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집에 대한 단상-나의 영혼이 서려있는 마당 있는 집 1092번지
조롱박 모양 마당 입구다.
누군가 들어서고 있다.
아마도 새엄마인 거 같다.
짚단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금세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 연기를 쓰고 재를 밟고 지난다.
옆엔 자그마한 조롱박이 있다
그걸 깨부수고 들어서라 한다.
나는 조용히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의 첫 부인은 만성 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큰 아들은 천연두로 먼저 갔다.
아버지의 둘째 부인도 교통사고로 버스바퀴에 깔려 떠났다.
둘째 아들도 만성 신부전으로 먼저 갔다.
아버지는 다시 새엄마를 들이려고 하나보다.
나는 새엄마에게 옷을 하나 선물 받았다.
반질거리고 부드러운 촉감의 베니루 천이다.
곤색의 목이 올라온 상의다.
나는 그 손끝의 촉감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분은 얼마 있지 않아 어디로 인지 떠났다.
나는 오래도록 기다렸다.
잘 알지도, 보고 싶지도 않은 누군가를 그렇게 오래 기다렸다.
대청마루 끝에 앉아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렸다.
옷을 만져본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부드러운 감촉
몸에 감겨드는 그 속살 같은 포근함.
그렇게 그렇게 나는 오래도록 사람이 그리웠다.
그 모든 것을 1092번지는 알고 있었다.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숨죽여 같이 울었다.
-다음 편에 계속-
방금 가까이 있는 엄마에게 다녀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1977년 7월 30일.
말없이 비문을 읽어 본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조용히 엎조렸다
그리고,
‘사랑해요.
늘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다시 사랑해요.‘
조용히 묘지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