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
비문증(飛蚊症)은 안구의 유리체 속에 떠다니는 운동성 부유물로 인해 눈앞에 무언가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날파리증이라 불리기도 한다.(위키피디아)
겪어본 적 없는 분들께는 생소한 단어일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항상 눈앞에 있다니, 얼마나 황당할까요.
문(蚊)은 모기를 뜻합니다. 모기가 난다는 뜻에서 비문증입니다. 모기 쫓는 풀인 구문초(로즈제라늄)와 같은 글자를 씁니다. 날파리증이라면 비승증(飛蠅症)이 아닌가 싶지만, 뭐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을 하늘이 파랗게 높아 고개를 들면, 지렁이나 기생충 같은 것이 눈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하늘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셈입니다. 평생을 함께 한 파리들이니 익숙하지만, 가을 하늘 새파란 날엔 좀 야속합니다.
파리들도 좀 쉬는 날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연중무휴라 안타깝습니다. 에프킬라 칙칙 뿌리고 싶지만 치료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얼떨결에 불치병 하나 달고 사는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불쌍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파리들이 불쌍합니다. 왜 내 눈 속에 갇혀서 멀리 날지도 못하나, 하고.
순수하게 새파란 하늘을 못 보니 아쉽지만, 그래도 외로운 하늘은 볼 일이 없으니 다행인가 합니다. 항상 내 편. 파리는 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