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해반천 풍경 즐기며 라이딩한 이야기
오후 1시에 퇴근하고 집에 왔다. 요즘 무기력한 기분이 살짝 왔다. 여러 번 고민 끝에 자전거 라이딩 복으로 갈아입었다. 오후 2시 46분에 출발하였다. 해반천으로 내려가니 골바람이 불었다. 미간이 쪼개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추워서 머리가 아파왔다. 머릿속 상상으로는 유리창이 무언가에 맞으면 깨지는 금같이, 보이지 않게 미간부위에 정신을 못 차리게 깨는 느낌이었다. 좀 더 있으니 찢기는 느낌마저도...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순간 포기할까 생각이 든다. 속도를 줄이며 자세를 낮추고 서서히 찬바람에 적응시키고 달려 보기로 했다.
이전 같으면 날쌘 돌이처럼 무거운 몸이 사뿐히 나를 듯이 달릴 텐데. 오늘은 그럴 수 있는 날은 아니었다. 더 좋은 자전거로, 완전 평지에, 낮에 달리는 데도 그동안 쉰 시간들이 호사에 감사하는 마음마저 앗아갔다. 추위 때문인지 나처럼 조금은 자전거에 미친 사람들만 끌고 나왔고, 서로를 알아보면서? 스쳐 지나갔다.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혼자 타는 자전거지만 여전히 나를 반기는 것은 철새였다. 오늘도 서로 맞붙어서 오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모여있었다. 날씨가 추워 호수가 얼어 버리니 공간이 좀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알지도 못하는 철새들도 해반천에 모였다. 검은색으로 이번에 첨 보는 듯하다.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저 안에도 알력과 다툼이 있을까. 하얀 고니 위로 하늘을 무리 지어 나르는 철새도 있었다.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속도가 나지도 않았지만, 쉬지 않고 페달링을 해도 이상하게 땀이 나지 않았다. 요 근래는 오징어 말리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오징어가 한껏 찬바람에 말려지고 있었다. 추운 날씨여서 특유의 꼬랑거리는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이런 추운 날씨에도 도로 공사를 위해 일하는 기사님들이 호스를 들거나 망치질을 하여 울리는 소리가 자전거길로 들려왔다. 위로 올려다보니 초록색 패널을 얹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올려다보며 마음으로 인사를 드렸다. 모든 것이 추위에 멈춰 있는 거 같지만,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노고가 모든 것의 제운행을 돕고 있는 셈이다.
조금 더 달려 나가니 이렇게 추운 날씨에 싹이 파릇하게 오른 보리밭이 보였다. 멀리서도 아름다운데 가까이 보고 싶어 자전거를 세우고 내려가 사진을 찍어 보았다. 추운 겨울을 지나고 내년 봄이 되어서 수확을 하게 된다.
조금 더 달려오니 수확을 끝낸 논이 다 얼어붙었다. 어릴 때 못과 남는 자투리 나무판으로 얼어붙은 논에서 스케이트를 만들어 탔던 기억이 났다. 갈아엎어 놓은 짙은 갈색빛의 논에서는 기름진 토양이 떠올랐다. 자연의 빛깔과 손대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에서 철없던 시절의 놀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시 전속력을 내어서 교외로 나갔다 도시로 진입하였다. 26킬로를 달렸다. 집 앞 신호등에 내리니 4시 40분이었다. 얼굴에 덮어쓴 워머 코앞에 콧물이 흘러서 젖어 있다. 멈추니 너무 추워서 바로 아팟 헬스장으로 기어 들어갔다. 전용 운동화가 없어서 양말만 신고 입장했다. 상체 운동을 하려고 기구에 앉으니 귀에서 열이 나면서 뜨거워졌다. 아 이래서 운동을 하는 거다. 이런 개운함을 얻으려고 추운 날씨에도 달려 나가는 것이다. 미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