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는 못 샀고, 미련 한 겹은 더 벗은 날.
이의리 복귀전.
아마도 성사가 된다면
그 녀석과 나의 후반기 첫 직관.
한 번은 챔필 테이블석 데려가기로 약속했으니,
이 와중에도 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티켓팅을 한다.
야알못도 아닌 그 녀석이, 테이블석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참… 뻔뻔하다.
이쯤 되면 나는 무슨 티켓 구걸꾼이다.
(온갖 양도글과 이쪽저쪽 없는 인맥 다 가져다 쓰는 거
그 녀석이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 아니 몰랐으면, 아니 알았으면, 아 몰라 진짜…)
그런데, 말이다.
오늘. 오랜만에. 좀.
그 녀석이 말투를 묘하게 바꿨다.
뭔가 원하는 게 있을 때, 아님 뭐 미안할 때?
그럴 때 나오는 말투인데.
“일요일 티켓 구했어? “
- “ㅇㅇ”
“둘이 같이 보자공? “
- “니가 그러고 싶으면.”
⸻
이응이응으로 끝나는 말들
예전 같음 으휴 귀여워 했겠지만
난 오늘 정신이 멀쩡했다.
그땐 이걸 왜 몰랐지? ㅋㅋㅋ
⸻
그 와중에 후드티 얘기가 나왔다.
전에 내가 “나 이거 사줘!”라고 던져봤던 그거.
그때 예상치 못하게 “알았어” 하길래 진짠가 했는데
나는 그 후로 생각도 안 하고 있었고..
오늘 발매가 됐나 보다.
그런데 하는 말이
“너 사주려고 했는데 다 품절됐대. 아쉽.”
“흐음… 오늘이었구나? 마음은 받을게!”
⸻
정말 품절인지,
정말 살 마음이 있었는지,
사실 내가 알 수는 없다.
그냥 말 안 했으면 몰랐을 걸.
근데 왜 좀 믿고 싶은 마음이 들까?
그런데 그 말을 굳이 꺼낸 속셈은 알고 있지 난.
“나는 노력했어, 진짜야”
그걸 어필하고 싶은 거겠지.
오늘 테이블석 이야기 오고 가면서
부드러워진 니 말투까지 덤으로.
⸻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품절됐다는 말로 감정을 환불하려 하지 마.’
‘진심은 사려는 마음이 아니라,
제때 사는 행동에 있다고.’
⸻
어쩌면 그 녀석은 나와의 대화에서 늘
“예전엔 이랬잖아”
“사실 난 그때 말은 안 했지만…”
이런 식으로
지나간 감정의 뒷면만 꺼내 놓으며
여전히 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감정엔 재입고란 없다.
그냥 품절이다. 품. 절.
그리고 난
품절된 마음엔 반품도, 환불도 없다는 걸
이미 알게 되버린 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