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Dec 19. 2023

"매번 느껴지는 희열은 누구의 것인가."

안적사와 아난티 해변도로 그리고 해동 용궁사 라이딩이야기




고속도로위를 달리다 순간 딴생각을 하는 바람에 5분 거리 안에 도착할 약속지점에서 15분 정도 경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약속 장소는 스포원 남측 주차장이다. 지각을 정말 싫어하는데 리더님께 급하게 IC를 못가 다른 길로 빠져서 10분 이상 더 걸린다고 네비에 뜬다고 했다.


각양각색의 알록달록한 라이딩 옷을 입은 14명이 몸풀기와 화장실 다녀오기를 번갈아 하고 있었다. 간단히 본인소개를 하고 출발직전 사진을 찍은 다음 일렬로 출발을 하였다. 오늘 갈 곳은 안적사와 해동 용궁사이다. 두 곳 다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대략 65킬로 정도의 코스로 안적사와 아난티 해변로를 지나 해동 용궁사에 갔다가 다시 달맞이 고개를 넘어 수영로를 거쳐 해반천을 따라 원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안적사 입구만 업힐이 있고 무난한 코스라고 말해줬다. 그건 사실이었다. 안적사 업힐에 일요일이다보니 사찰로 들어서는 차가 많았다. 어렵게 달리다, 멈춰 섰다 또 힘을 싣고 달리려고 하면 차가 뒤에서 올라왔다. 대표리더의 인솔에 따라 다시 옆 평지로 들어가서 힘을 받아 가파른 업힐에 도전했다. 역시 역부족이다. 나는 포기후 끌바를 하고 올라갔다. 도착하자 이미 다운힐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저분들 실력에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리더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금 늦었지만 경내 구경도 하고 사진을 찍었다.

(좌:안적사의 단아한 모습/우:멀리 보이는 산이 아득하다.)

나는 업힐에 왕초보이다 보니 특히 가르쳐 주려고 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좀 부담스러웠지만 가르치는 것에 진심인 두 사람이 업힐에서 연습을 안 해보면 연습할 도로가 없다며 다시 안적사 밑 가파른 길에 내려가서 가슴을 앞 핸들바에 최대한 붙이고 엉덩이는 안장 앞 끝에 항문이 닿을 정도로 붙이고 업힐에서 다리로 페달을 밟으라 했다. 다운힐에서는 그 반대로. 연습하다 아직 준비가 안된 내가 허벅지와 장딴지 힘으로 페달을 밟으려 하다 두려움에 넘어지자 오늘은 그만하자고 했다. 언제 다시 할지 무섭다. 지켜보던 대표리더가 그만하라고 했다.

(좌:안적사 경내 작은 연못/우:작은 불상이 꼬물거린다)
(인상 깊었던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마음들)

안적사는 생각보다 작았고 나름 전망이 좋았으며 사찰은 작은데 주차장이 생각보다 넓어서 드문 인적에 차량은 자주 들락거렸다. 작고 꼬물꼬물한 부처님과 동자승들이 앙증맞게 진열되어 있었다. 안적사를 내려오니 모두 대표리더를 기다리면서 출발하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내가 제일 맘에 들었던 아난티 해변길로 갔다.

(좌:아난티 해변로 정말 아름답다/우:호텔 야외수영장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이럴 거 같다)

큰 호텔이 있었고, 야외 수영장이 밑에서 보였다. 파도는 하염없이 철썩이고 내 마음은 봄 아지랑이를 만난 마냥 하염없이 어지럽게 떠올랐다. 저마다의 자세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2주 전 일요일은 그야말로 라이딩하기 딱 좋은 봄날이었다. 해변길을 쭉 따라가니 해동 용궁사가 나왔다. 사람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렇게 경치 좋은 곳에 사찰이라니. 사람들은 좋은 기를 많이 받는 곳이라며 독사진을 찍어댔다.

(좌:2주전 날이 너무 따뜻하여 많은 분들이 찾은 해동 용궁사 모습/우:용궁사 들어가는 입구에서 바닷빛을 사진에 담았다)

안적사 입구 업힐 외에 두 번째로 힘든 길은 은은한 업힐로 이어진 달맞이 고개였다. 급업힐은 그냥 끌바면 되지만 은은하게 이어진 길은 내릴 수도 없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차도와 자전거길이 구분이 되지 않은 것이다. 차 안에서 이 비좁은 도로를 치고 올라가는 라이딩족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달맞이 정상 같은 곳에서 자전거에 이상이 있는 분이 있어 전문가들이 순식간에 가방에서 수리 기구를 꺼내서 고쳤다. 나무 사이로 잘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좌:달맞이 정상/우:잘 보이지 않는 바다 풍경에서 내 위치를 더듬어 보다)

내 인생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자전거에 올라탄 나만 있을 뿐이다. 나도 누군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라이딩을 마치고 나면 온몸에 홀가분한 기운이 들면서 매번 느껴지는 희열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마지막 평지에서 날개를 단 자유로운 몸은 누구이며 그 영혼은 어디로 달리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도 결국은 혼자 지고 가는 것이 아니던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