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perfect person."

15화 띠뽈씨(나의 애칭♥)의출퇴근이야기-THE REASON[후바스탱크]

by 윤슬




아직 57분이다.

오늘은 이상하게 지치는 날이다.

3분 전부터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부장님께서 아시면 호통치실 테다.

기운이 없다.

분명 이유는 있을 테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 생각하기 싫다.

59분이다.

옷을 갈아입었다.


52분부터 상황이 마무리가 되는 듯하여 딸아이와 톡을 주고받았다.

아니 일방적이라 함이 맞다.

혼자 쏟아부은 것이다.

-너무 힘 빠져

-너무 읽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나는 피가 나도록 써도 보는 사람이 몇 명 없어.

-그게 제일 힘 빠져

-어디로 틀어야 할지 모르겠어

-그런 날이 있잖아.

-오늘이 그런 날이야.
-그냥 죽고 싶어지는 그런 날...


-이제 한 달인 걸요.

-엄마가 재밌어서 쓰셔야 하는데ㅠ

-콩트 얘기하신 거나 짧은 소설 같은 걸 써보는시는 건 어때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예민하고 잘 울고 징징거리고 감정 조절 안 되는...


주차장에서 차에 앉아 출발을 못한다.

그냥 폰을 만지작 거린다.

하루 종일 브런치 검색에 윤슬작가방은 폭파했을지도 모른다.


집에 먹을 게 없는 듯하다.

며칠째 시켜 먹으라 하고 나는 뭘 남겼는지 모르겠다.

자존감이 바닥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바로 마트로 갔다.

늘 가던 곳. 특별한 것도 없는 곳. 똑같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똑같은 마트 직원이 데스크에 앉아 있다.


우유도 사고 고기도 김도 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카레를 해야겠다.

카레도 사고 감자 양파도 사고.

칩종류 스낵도 사고.

급하게 먹을 딸이 좋아하는 물과 비빔냉면세트도 사고.

라면도 매운맛으로 두 종류 샀다.

아들이 좋아하는 요플레도 잔뜩 샀다.

물하마인 아들과 딸이 먹을 베지밀도 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각어묵까지.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니 앱이 잘 열리지가 않는다.

오늘따라 하는 일마다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퇴근 시간대라서 사람들이 밀리기 시작한다.

짜증이 났다.

앱을 깔고 폰으로 적립과 계산이 다되게 해 놨는데 열리지 않으니 말이다.


뒷사람들이 쳐다보니 뒤통수가 따갑다.

산 물건은 많고 계산대는 좁고 폰은 안 열리고.

종량제 20리터 2개에 다 들어가지도 않아서 우유 김 베지밀은 손에 들어야 한다.


그냥 S마트 앱을 실행해서 집으로 배달 주문하지. 오늘 쌀까지 샀으면 큰일 날 뻔했네.

두 번을 왔다 갔다 해서 차에 실었다.

도로가에 주차를 해서 깜빡이를 껐다.


ㄱ자로 꺾어야 하는 길목에 들어서자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산 물건들이 앞으로 쏟아진다.

그 모습을 보니 속이 상한다. 배도 너무 고프다.

빨리 집에 가야지.



주차장에 들어섰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우리 동 앞에는 주차공간이 없다.

모든 짐을 큰 기둥에 내려놓고 멀리 남의 동 앞에 차를 갖다 댄다.

천천히 걸어와 다시 우리 동 앞에 비번을 누르고 혼자서 짐을 두 번에 걸쳐 옮긴다.

비번을 열고 엘베 앞까지 또 두 번.

엘베에 내려서 또 집까지 서너 번.


불 꺼진 집에 불을 켠다.

나는 밥만 있으면 먹는다.

김치 한 가지만 있어도 잘 먹는다.

밥이 없다.

사온 사각 어묵을 미친 듯이 입안에 연신 구겨 넣으며 온수를 받는다.

라면이라도 먹어야겠다.


아리아

FM4U 틀어줘.


배철수 음악캠프에서 영화소개 프로를 하고 있다.

이 곡을 틀어드립니다.


"THE REASON"

-HOOBASTANK-

그 순간 부엌 모퉁이에 기대어 소리 없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