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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15. 2023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적으려고 한다."

브런치에서 3만원 후원받고 18,900 입금받은 개인적인 이야기다.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적으려고 한다. 늘 지극히 개인적인 일만 쓰고 있지만서도.



11월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마트의 한 중심 코너를 돌고 있었다. 알림을 거의 꺼둔 상태인데 왠지 낯선 문자가 왔다. 푸릇한 상추와 빨갛고 노오란 파프리카를 만지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그녀의 성장스토리] 브런치 북의 마지막 글을 읽고 3만원이라는 거금의 응원댓글을 남겨서였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 글은 마지막 글이면서도 가슴이 아픈 채로 그러나 지금은 치유가... 된 채로... 그렇게 묻혀 지나가는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었다. 아마도 상처가 없다면 거짓이다. 그러나 그 일들을 꺼내 놓을 수 있던 것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됐다는 뜻이리라.

대체 누가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한 것일까.(작가님 죄송해요.) 나는 안다. 그분의 글을 놓치지 않고 읽고 있고 또 어떤 글들을 쓰고 있고. 또 여태까지 글로 나타난, 어떤 상처들이 있는지도 대충은 꿰차고 있다. 여유가 있는 분일까. 그것도 대충 안다. 경제권이 어떻게 나눠져 있으며 여유가 있어서 이렇게 누군가의 글을 읽고 응원하고 있다는 게 아닌 것을. 그렇다고 일순간의 즉흥적인 행동이었을까... 내 짐작으로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마트의 한가운데에서, 들면서 어지러워졌고, 눈물이 핑돌면서 감사한 마음, 그리고 분류되지 못한 마음들이 켜켜이 쌓인 먼지처럼 일순간 일어섰다.



그리고 오늘이다. 점심 먹으러 구내식당에 가려고 일어서려는 순간, 또 어떤 알람이 왔다. 브런치 정책이 또 바뀌는 건가. 순간 생각했다. 뜻밖에 그것은 [응원하기 정산완료]이다. 3만원은  18,900원으로 쪼그라들어 내 통장에 입금되었단 표시였다.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빨리 [얼마를 떼는지 계산하자]와 좀 심하게... 퍼뜩 생각해도 3분의 1이상이 아닌가. 아 브런치가 이렇게 자기 수익을 챙기는구나... 좀 많이 떼가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응원하신 그 작가님 생각이 났다. 그냥 그렇다. 여유가 있지도 않은데 저한테 3만원 보내시고(말이 3만원이지 나는 100만원 받은 기분이 들었다...) 브런치에 11,100원 기부하셨어요. 이제 다신 저에게 그런 응원하지 마세요. 중간에서 참 많이도 떼어 갑니다. 요런 생각들.

밥을 먹고 와서 바로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돈으로 응원해 주세요라면서 이전 브런치 북들에 개인 주민등록 번호와 이름 그리고 통장번호까지 올려놓고선 너 참 이기적이고,...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양면적이면서도 아주 복잡다단한 생각의 회로를 가진 인간을 뜻하는 단어 말이다. 그게 너라고. 그래 그게 바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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