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집에 대한 단상-나의 영혼이 서려있는 마당 있는 집 1092번지
비가 오면 티비가 잘 안 나왔다.
태풍이 불면 보고 싶은 만화 영화는 못 본다.
할머니 몰래 보던 딱따구리도 말이다.
특히 밤에 선이 끊어지거나 하면 집에 불도 안 들어온다.
우리 집은 대청마루에서 위로 보면 기와집같이 서까래 대들보 주춧돌 디딤돌등 있을 건 다 있다.
다 있는데 마당에서 보면 쓰레트 지붕이었다.
머슴이 살던 아랫채도 있었는데 말이다.
문제는 전기가 나가거나 하면 촛불을 켜야 하고
그런 일이 생길 때마자 제일 힘든 건 나였다.
두꺼비집이 그렇게 자주 떨어지는 건 첨 봤다.
원인을 찾다가 찾다가 겨우 찾아내었다.
"아 여기 선이 늘어져 있는 곳에 피복이 다 벗겨졌네.
끊어지기 직전이다."
"G야 여기 잡고 있어"
"전기 통할까 봐 무섭니? 언니가 시킨 대로만 하면 된다."
우선 펜치로 피복을 벗겨 내기 위해 살짝만 눌러서 집어 준다.
잘못해서 세게 눌러버리면 선이 그냥 끊어진다.
아기 다루듯이 살짝 눌러서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피복을 벗겨내면
정말 아기 같은 가는 실의 에나멜 선이 나온다.
이것도 많이 뜯기면 몇 가닥 남지 않아서 이어 붙이기가 힘들다.
"검정 테이프 올려줘"
검정 테이프로 칭칭 감아 마무리한다.
이 모든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누전기를 내려 전기를 차단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당시 지붕에는 안테나가 다 하나씩 있었다.
"G야"
"언니 소리 들리나"
멀리서 겨우 해결하고 난 다음엔 확인을 해야 한다.
"켜봐라. 티브이 나오나"
나는 전기선을 고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티브이 안테나 수리공까지 떠맡았었다.
찌지 지직.
색색별로 나오다 갑자기 희번덕한 회색 점들이 반복되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안 나온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지붕에 안테나를 쳐다본다. 어디서 손을 봐야 할지 난감하다.
"아지메요. 우리 집 티비가 안 나오는데 그쪽 감나무 밑 선 좀 봐도 될까예?
나는 급기야 소꿉친구 G네 엄마에게 우리랑 연결된 전선을 따라 봐야겠다고 허락을 구한다.
허름한 쓰레트 지붕.
이것도 우리 집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림이다.
거기다 정리가 안된 전기선까지.
어찌 한 번도 감전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때면 정신이 바짝 들어 담에 안 만지고 싶지만 일이 생기면
번번이 나만 쳐다본다.
동생이 보고 싶어 하던 애니메이션들은 꼭 보고 싶게 하고 싶었던 것.
사실 내가 제일 보고 싶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던 사춘기 소녀 되기 전쯤의
[토요 명화] 얘기를 하려고 한다.
줄거리* 요약한다.
*지금 남아 있는 기억으로 짜집기 한 것이니
실제 얘기랑 다를 수 있음
5명의 음악밴드 팀이 있었다.
외계에서 온 금발의 미녀가 있었다.
옷을 입지 않고 나타났다.
중요 부위는 가린 채 화면에 나타났다.
외계에선 옷을 안 입고 다녀도 되어서 부끄럼이 없는 설정이다.
밴드 멤버 중 한 명이 지구에서 그러면 안된다한다.
유명 패션 잡지를 꺼내 온다.
(여기서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손으로 유명 디자이너 금빛 은빛으로 빛나던 원피스를 손으로 모아서
“파앙~”
미녀를 향해 쏜다.
옷이 잡지에서 손으로 끌려와 여성에게 입힌다.
너무 놀라서 눈이 희둥그레 진다.
이후 이 미녀가 갖고 싶은 모든 것을 잡지에서
선택해 와 현실에 그대로 재현해 낸다.
이후 오랫동안 이 영화는 나의 테마가 되었다.
1092번지 안에 채울 테마.
고장 안나는 티비 가져와랏. 빠쌰~
내가 손으로 기를 모아 쏘아 올리면
전기선이 저절로 고쳐진다. 뺘쌰~
넘어진 쓰레트 지붕 위 안테나가 바로 서고
은빛이 둥둥 떠다니며 고쳐져라 빠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그려 손으로 쏘면
내 눈앞에 나타나라~
그렇게 입고 싶던 청바지야~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