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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Dec 16. 2023

"가끔 꿈속에서 하지 못한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새벽에 꾼 꿈에 불안하고 두려운 경험을 쓰다.




토르락 탁탁... 또닥또닥...


어쩜 빗방울 소리는 이렇게 아름다울까. 듣기 좋을까. 자연의 많은 소리 중 빗방울 소리는 단연 으뜸이다. 일부러 이 소리를 크게 듣고 싶어서 추운데, 안방베란다 문을 열고 침대에 누웠다. 앞동의 아파트 불빛이 나뭇잎 무늬의 하얀 커튼을 뚫고 옅은 잔상을 남기며 은은하게 비춰왔다. 잠들기 직전이 요즘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완전 무장해제다. 그리고 잠에 스르르 빠져 들었다.



고등학교 교실이다. 나는 지각생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교실의 내 자리는 뒷문 쓰레기통 옆 제일 끝자리였다. 아마도 지문을 읽으라고 시키는 걸 보니 국어시간인듯하다. 그런데 자리가 이상하게 배치가 되어 있다. 세로로 분단이 나눠진 게 아니라 가로로 두 분단으로 나뉘어 있다. 그 한 분단은 또 세줄로 가로로 되어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분단의 제일 끝자리라...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선생님 혹시 이 분단 표시가 우등생과 열등생으로 구분된 건 가요? 엉 맞아.

그러면 제가 제일 끝자리인데 제 성적이 꼴찌인가요? 엉 맞아..."


선생님과 간단히 질문을 주고받은 뒤 생각한 대로 답변하는 선생님 말씀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열등생 중에도 최하위이고 반에서 꼴찌를 했던 것이다.


"선생님 이 자리는 저번 달 성적 기준인가요? 언제 또 성적순으로 재배치가 되나요?"


너무도 간절히 여쭤보았다. 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고 잠에서 깼다. 두리번거려보니 꿈이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내가 꼴찌이고 아무리 해도 성적이 안 오를 것 같은 불안이 현실의 새벽에서 나를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었다. 참으로 이상 야릇했다. 자주 꿈에 등장하는 교실이고, 성적이지만 어제의 무슨 일들이 이렇게 현장감 높은 꿈을 꾸게 한 것일까. 가끔 꿈속에서 하지 못한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그리고 속이 시원하기도. 대부분은 너네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똑똑하고 무시하면 가만히 안 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고함들이다. 반아이들 앞에 나가서 연설을 하기도 한다.


새벽에 침대 끝에 걸터앉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푸르스름한 어둠이 나를 몇 바퀴 감싸 안아 주었다. 그리고 생각 끝에 어제 들은 한 문장을 기억해 냈다.


"과장님 알고 계시죠? 부장님하고 수간호사가 과장님을 세트로 갈구고 계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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