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명사가 왜 고유명사냐면
콩콩, 방방, 봉봉, 붕붕, 퐁퐁…… 똑같은 트램펄린을 각자 다르게 부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아닙니다. 김개똥이를 장난으로 소똥이라 부를 수는 있어도, 누구에게든 김개똥이는 김개똥이입니다. 보통명사는 변해도 고유명사는 변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네 고양이들은 아닌가 봅니다. 그 녀석, 한 개체가 분명 다른 녀석들과 달라 고유함을 압니다. 이름도 하나여야 합니다. 하지만 모두 고양이라는 하나의 보통명사와 서로 다른 고유명사로 부릅니다. 누구는 야옹이, 누구는 나비, 누구는 멍멍이라고 부릅니다. 이건 고양이 의견도 들어봐야 합니다.
우리 동네에는 싹쓰리, 고삼이, 중삼이, 황뚱이, 그리고 미처 이름 못 붙인 녀석들이 꽤 있습니다. 싹쓰리는 겁이 없어 아무한테나 막 들이대고는 간식을 독차지하는 삼색이라서 싹쓰리입니다. 고삼이는 고등어인데 아직 다 안 큰 것 같아서 고삼이 했습니다. 중삼이는 고삼이보다 작아서 중삼이 했습니다. 황뚱이는 황묘인데 덩치 밖에 눈에 안 들어와서 황뚱이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탱크도 있습니다. 옆 동네에서 한참 보던 탱크는 간식 소리에 두두두두 달려오는 대두였는데, 요즘 잘 사나 궁금합니다.
아무튼 이 고유명사들은 이 녀석들의 고유함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는 사람의 고유함을 지칭합니다. 녀석들이 툭하면 널브러져 있는 식당 사장님에게 싹쓰리는 나비입니다. 다른 녀석들도 뭔가 다른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각자 고유한 이름으로 같은 고양이를 부릅니다. 고양이 의견이 정말 궁금합니다.
이사 오기 전, 집 근처에 살던 녀석들이 떠오릅니다. 희한하게 숫놈이 혼자서 대장 노릇 하고 나머지는 거의 새끼였던 무리였습니다. 녀석은 특별히 이름을 붙이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방앗간 간판 앞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보고 루깨깨라고 붙였습니다. 고춧가루, 참깨, 들깨 해서 루깨깨입니다. 루깨깨는 붙임성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막 하악질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못생겼는데 이상하게 정이 가던 녀석입니다. 문득, 루깨깨는 다른 이들에게 뭐라고 불렸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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