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자마자 부장님께 한소리 듣고 기분이 나쁜 이야기
권고사직을 당하고 그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여러 지인들과 친구들의 권유로 여러 곳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녔다. 늘 타 도시로 출근을 하여서 사춘기 아들을 신경도 못 쓰고 해서 집 가까운 곳에 마음이 있었지만, 만신창이가 된 마음이 자신감을 앗아갔다. 이전 개원 오픈의 장급 모집에 될 수 있을까. 생각보다 나의 직업은 일할 곳은 많다. 다행히 면접을 보고 부장님이 특히나 나를 이뻐하였다. 대표 원장님께 인사를 갔을 때도 부장님께서 선생님을 추천하셨고 정말 마음에 들어 하니 잘 맞추어서 일해 보자고 하셨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며칠 전 늦게 온 외래 환자 마무리를 안 하고 갔다고 한마디 하셨다. (아들 고등학교 원서 때문에 도장을 주문하고 오후 6시에 가게가 문을 닫는다 하여 신경이 쓰인 날이었다. 겨우 부탁을 하여 외래 마무리를 하고 나가니 오후 6시 40분이 넘었다.) 그러면서 당장 타 부서에 올라가서 입원하러 오늘 아침에 오신 분 설명서를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기분이 몹시 나빴다. 내가 놀다가 집에 갔나. 40분이나 오버 타임을 하고 겨우 도장을 찾아서 집에 갔는데... 환자와 보호자 설명을 하기 위해 올라갔더니(이런 일은 처음이다. 보통 마무리 못하면 담당부서에서 챙긴다. 항상 인적사항 메모도 남겨둔다.) 타부서 직원이 그냥 우리가 할 테니 두고 가라고 했다. 스케줄에 들어가니 오늘은 덜 바쁜 날이어서 한사코 그냥 두고 가라는 말에 내려왔다.
방에 내려와 있으니 부장이 다시 내 방에 왔다. 그렇게 바쁜 부서에 가서 마저 처리를 안 하고 그냥 내려왔냐고. 주절주절 말하기 싫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왔다. 이제 일 년이 넘었으니 너한테도 할 말 하고 지적질하겠다는 얘기인가. 제가 다시 올라가서 할까요? 했더니 대답을 않는다. 다만 [과장님 마무리가 잘 안 된다는 소리도 들리던데... (일을 똑바로 처리하고 다녀라 흘리지 말고...)]이러면서 가셨다.
수간호사에게 부장님의 아침 태도에 진짜 화가 많이 났다고 메신저를 보냈더니 내 방에 바로 쫓아왔다. 저는 10년 동안 부장님 비위 맞추면서 그런 일이 한두 번 이겠어요? 그러려니 하세요. 어떤 분인지 파악하시면서 이제 일하시면 되지요. 과장님 잘못하신 거는 그냥 6시 40분에 퇴근하시면서 담당부서에 전화를 하시고 메모에 더 정확히 오후 6시 40분에 진료가 마쳐서 동의서 설명을 못해서 담당부서 통화함. 요렇게 정확히 안 해놓으신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고 마무리가... 안된 거예요.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원래 성질이 저런 분이에요...
예순이 훨씬 넘으신 부장님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허리도 몸도 아파서 치료를 받고 다니시고. 외래 부장님 방을 빼서 상담실로 고급스럽게 꾸민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리고 지하에 직원방을 다른 데로 옮기고 그곳에 부장님 짐과 방을 내린다는 소리도 있다. 2층 방에 거의 안계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것은 방문이 조금씩 열려 있는 틈으로 거의 종일 외래에 계신 듯하다. 권고사직으로 만신창이가 된 나를, 두 자녀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나를, 구해주신 부장님에 대한 감사함은 다른 어떤 일보다 더 기억되고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만 본인말만 하고 가지 말고 부하직원의 얘기도 듣고 소통하는 장이 되셨으면 한다. 오늘 아침은 마음이 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