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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02. 2023

"제가 참 쪼잔한 사람같이 느껴집니다."

식사값을 계산 안하는 지인대신 계산하고, 지금까지 속상해 있는 나를 보다




가끔 삶이 너무 두리 뭉실할 때 권태를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날카로움도 사라지고 마찰도 피하고 좋은 게 좋다는 쪽으로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아집니다. 요즘 만족을 하고 감사를 더 많이 하는, 그런 저를 바라봅니다. 결코 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다가도 어떤 순간 어떤 장소에서 삐딱선을 타게 되고. 요 근래 찔찔거리면서 눈물을 흘리고 돌아다녀 그런 순간이 또 오려할 때 몇 시간이 지난 후, 하루가 지난 후 비루한 제 모습을 미리 상상하면서 참으려고 노력하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이것은 글을 쓰면서 생긴 좋은 습관이 아닐까 합니다.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모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혼자서 생각하고 탓하기 전에 저 자신을 돌아보고, 하루를 묵힌 뒤의 감정을 미리 경험하기 참 좋아요. 조금 더 연습하여 몸에 배도록 해야겠습니다.


무슨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 봅니다. 여러 번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돈 때문이며 제가 참 쪼잔한 사람같이 느껴집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열여섯 시간이 흘렀는데도 감정이 별반 달라진 게 없습니다. 토요일이라 직장이 엄청 바빠주면 좋은데 그것도 아닙니다. 글을 써보려 하다가 한번 중단했습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을 몇 페이지 일하는 중간중간에 읽어 봅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 아까 쓰던 글을 반으로 싹둑 잘라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글쓰기로 제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손맛이 좋은 지인 언니와 그분의 지인들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저도 다 아는 분들이었습니다. 지인1은 지인 언니에게 김장을 부탁해서 한통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감사로 저녁약속을 잡았고 저도 같이 나가게 된 것입니다.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이 번 모임을 주선하신 분은 지인 1로 김장을 해주시고 절대 돈을 안 받는 지인 언니로 인해서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던 셈이죠. 푸짐하게 먹고 나서 계산이 남았습니다. 지인 언니는 당연히 계산하지 않죠. 김장턱을 받는 자리니깐요. 마치고 계산하고 갈려고 하는데 지인 1의 친구들 전화가 계속 왔습니다. 이미 모든 음식은 다 먹고 나가려는 자리였지요... 그래도 통화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모두 지인 1의 통화가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나는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전화통화를 할 것인지... 나이가 있는 지인 언니가 맘에 걸리고 통화가 안 끝나면 언니가 나가서 계산을 할 판입니다. 슬그머니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나왔습니다... 아직 통화가 끝이 안 납니다... 저는 그만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서 몰래 식당 안에 들어가기 전에, 앉은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계산대로 갔습니다. 그만 계산을 해버렸지 뭡니까... 그리고선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내 형편을 뻔히 아는데 제가 계산을 하게 두고 잘 먹었다고 하는 지인 1까지 정말 얄미웠습니다. 생각보다 금액도 적지 않아서 이것으로 아들이나 딸 공동구매 식료품비가 평균적으로 3번은 할 금액이라는 생각까지 미치었습니다.


어제저녁에 있은 일을 오늘 아침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제 생각의 이면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어제 그 자리에서 잘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하고 제 감정을 잘 추스른 저를 칭찬합니다. 그 지인 1의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도네요...

-월급 받았나? 내가 밥 먹자고 사람 불러 놓고 네가 다 사네...

다시 생각해도 기분이 좋지 않네요...


(김창옥선생님의 말대로 그냥 돈을 낸 것이 아까운 그 순간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남들과 다르게 흐르는 제 시간 속에, 저마저도 알지 못하는 기억으로 돌아가 지금 이 시간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기분이 나빠져 있는 걸까요. 제 자신도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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