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화 집에 대한 단상-나의 영혼이 서려있는 마당 있는 집 1092번지
버선발로 불국사 단체구경 다녀오셨나.
얼룩덜룩 연초록의 꽃가방을 열어젖히는구나
하이얀 면 손수건 안에 납작한 나무 막대기 하나.
녹다 못해 말라버린 아이스께끼.
딱따구리* 너 또 나와 설치는구나.
우리 할매 아직 안 주무신다.
티비에만 나오면 [째째거린다]며 호통치시니.
보고 싶은 동심이 밤새 울던 그 날밤.
비료푸대 접어 만든 손부채 바람 쏘이며
바밤바 먹으며 딱따구리 보고 싶은 오늘밤.
* TV 애니메이션 '딱따구리' 속 주인공
내 손에는 지푸라기 하나가 잡혀 있었다.
그때 알았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살아나는구나'
물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강기슭에 수양버들 나무나 그 무엇이라도 잡을 려고 발버둥 쳤다.
더 이상의 기억 없이 살아 나왔다.
얼마나 물을 많이 마셨던지. 웩웩 계속 토가 나왔던 거 같다.
처음으로 보인 건 친구 둘이 무릎을 꿇고 내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었던 거다.
안방이야기야.
쓰르륵 씨익씨익. 사각사각. 두두두구 두구 두두두.
"할머니"
라고 부르면 할머니는 벌써 주무신 거 같아.
잠을 자려고 머리 위로 늘어진 백열등 소켓을 돌린다.
밤이 되고 불이 꺼지면 생쥐들의 세상이 열렸지.
서울구경 다녀온 시골쥐가 새색시를 데려온 걸까.
동생과 나는 생쥐들의 동선을 읽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어.
'후드드득 다다다닥... 흐드드득 다다다닥'
"무서워"
문 앞에 잠든 할머니. 그다음 동생 그리고 나.
가운데 누워서도 무섭다고 얘기한 적도 있어.
생쥐는 움직이기만 하면 괜찮아.
근데 쥐똥을 싸대기 시작했어.
새까만 밥알처럼 생긴 쥐똥은 정말 소름이 끼쳤어. 안 그래?
제대로 벽지를 바르지 못해 벽지가 밑으로 불룩하게 내려앉기도 하고.
생쥐들이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 준 셈이지.
가끔 새끼 생쥐가 태어나면 선물처럼 청단화투그림 무늬 이불 위에
찌익~ 소리를 내면서 툭 떨어졌지.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지 않아?
그런 날은 할머니가 비료부대로 만든 수제 부채로 잠들기 전까지 오래 부쳐 주셨어.
이상한 노래도 불러 주시면서.
"둥기 둥기 둥기야...."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나질 않는다. 그 리듬이나 말투만 선명이 남아있고.)
그래도 왠지 우리는 잠들지 못했고 부채질하던 할머니 손이 먼저 포옥 떨어졌었지.
그렇게 아름답던 할머니 손이.
세상에서 제일 깔끔하던 할머니 손이.
그렇게 변하게 될 줄 너는 알았니?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