. 라이딩 후 기분 좋은 나른함이 내 몸을 감쌌다. 라이딩 중 부재중 전화가 와서 점심직전인 12시 무렵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갈라진 목소리로 [엄마 이모가 왔다 갔어요.] 그 이모는 내 여동생이다. 나의 피붙이 동생. 집에 오니 굴을 넣은 김장 1통과 내가 엄청 좋아하는 묵은 갓김치, 정말 내가 많이 좋아하는 파김치를 두고 갔다. 그리고 옆에 보니 두툼한 수육 두 덩이도 같이 있었다. 여동생에게 너무 고마워 바로 전화를 했다. 너에게 용돈을 보내야 하니? 너네 시어머니께 보내야 하니? 됐다마. 무라.(그냥 먹어라는 뜻^^) 내가 다 한 거나 진배없다. 그냥 먹어 언니야. 늘 동생은 이런 식이다.


얼마 전 설사로 며칠 사이 4킬로가 빠지고 기력이 떨어진 날도 핸드폰 앱으로 죽 쿠폰을 보내왔다. 애들은 비빔밤먹이라고 같이. 그때는 정말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몸이 진짜로 많이 아팠고 힘이 없었는데 혼자 쌀죽을 끓이고 일 마치고 집에 가서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던 판이었기 때문에. 귀신같이 내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고 멀리 있으니 쿠폰으로. 동생은 용돈도 느닷없이 보낸다. 조카 여드름 치료비, 대뜸 전기세 관리비에 보태 쓰라고 보내기도 한다. 그 통장을 차단해야겠다. 동생이라고 늘 여유가 있겠나. 다만 둘이서 번다는 것이 틀릴 뿐.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나에게 조금만 이상한 기미가 있을라 하면 전화를 해대고, 일요일에 저렇게 제부랑 와서 투척하고 간다. 어떻게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올 때마다 제부는 내 몰래(늘 항상) 아이들 용돈을 주고 간다. 저런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 정말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착하고 성실한 제부다. (되도록 가족 이야기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내가 자전거 타는 걸 아니 일요일엔 혼자 올라와서 계란 후라이 2개, 김장김치와 파김치를 아들에게 차려주고 갔단다. (고기를 양념해서 재어 놨는데 내가 와서 볶았다.)



업힐이 심한 곳 장유사와 양동 산성을 다녀와서일까. 그냥 내 몸을 가만히 쉬게 놔두고 싶었다. 나는 티브를 거의 뉴스 말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일요일은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버렸다. 티브를 산 이래 이렇게 5시간 이상을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재미있는 프로는 하나도 없었다. 주구장창 용감한 형사들 2,3탄 재탕만 봤다. 그나마 볼 것은 그것밖에 없었고 그 프로가 쉴 때는 뉴스에 고정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예능프로들이 싫어졌다. 나는 일요일 오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티브 리모컨을 하나 들고 이렇게 행복할 수 있겠다 싶다. 이유는 생각을 없애주고 티브 시선만 따라가면 된다. 맘에 안 들면 채널을 바꾸면 된다. 아이들도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으니 의아해했다. 얘들아 앞으로 엄마 이런 모습 자주 보여줄게. 참 좋은 세상이구나. 몸의 나른함도 한몫했다. 세탁기, 건조기, 재활용 쓰레기들아 너희들도 오늘 하루 푹 쉬거라. 나는 잠들 때까지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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