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끝
30) 산골의 인연 1960년(순천 두월)
산골 집 오두막은 밤에는 들짐승 단속을 해야 한다
전쟁 때부터 정이가 부모님과 살던 집이다
정이는 고아원에서 돌아왔다
그런데 다 저녁 무렵 인기척이다
아랫돌 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꾼’ 이 짐을 잔뜩 지고서 서 있었다
가끔 산에서 보았던 거지꼴을 한 장님이 였다
누군가 집을 찾아든 사람은 처음 이였다
“저 나무한집 드릴 테니 요기 좀”
허기가 진 듯 장님은 휘청거리며 지개 작대기로
더듬더듬 거린다
정이는 오르막 디딤돌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이른다
나무꾼 은 나무가득한 지개를 마당에 부렸다
더듬더듬 ‘토방’에 걸터앉았다
낡은 고무신을 벗은 발은 맨발 이다
밥상 산나물 된장국 이다
‘나무꾼’ 은 눈이 보이는 듯이 밥그릇을 비웠다
식사 후 나무꾼 빈 지개를 들고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정이는 밤길이 험하니 아침에 가라고 한다
장님 은 밤이나 낮이나 똑같다며 서 두른다
정이가 산 짐승이 갑자기 덮친다고 겁을 준다
‘만세’는 쉬어가란 말을 듣자 피곤이 밀려왔다
그리고 지게를 내려놓았다
종일 산을 헤집고 누더기 입은 장님 나무꾼 에게
더운물을 마루에 놓아주었다
더듬대며 손과 발을 씻는다
고아원을 나온 만세 는 돌아가지 않았다
시장거리 나무를 팔아서 얻어먹고 산다고 했다
고아원은 답답하고 애들이 놀림거리가 되어서
돌아가지 않았다고 했다
산속에 여자 혼자 어찌 살았느냐고 묻는다
정이는 부모님과 살던 집이고 일본 놈 없는 곳은
무서운 것이 없다고 했다
정이도 일본 놈 들 에게 부모 잃고 전쟁고아로
고아원에 10여 년을 살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때 같은 살았던 고아원 이야기를 하며 공감했다
정이는 눈이 보이지도 않는데 험한 산속에 나무를 어찌
아느냐고 묻자
만세는 모든 것 은 냄새가 있어서 알 수 있다고 했다
산 아래 만세가 사는 버려진 집에서 산다고 했다
건너 방 에서 만세는 깊은 잠 코를 골았다
정이는 집에 처음으로 사람이 들어와서 잔다
누군가 같이 있다 는 게 든든하니 좋았다
만세는 한잠 자고 나니 몸이 풀렸다 갈증이 났다
안방에서 정이는 아늑함을 느꼈다
만세가 물을 청 한다
산골 정이네 아침
부엌 아궁이에서 불이 탄다
‘정한수’ 가 있는 부엌에 수증기가 가득하다
정이는 목욕옹기 에 앉아있는 만세의 머리에 물을 부었다
비눗물을 튀기며 만세는 머릴 감겼다
만세 의 벗은 몸은 김이 무럭무럭 오른다
땟물이 벗겨진 살결에서 빛이 들어와 부딧 낀다
정이가 만세에게 말했다
어제 가져온 나무가 많으니
하루 더 먹여준다고 했다
만세는 정이가 하라는 데로 뜨끈한 물에 몸을 씻고
정이 아버지 옷으로 갈아입었다
정이도 물젖은 반 백발 머릴 감았다
그들은 연분을 맺었다
눈을 감아도 찾아갈 수 있는 성이 있었다
남루한 자신들의 옷이나 장애가 모두 빛이 되었다
하늘엔 별이 가득한 두월 의 첫날 밤 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하나가 되었다
만세는 정이보다는 많이 젊었다
만세는 소경인데도 희귀한 약초를 잘 찾아냈다
산을 오르면 익숙한 듯 약초를 찾고 나무도 했다
그리고 정이와 같이 시장에 내다 팔았다
만세가 온 후 정이 부부의 생활이 점점 나아졌다
기둥을 세워 닭장도 크게 지었다
마당에 디딤돌을 놓아 맨발로 다녀도 흙이 묻지 않았다
전깃불
순천 산골 마을 마다 전기가 들어왔다
산길에 깊은 곳에도 가로등이 생겼다
장날에는 둘이 나란히 시장을 보기도 했다
떠돌던 장님 ‘만세’는 든든한 보호자가 생긴 것이다
날이 새면 새로운 날이 계절마다 냄새가 달랐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한여름 모기와 홍수였다
산길을 떠돌다가 갑자기 쏱아지는 소나기의 물길에 휩쓸려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겼던 기억이 난다
만세의 보호자가 생긴 것은 하늘이 보내었을 것이다
만세는 아내와 같이 약초를 팔려 가는 장날만 기다렸다
사람냄새 나는 시장을 사람들 속으로 다닌다
아내의 손만 잡으면 모든 소리 속에 자신이 섞인 것
사람 웅성거림이 너무 좋았다
31) 면사무소 (종이의 새 역사)
새 인구를 조사했다
대한민국이 민주 투표를 한다고 가가호호 살아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해방을 보지 못하고 애통하게 죽은 조선 사람들의 호적에
엑스로 표시하고 후손들의 이름을 올렸다
일본 놈들은 ‘짐승’같은 기록을 많이 남겼다
악마들의 악을 36년 동안 낫낫이 기록해 놓았다
천황의 악을 정당화시킨 낙서들이다
갈취와 괴롭힘 죽임 강간 그리고 고문 등의 기록 이였다
죄나 양심은 천황의 철저한 세뇌로 강하고 잔인할수록 상을
받은 기록 이다
악마로 훈련시킨 악한 후손은 악마가 되었다
면사무소에 기록들은 창고에 쌓았다
이웃나라 조선인들을 짓밟고 명령을 어기면 죽여라
천황의 지시와 이웃의 것을 모조리 빼앗고죽이고
받은 훈장과 상패들이 창고에 뒤엉켜 가득했다
산 사람을 수술대 위에 올려놓고 부위를 도려낸 반응
따로 분리해 ‘알콜’에 담가서 저장했다는 기록도 있다
기록된 붉은잉크 의 색들이 피를 본 듯 섬짓하다
읽는 으면서 말문이 막혀 읽기에도 소름이 돋는다
직원 은 종이를 놓고 통곡했다
또박 또박 정자로 악마임을 증명하는 그날들을 기록 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 잘못 만들어진 반인반수일 것이다
장날(가전제품)
만세와 정이는 똑같은 나이 부부로 신고도 했다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
면사무소 직원이 만세가 50세 쯤 이라고 했다
‘혼인신고’ 기념으로 ‘짜장면 과 탕수육’을 먹었다
선풍기가 나와서 시장사람들에게 월부로 주었다
선풍기‘는 최신식 가전제품이 되었다
산골 장날은 그들만이 알 수 있는 나무나 말린 곤충들
등등 진귀한 것들이 많다
양 약국이 들어와서 신 약품들이 나왔다
신약은 감기나 열에도 금방 가라앉는 처방은 신기했다
그러나 옛 날 민간요법을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풀뿌리나 뱀‘ 지렁이‘지네’며 온갖 벌레들이 말려서
‘개구리’ ‘오소리’ ‘여우’가 잡혀서 살아날 듯 걸려있다
신약과 병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사람들이 있다
병원은 일하지 말고 며칠 을 쉬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하루도 쉴 수 없는 농민들은 민간요법으로
버틸 뿐이다
뼈도 쉬어야 다시 재생 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하루를 잘못 살면 농사를 망친다
과도한 일로 몸은 장애를 입는다
‘다방’에 미니스커트 여자들이 오갔다
굽 높은 신을 신고 넘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짧은치마 다리를 오래 바라보았다
‘허벅지 녀’들의 다방 앞은 장날마다 삽이나 곡괭이를
세워놓고 코피를 마시는 동네 남정네들로 가득하다
정이와 만세의 약초 망태를 풀었다
트럭을 장사꾼은 정이와 약초를 흥정 한다
32) 옹기전 1930~1970(순천)
곡식을 모두 빼앗기고 저장할 항아리가 유물이 되었다
대대로 이어온 옹기전이 전쟁을 겪고 일본놈 들에게
많이 빼앗겼다
도요지 도 불이 오르지 않은지 오래이다
옹기점 항아리들은 똑같은 것은 없다
일본제국으로 짓밟힌 식민지 국민은 모두 굶주렸다
곡식은 다 빼앗겼다
옹기점 옹기들도 모두 수탈당했다
나무 옹백이. 나무절구. 돌절구. 큰 항아리.약단지.
작은 ‘단지’들 까지 새끼 줄에 묶어 실어내었다
큰 항아리들을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일본 놈 들은
많이 애를 썼다
온갖 방법으로 여러 번 옮기다 모두 깨뜨렸다
일본 놈 은 옹기전을 지날 때 늘 항아리를 두두 린다
‘탱탱’항아리 소리를 매 번 깨질 듯 두두 린다
‘동희’에게 흙에 넣은 것이 무엇인가 매번 묻는다
항아리의 비법을 대라고 되풀이 한다
깐죽대는 놈 을 죽이고 싶도록 밉다
선조부터 물려준 도요지다
일본 놈 못된 버릇과 아나무인 그들
항아리를 때리듯 두두리 는 그 행동에 울분이 난다
그러지 말라고 부탁이라도 하고 싶다
그들의 근성이 있다
동희의 부탁에 빰 을 때리고 침을 뱉는등
아내와 아들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그 항아리를 만드는 동네 도요지 일꾼들을
모두 찾아내어 일본으로 끌어갔다
동희는 몸이 병약하고 야위었다
그 당시 순천 도공 백 여명이 등판에 이름을 도공이라
붙이고 조선의 흙을 파서 등에 지고 기차에 태웠다
그리고 가족과 생 이별 이였다
항아리는 곡식을 보관 작은 창고다
바구미,나 좀, 벌레들 쥐.들은 항아리를 뚫지 못한다
부잣집들은 나락 열 가마 들어가는 항아리를 사 갔다
간장,된장.은 몇 년이 지나도 음식의 기본 맛을 낸다
집안의 보물이며 재산이다
곡식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된장은 약으로도 썼다
‘질항아리’ 의 효능은 조선인 누구나 알고 있다
해마다 새로운 장을 담그는 조선인은 농사와 같다
젓갈 단지는 모양세가 달라 꺼네여 먹기 좋게 키가 높다
젓갈 장수들은 옹기가 모든 음식의 맛을 정하는 것이다
바다에서 잡은 그대로 염장하는 뱃간생선은 그들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뱃사람들은 간절이는 생선 옹기를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날 동희 옹기전에 사단이 났다
눈에 가시로 보던 일본놈 동희를 죽일 핑계 가 생겼다
독립군 셋이서 자금을 구해서 김제에서 상해로 간다는
정보를 일본 놈이 입수했다
옹기전에 숨어있다는 밀고자가 있었다
일본헌병들은 총과 칼을 들은 옹기전을 수색했다
‘두만’ 의 부친 ‘동희’ 는 그들을 기발하게 피신시켰다
독립군을 잡지 못하자 ‘항아리’ 들을 모조리 깨어 버렀다
독립군을‘분기탱천’ 하다가 광기 는 극에 달했다
동희 를 목을 메 놓고 부인(두만엄마) 겁탈했다
동희는 결곡 숨이지고 말았다
목 이 달려 시체는 늘어져 있었다
몇 달 후 아내도 죽었다.
어린 두만이 를 남기고 옹기점은 깨어진 조각으로
폐허 가 되었다
두만은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어린 것이 어미 없어서 모두 죽을 거라 했다
그러나 살아났다
그러나 두만의 눈은 점점 눈이 보이지 않았다
고아원 맹인들도 점자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두만이 도 동기들 과 같이 공부를 했다
친구들이 군대에 갈 무렵 부모님의 집으로 왔다
가끔 집에 다녀오고는 했다
폐허된 집에는 부모님의 옹기 냄새가 난다
두만은 점자로 주역과 역학을 공부했고
광성 이라는 친구가 늘 같이 따라다녔다
광성 은 고아가 아닌데도 두만의 손과 발이 되었다
두만 과 광성 은 역학과 주역을 같이 공부했다
33)솜리(1940)
전라북도‘솜리’(이리) 에서 상하행선이 전국으로 연결 된다
역 광장 에는 국수, 우동, 집 냉면집 이 생겼다
광장에 멸치육수가득 배고픈 하역 인들은 고통이다
군산으로 가는 수탈기차에 대기하던 물건들을 싣는다
마을 ‘지개석’비석‘족보‘안방오동나무 옷장.
요강‘병풍’놋수저‘주’세숫대야‘등등
기차는 물건을 군산으로 싣고 날랐다
‘임피역’에서 산더미 같은 쌀가마가 쌓여 기차를 기다린다
기차 칸을 길게 연결하고 쌀을 실은 기차는
호남의 김제만경 평야의 들녘을 지나 군산 역 으로 간다
회현 들녘 을 지날 때 크고 긴 기적소리를 낸다
기적은 기적소리와 수탈을 실어 뱀처럼 달린다
식민지 국민들도 죽거나 늙어 점점 자신들의 조선을
포기하고 짐승처럼 살고있었다
나라를 빼앗겨 남들 발에 짓밟힌 국민들은 친일(노역)
이라도 해야만 했다
늙은 부모를 굶길수 없어서 더한 굴욕 앞에 버텨갔다
모든 소망을 버려야 살아 갈수 있다
그러나 임피 마을에 갑지기 또 살육이 진행되었다
누군가가 기차선로에 큰 돌을 놓아 기차를 탈선 시켰다
마을 주민 열 명 을 본보기로 죽었다
몸서리나는 살인을 지켜보는 고통도 덤덤했다
죽은 자 들은 형제고 이웃이다
너무나 가혹한 속에서 죽어가는 이웃에게
“일본 놈 없는 세상 에서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자
우리도 금방 갈 것이니!~
그해는 쌀이 나지 않았다
내 어린누이가 행방불명 되었다
일본 놈 은 소녀의 행방에 물으며 온갓 매를 맞았다
조선말을 하면 더 때렸다
이제 더 이상 이들과 같이 살수 없다
칼로 죽음으로 안 되는 것이 있다
문화.예의. 부지런함. 음식.들이다
족보 혈육의 보호는 조선을 지탱하는 기준 이였다
모든 것이 혼미해지고 정신도 잃어가고 있었다
죽은거나 산거나 같았다
그러나 악마도 한계가 왔다
독립의 암살과 저항의 소리가 자주 들렀다
‘자국일본’ 천황은 세계를 일본 아래로 만들려는
한계가 오고 있었다
어린 여학생들까지 조선의 독립을 외치는
겁 없는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독립 청년들의 겁 없는 저항이 닥아온다
일본인들 자신의 머리에도 총을 겨눌지 두려웠다
일본 놈 들도 늙고 지쳐가고 있었다
총,과 칼을 차고 긴 하품을 했다
빼앗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젊은이들
이 땅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34) 기생들
김제에 금이 많이 나는 곳이다
유명한 기생집이 있다
돈 없이도 풍류로 드나들던 한량들이 모이던 곳
친일이나 일본 놈 들이 장악하고 드나들었다
三.金 으로 유명한 기생집은 전통을 지켜 갔다
음악.음식.술과 권주가로 격이 있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기생집 이였다
짚신만 털어도 금 가루가 떨어진다는 김제 였다
그 ‘기생.들도 군자금을 독립을 위해 전달했다
돈, 권총, 문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숨겼다
옹기전 동희는 벗 들과 드나들며 자금을 전달했다
저항군은 독립자금을 ‘상해’로 ‘간도’로 날랐다
일본놈들은 삼십년이 넘게 조선에 몹쓸 짓 을 하다못해
조선의 왕비를 죽이고,욕 보이고. 히히덕 거리던 짐승들
그들에게 저주가 오고 있었다
송충이 들은 꿈틀 거렸다
35) 천벌을 받은 일본
두 발 의 원자탄으로 천황의 천벌은 시작되었다
일본 놈 들 의 몸이 튀겨지고 살이 녹아 내렸다
손잡은 친구가 사라지고 손목만 남아있었다
‘나가사키’ ‘히로시마’ 사람들이 순간에 녹아버렸다
타서 죽거나 산산 분해되고 살점과 뼈들이 먼지처럼
공중분해 되었다
얼굴에 눈알들이 튀어나온 사람들이 버둥거렸다
교각 아래를 지나던 소풍 나온 어린이들‘ 약혼녀‘
아기 낳은 산모‘ 재잘대던 여학생들‘ 울부짖었다
약탈로 잘 먹고 누리고 살았던 그들은
원폭은 불과 몇 초 만에 피도 없이 말려 버렸다
죽은 자 가 28만 명이고 확인되지 않는 수가 더 많았다
환자들은 유전자가 변형된 반인반수의 살았으나 죽은자들
좀비 같은 후손들이 생겨난다
한국인들도 20%가 섞여서 죽었다
끌려 가서 노역을 시킨 조선인 들이다
천벌은 벌을 받은 것이다
대대로 오래오래 고통 속에서 살 것이라는
세계적인 보도가 이어 진다
그들의 만행의 잔재는 세상의 여기저기 증언 된다
산에 정기를 끊으려 쇠 말뚝을 박고 나무에 독을 부었다
조선의 모든 것은 처참하게 밟혔다
조선의 정신유산을 말살하려는 문화제는 부수고 불질렀다
도공.기술자.선비들. 바느질 잘하는 아녀자들을 끌고 가서
넋 이된 (간양록) 편지들이 붙이지 못하고 낡은편지는
읽을수 없었다
타국에 끌려 오직 고향을 향해 울부짖다가 망자가 되었다
하늘은 무심하게 맑았다고 한다
36) 옹기역술원 주변 사람들(두만집)
“옹기역술원” 간판을 붙였다
옹기가 성한게 없었다 깨진 옹기가 깔겨 서로 엉켜있다
전쟁 때 버려지고 주인잃은 옹기들은 두만이네로 모아졌다
스텐이나 프라스틱 에 옹기는 점점 그릇이 아니였다
크고 무거운 그릇 들은 작은 단지 들과 교환했다
늘 누군가 옹기단지들을 놓고 갔다
광성이 는 부모님이 계신다
그러나 두만 일생 단짝이다
둘이는 ‘역학’과 ‘음행’을 공부했다
그들은 철학으로 인성에 따라서 좀 다른 인생관을 본다
‘다른 것을 본다는 것은 푸닥거리 위로가 아니다
성품‘이나 인성’이 길들여 진 삶에서 마음이 잡힌대로
생각들을 묻고 들어서 차분하게 좋은날을 잡아준다
앞서고 뒤서는 것을 ‘예지’ 해주는 덕담 인 것이다
급하고 약한자 들이 살아온 시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앞날에 일어날 보편적인 삶에 지혜로 이겨 낼수 있도록
힘을 돋우어 준다
묻고 답하면서 언어‘음성’ 닥아서는 발걸음에 성품이
나타 난다
두만은 일본을 구체적으로 저주하는 주문이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몇 만 년 비가 내려 모든 것이
썩어서 멸종될이 될 종자들이다.
그 족속들은 바다 속 깊이 어두운 곳에서
영원히 떠오르지 않기를”
두만은 소경인데 또 머릿속이 아프다
부모님의 죽음에 뼈 아리는 고통이 성인이 되고 늙어갈수록
더 진하게 머리속 을 파고 든다
37)옹기점 호객꾼 상아
입구 바닥에 깔린 깨진 조각들 위에
질그릇들이 오래된 옹기점 임을 짐작케 한다
상아는(미인) 엉덩이를 흔들며 건너온다
광성이 일어서서 상아의 커피잔을 받으러고 문을 연다
커피 두잔 옹기전에 들여 준다
그녀는 자청하여 순천시장안의 ‘깍두기’다
옹기전 털이게 를 집어 먼지를 털어낸다
늘 그렇듯이 서로 대면 대면하다
옹기를 사려는 사람은 적다
옹기점쟁이라는 소문인 났다
두만은 족집게 라는 소문을 싫어하지만 점쟁이 호칭도
못마땅해서 광성 에세 늘 투덜댄다
장날이면 줄서거나 앉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장날의 볼거리 중 하나는 ‘상아’이다
사주 궁합을 보러 옹기전에 줄을 서지만
장날이면 가장 기대하는게 ‘상아’이다
남자들은 늙으나 젊으나 상아를 보러 온다
남자들은 온정신을 빼앗긴다
상아의 미모는 순천시장의 흥미거리다
상아가 옹기 점술원 마누라라고 오해도 한다
순천장날 이면 점술원 앞에서 그녀는 호객을 한다
상아의 출생과 순천에 전쟁 고아원 묶기도 한다
고아원에 기생이 놓고 딸 이라고 하지만 잘 모른다
시장에 남녀노소 모두 그의 미모에 반하여
발을 멈추고 그의 모습을 구경 한다
“밀가루 포대를 뒤집어 썼나?
저것이 사람여 여시여 아님 여시가 둔갑한 것이여!~
상아의 뽀얀 얼굴이 빛이나고 눈은 구미호의 빛이 난다
가름한 얼굴. 감은 듯 뜬듯한 눈.과 진한 눈썹.입술은 붉다
치마 속 에 여우 꼬리를 보았다는 소문났다
상아는 씽긋 웃으며 치마를 들추어 주기도 한다
상아는 장님 두만의 역술원 일을 돕는다
그녀는 가녀린 허리를 흔들며 야예 호객꾼으로 나섰다
언제 부터인가 그녀는 커피 두 잔을 두만과 광성
점술원에 들여 준다
두만이 상아를 볼수는 없다 그러나 처음 커피를 맛보고
그 맛에 황홀했다
커피와 연유가 듬뿍 붙고 식기 전 에 닥아온다
상아는 순천시장의 마스코트 처럼 소문이 났다
“흠메 선들선들 바람조께 봐봐!~
뭔 놈의 날씨가 이리 좋당가 징허게 좋으네”
날씨가 좋으면 사람속이 확 뒤집어 지는디
어쩐다 냐 어째!~흠메
어디 ‘오 벤또’ 가지고 소풍이라도 가든지 해야지!~
누구랑 ‘산뽀’ 를 간 당가 이놈의 팔자!~
두만 과 광성 은 못들은척 손님들과 이야기 한다
상아가 머리를 다시 묶는다
지나가는 사람이 상아에게 뭐라고 묻는다
상아는 버럭 화를 내며
“아따 뭔 소리당가 각씨 아니 라고라 잉?~
각시는 무슨 ‘첩’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혀요~
그냥 이웃이제!~ 자 신분조사 끝났지 라우
어서 어서들 와요 신수나 사주 궁합 다 보슈~
생일생시 뭐 그런 거 안 물어 봐요~
자기 나온 생일 생시 정확하게 아는 사람 없응께
그냥 단지만 집으면 용하게 팔자를 맞춘 단 말이요 여!~
족집게 도사라니까요”~
“단지 속에 운명이 들었당 게요 단지 단지~~
단지가 사연을 들어보셔!
남편 바람도 딱 멈추는 부적도 있고
‘첩’년 을 딱 떼 뿌리 는 부적도 있고!~
상아는 몸을 간들간들 흔들면서 저고리 팔을 흔든다
“남편 바람 핀다고 요강에 밥혀 먹이들 말어
여그 와서 비법 부적을 사서 붙이 랑께 !~
수다스럽게 단지들 먼지 털며 호객 행위를 한다
“자 일년 신수도‘사주보고 가세요
공무원 시험날짜 나왔으니 합격하겠나 보셔~
아들들 고시 잘 보것는가 보셔!~
시험에 딱 붙는 부적도 붙이고 말이요!~
손님이 지나가면 ‘상아’는 말을 시킨다
“아자씨 아자씨 공부 잘하는 아드님 있잖어요
하이고 곱디고운 딸 있으면 좋은 집안으로 시집보내야지~
언제 시집갈 ‘운’이 있는지 보셔 보셔~!
아들 가지신 분들 큰 잔치들을 하셔야지~~
궁합도 봐드립니다
자 잔치들도 하시고!~
애기 빨리 생기는 부적도 있어요
손자도 보셔야지!~
큰 잔치들 하고 살아야지 사는 맛이 나지요
뭔 재미로 산다냐
아들장가 도 들이고 딸 시집도 보내고!
어느 노인이 상아에게 말을 건다
-저 우리손자 이제 중학생 인디!~
상아가 찡끗 기울이며 손으로 댄다
“호호 흠메 쪼까 더 키우셔야 잔치 허것네 잉!~
아그덜 금시 큰당께 금방 커버려요 !~
“평생 운 보는데 삼백원 이여라~”
노인은 지나면서 상아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상아의 콧 재롱이나 농간으로 호객손님들이 모인다
‘상아’가 웃으면 붉은 입술 안 에 든 하얀 이빨이 흰
꽃 과 같다
낭창한 허리가 수양버들처럼 몸놀림이 간드러진다
술집호객인줄 일고 착각도 한다
늙으나 젊으나 모든시장 사람들이 상아가 있는 쪽만 본다
상아가 종종 걸음으로 옹기점 집 앞에서 이리저리 다닌다
시장사람들 모두 한마디식 한다
“뭐 처먹어서 저리 거시기가 저리 이쁘다냐!~
“와!~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 에도 모두 발을 멈춘다
“쪽집게 단지 점 집 입니다 아 앙!~
“저 어머님 신수 점 한번 보셔!
시장에 사람들이 많으니 상아도 신이 났다
어느 여인이 삿대질을 한다
“야 너는 왜 여기서 동네 남자들을 호리냐!
엄앵란 보다 더 이쁜 것이 왜 여기 있냐고!
서울 가서 화류계 하든지, 배우를 하든지,
왜 순천 시장바닥에서 썩냐 어서 없어져 이것아!!
그리고 그 엉덩이 좀 그만 흔들어라!~
대꾸 하지 않고 상아는 입을 가리고 웃는다
“언니!~
내가 엄앵란 보다 이쁜 건 사실이지만?
나 순천 토박인디 호호호
언니~ 무슨 걱정있수 얼굴에 화가 가득하네~!
‘단지부적’하나면 딱 붙이면 만사 해결이야!
아자씨 가 바람피우면 우리 부적이 최고여!~
바람이 뭐이당가 못펴못펴 !~
눈에 언니밖에 안 보인당게 !~삼백원이야~!
언년이 붙어도! 첩년도! 따악 떨어져부러!~
모두 상아의 얼굴만 본다
상아는 여전히 호객을 한다
“아버님 어머님 신수 한번 보고 가셔라!~
삼재도 피하시고 사주팔자 미리 알면 수월하게 살지
사주팔자 무시 못 하고 사는겨!~
단돈 삼백원 에 닥아 올 날을 훤이 본당께 ~~!
상아가 항아리 먼지를 턴다
조금전에 삿대질 여인이 돈을 꺼네며 닥아 선다
“내가 저것한테 말을 걸지 말었어야지
그럼 이백원 짜리 로 하나 해줘봐!~
상아 가 언니 귀에 대고
그걸 깍어!~ 안 되어~ 안된다니 까!~
나 사장님한테 짤려요!~
알았어 알았어!~
안에 대고 소리친다
“광성아제 이 아짐이 돈이 이백원 뿐이랴!~
드려드려 암말 말고 걍 잘봐드려 !~
버릇되서 안되는디 할수 없지 뭐!~
지나가는 젊은 남자가 얼굴을 굳혀 발을 멈춘다
상아가 씽긋 웃으며
“어 잘생긴 총각 어서와 사귀는 아가씨는
있어? 잘오셨어 어서오셔 !!~
젊은남자 굳은 표정으로 상아에게 따지듯
“말도 안 되 는 미신으로 사람을 꼬득여 돈 버시나요 ?
나라가 망하고 전쟁이 일어나서 어른 애들이 거지가 되고
집은 개 작살나고 고아가 되고 했을때
점쟁이들은 뭐 했대요
그 부적 여기저기 붙여 전쟁을 막았어야지!~
헛소리 미신으로 돈을 벌어요 저리 치워요!~
큰소리에 안에서 광수가 내어다 본다
상아는 실실 웃으며 안심하라고 손짓을 한다
그리고 청년에게 닥아선다
“나라도 재앙이나 삼제는 막을 수 없는 법이여!!~
큰 홍수나, 태풍 지진 같은 하늘이 내린 천재지변은
우리가 미리 알고 잘 대비를 해야지!~
“젊은 청년 내말 잘들어 우리나라도 이제는 삼제가
몽땅 빠졌어
그 재앙이 그 징헌 일본 놈 들 나라로 다 갔당게!~
일본은 아주 큰 재앙을 평생안고 살 것이여
아주 나라가 영 못씨게 될 것이 고만“
원자탄 열 개는 더 떨어질 것여~!?
호호호 (간드러진다)
그 일본이라는 나라는 섬이라서 머지 않아 폭삭 물에
가라 앉는대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잘 사는 때가 온다 는디요!~
여기 항아리 도사님이 그러셨어!~
청년이 얼굴을 펴고 부드러워진다
“그 말도 아닌 말 하지를 마쇼!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안에서 두만 과 광성 듣고 있다가 두만이 입을 연다
“근데 저 여자는 어디서 저런 소리를 주어 들었냐
우리보다 더 천리를 내다 보는디 안그려?
광성이 손을 멈추고서
“글시말여! 우리 저런 말 한번도 안했는디
여시 백 여시 라도 허도만 그말이 맞는 것 같다~!
단지 점집 앞에 사람들은 상아에게 정신 팔려 눈을 못 뗀다
상아는 열심히 호객한다 아까 그 청년을 잡고서
“여기 앉으셔!~ 젊은 청년 맘 좀 가라앉히고
꼭 묻고 싶은 말 은 우리선생님에게 여쭙고 여기앉아요
잘 오셨어 복채는 삼백원 선금 요~
청년이 그냥 씽 가버린다
“하이고 왜 그냥 간다냐!
잘 가~ 또와! 또와! 장가갈 때 꼭 와 잉!~
하이고 똑똑해서 장가도 잘 가 것네 꼬옥 잉!~
가는 청년 뒤에다가 손과 엉덩이를 흔든다
점을 보려는 사람이 단지를 고르면
상아가 먼지를 털어 두만 에게 건네 준다
두만이 는 단지를 두 손으로 받아 는다
손님은 두만 앞에서 단지안의 사연을 듣는다
건너편 나이지긋한 남자들이 앉아서 상아를 본다
허름한 옷차림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헛기침을 하며
상아가 움직이는 데로 머리가 왔다간다
노인1: “저렇게 요망한 것이 있는가
참 거시기 허게 뽀얗고 이뿌제!~
노인2: “순천에는 미인 들 많이 산다는 곳 이잖어요~
노인3“순천미인? 누가 그런 말을 만들었당가?
그럼 내 안사람 순천토박이 아닌가
한번 도 거시기 해 본적이 없었네!~
노인4:“그 그 렇치?~ 우리도 순천으로 장가왔지!~
그때 부터 있었어!~
노인5: “아 왜들 그려 다 예쁜 구석이 있는 것 이여
그려도 밉상 들은 아니지 복에 터진 것들
니들도 나처럼 홀 아비로 살아야 하는디
여자가 귀한디 이쁜여자는 더하지 멍청이들아!~
노인1: “근데 저것은 여시여 여시 여시가 둔갑한 것이여
서방은 얼마나 좋을까나 부럽네!~
노인2:“ 저 점집하고 아무상관 없는 사람인디
점보고는 그냥 내빼는 것을 보고는 ~
그걸 보다 못해 저 여시가 나서서 돈 받아준대
선돈 내야 점을 받아 준다고 각시마냥 앞장서서
돈을 받아 낸다는디
노인1:그 옆에 한놈도 똑 같어 독허들 못혀서 그냥보낸다는디
노인3: 아니 점보고 그냥 가는 놈들이 어딧어~
복채를 내야 복을 받지!~
어린 남녀 아이들 상아와 같이 장난을 한다
상아가 아이 들과 같이 논다
갑자기 할머니 한분이 소리를 지른다 노인 들 앉아있는 쪽
으로 달려간다
“아니 저 영감아!~
밭일하다 새참가지고 왔더니 안보여서 논바닥에서
지쳐서 디졌는 갑시 혼이 나갔네!~
혹시나 하고 내려왔더니 여기와 있네!~
저 영감 진짜 죽을 라고 환장했냐!
야!~ 이 영감아 내가 못살어!~
할아버지 얼른 달려 할머니를 따라 마을길로 간다
모여있던 사람들과 할아버지들이 모두 웃는다
노인4:“저잡것이 연장 패데기 치고 왔구만 그려~
아! 밭은 나중 메도 되지만 장날 상아는 봐야지
상아는 못 보면 엄청 거시기 허고 서운 허지!~
그럼! 그럼! 장날 하룬디!~
장날 하루 더 있었더라면 농사는 영판 끝이네
저런 미인을 돈 안주고 보다니 복이네
정말 오금저리도록 이쁘당께!~
노인5:“남자들은 이쁜여자 를 보면 힘이 생겨 안 그려!~
그러니 돈도 안내고 저런 미인을 보니 을메나 좋아!~
우리 엄앵란 보러 안가 상아있으면 되야!~
모두:하 하 하!~
젊고 어린 남학생들도 상아 곁에서 장난을 한다
정이는 만세와 시장 안에 있다
정이가 만세에게 상황을 이야기 한다
“상아 보려고 장날이면 어르신들이 자리 펴고
일삼아서 구경한다니까요~
“남자들은 이쁘면 저렇게 애나 어른이나 장날마다?!
상아씨 씰룩이는 엉덩이 보려고 하하~!
정이는 만세에게 질투 섞인 말을 한다
“당신 저 예쁜이 못 보시니 참 안되 셨네?
눈이 있다면 저 할배 들 속에 같이 앉았을 것인디
애나 어른이나 모두 최고 볼거리랑께!~
만세는 웃으며 어떻게 이쁜지 설명해봐
만세가 정이 팔은 잡아 당긴다
“난 눈감고 당신만 있으면 최고 복이요
다 연분이 있지
남의 여자 이쁘며 뭐하나 난 당신이 이뻐요!~
38) 봄 이 오면 1954
조선 산하는 일본 침약의 흉터를 회복해 간다
순천의 바람은 살랑살랑 구름을 밀어 준다
겨울 바위틈 가파른 언덕 할미꽃은 진한 색 을 머금었다
바위틈에 솜털처럼 덥혀 있다
‘온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구푸려서 바람에 감춘다
잉태한꽃을 보호하려 바위틈 솜털사이로 바람을 막는다
‘젊어서도 할머니 늙어서도 할미꽃’이다
이른 봄 산하는 바람이 매섭다
할미꽃은 부지런하게 봄을 부른다
노랑.흰.자주 색을 안고 가득 향 을 머금었다
할미꽃이 흔들거리며 머리를 살짝 들어 향을 날린다
그 향이 산하의 겨울잠든 곤충들은 잠을 깨운다
실개천 바위틈 개울 안에 개구리가 눈을 뜬다
정이의 집 창에 호발에 그림자가 창에 비친다
달이 올라 온다
호발을 드리운 방안은 아늑했다
정이도 살림 살이가 손끝에서 나오는 야무짐이 곳곳
집안에 가득하다
만세와 같이 흙벽돌을 찍어서 작은 창고하나를 늘렸다
종일 둘이서 저녁이 되면 나란히 누웠다
정이는 잠든 남편의 얼굴에 부빈다
모두들 우리처럼 행복하겠지
정이는 사랑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로 하는 사랑이 오리려 값이 없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하다
그게 사랑인 것 같다
잠든 만세의 품에서 볼에 입술을 찍었다
지붕위로 별이 창살로 쏟아질듯 비추인다
고운 별들도 사랑이라는 빛을 내리고 잉태하는
기운이 성성한 밤 이였다
별빛 때문에 잠이 깬 정이는 마루에 서 달과 함께
비치는 그 별빛을 마셨다
‘엄마 엄마 아브지!~ (늘 불러보는 편지다)
엄마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는데 이제 편히 쉬세요!
39)두만 과 만세의 만남
순천 시장에 샷시 건물이 깔끔하게 세워졌다
한해가 다르게 세상이 변한다
냉장고, 티비, 선풍기, 가전제품, 상가마다 불이 대낮같다
순천의 봄 바닷가 는 풍요롭다
산에서 훈풍이 불며 아지랑이가 내려온다
파래,와 돌김,다시마.들 계절마다 온도가 다른 해산물
키워 전복,을 양식 하여 풍요한 순천이다
꼬막, 과 쭈꾸미, 산낙지, 어패류,를 케어 팔아서
자식들을 가르키고 먹이고 교통비를 한다
자식을 새벽바람에 걸어서 학교에 가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케고 팔아서 자식의 교통비를 마련해야 하는
어머니들은 쉬지 못한다
바다와 산은 부지런 한사람들의 돈 밭이다
부모들은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한다
산과 들 바다에서 가져온 것들로 순천 시장은
늘 풍요롭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가전제품 대형 tv로 대도시 문명을 접하며 그들의
자유롭고 깔금한 삶들이 부러웠다
전자제품 앞 tv를 보느라 사람들이 넋을 놓았다
비릿한 시장의 냄새는 왁자지껄 하다
동네 아랫 뜸 사는 아짐 들이 장을 보러 왔다
정이와 만세부부도 약초를 지개에 지고 장을 보러왔다
만세 바라보며 아주머니 들이 아는 체를 한다
“하이고 저 ‘두월’사람 아녀 ?
아따메 신랑이 새신랑 같네 “
어디 저런 인물이 숨어 있었 등가 잉~
각시가 엄청 잘해주는 갑다~
정이는 힐끗 그 말에 대꾸하고 싶지 않다
좋은 말도 싫은 때가 있다
정이 자신은 점점 야위고 늙어간다
사람들의 좋은 말이 비아 냥 거리 듯 하다
사실로 만세는 점점 건강해 지고 새 인물이 났다
정이는 혹시라도 자신이 먼저 죽으면 만세가 어찌할까
생각을 한다
국수집,과 돼지국밥, 선지집, 대장간,에 사람들이 붐빈다
정이와 만세는 약초상인에게 값을 받았다
‘휴지’를 사서 만세의 지게위에 올렸다
‘문명’이 정이를 가장 만족 시켜준 것이 ‘휴지’다
부드러움은 화장지는 정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다
눈물 콧물을 한번 닦고 버리기도 아깝다
‘옹기 역술원’ 앞
옹기점집이 한가하다
상아가 없는 시장은 조용하다
상아를 구경하는 노인들 자리도 비었다
어떤 사람이 와서 상아를 데려 갔다고 한다
소문이 분분하지만 아는 사람은 없었다
소문은 영화배우가 되려고 서울로 갔다고 하고
남편이 데려갔다고 도 한다
누구첩이라고도 입방아를 찧는다
장날 만세는 옹기점 앞에서 서성인다
만세도 부모님을 넋에게 라도 묻고 만나고 싶다
늘 자신의 존재가 궁굼 했다
‘옹기점’에 상아가 없다
유리창에 메모가 쓰여있다
“상아 아짐 소식 모름”
40) 만세와 두만
그날은 장날이 한산하다
정이가 만세와 단지점집으로 들어간다
손을 잡고 담긴 단지를 고른다
정이는 안에서 작은 ‘시루’ 하나를 집었다
“우리 신랑이 뭐 하나 알고 싶다고 해서 왔시요!~
일부러 한산한 시간에 왔어유
정이가 만세에게 단지를 손에 들려준다
“이거 난 이게 좋으네!
만세가 정이가 건네는 단지를 더듬어 만진다
정아는 이것저것 을 만세의 손에 들려 준다
단지를 골라서 두만 에게 준다
‘두만이’ 단지를 받아들었다
‘두만이’ 단지를 만지며 손에 꼭 쥐고 한동안 말이 없다
의자에 앉은 만세가 말한다
“눈은 어릴 때 조금보이긴 했는데
고고 고아원에“ ~
급하게 말하려고 말을 더듬는다
두만은 단지를 내려 놓는다
“지난날은 생각할 필요 뭐 있습니까
인간으로 테어나서 잘살면 되는거지요!~
좋은 연분을 만 났네요
‘천상배필’이 무슨 뜻인지 아시지요
두분 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사주팔자’에도 소경고아’ 가 맞소
내가 당신 얼굴을 만져 보겠소!~
두만은 만세의 얼굴 을 더듬더듬 만지며 살핀다
“하이 참!! 혀를 약간 찬다
광성 두만의 모습을 불안하게 살핀다
정이가 긴장한 얼굴이다
순간 분위기가 모두 두만 에게 집중한다
두만의 눈이 자꾸 껌벅 거린다
“휴~ (깊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는다 )
시간이 없으니~바로 말씀드리지요
두분의 인연이 길지 않습니다
너무 짧게 남았네요!~
정이가 “아니 그게 무슨!~
만세는 “ (만세는 긴장)뭔 말여 좀 잘~잘 봐주시오!~
나 고생 많이 한 사람입니다
정이가 닥아 서며
“저 잘 좀 봐요 다른 단지로 고를까요!!
정이는 안절부절 이다
두만이 단지를 내려놓으며
“당신은 맹인이지만 복이 많소“
“모르는 게 약 일수도 있지만 아는 것이 더 좋소
여기 오신 것도 우연은 아니요!~
미리 알고 대비 하셔요
갑자기 헤어지는 것 보다 좀 이리 아는게 낫소!~
두만이 냉정하게 이야기를 이어 간다
정이는 멍하니 서 있다가 남편을 당긴다
두만이 “혹시 꼭 하고 싶었던 소원이 있소?
정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는 고아로 만나서 혼인도 안하고 그냥 살았지만
십 여년 살다보니까!~
남편이 늘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 제사한번 지내드리고 싶다
하길래 제삿날 정하려고 온 것 인디~
전쟁 때 억울하게 돌아가셨으면 갓난 아기 못 잊어
눈도 못감았을 것이고
배가 고파 돌아가셨으면 밤이라고 수북하게 떠 올리고
제사 한번 드리고 싶어서!~
두만이 광성 과 만세에게 한참동안 이야기 한다
정이는 밖으로 나가서 안을 보고있다
43)저녁 산골
정이가 수저를 들어 만세 손에 쥐어준다
“어서 밥이나 들어요
모진 일본 놈 손에서도 전쟁 때 도 안 죽었는디!~
점쟁이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요!~
정이가 ‘밥수저’를 들어 입에 가득 넣는다
둘이는 우울한 저녁을 먹었다
만세는 일찍 잠자리에 누었다
십여 년 동안 너무나 행복한 알뜰한 삶이였다
백발의 정이는 늘 앓는 소리를 한다
몸에 살이 없는 정이의 몸은 머리가 백발에다가
만세보다 열 살 많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부부라기 보다
아들같은 남편이다
단지 점집에 간 것이 후회가 들었다
정이는 백발 의 머릴 들었다
산과 하늘이 갑자기 낯설다
두월 에 꽃이 피고 새가 들판을 찾아왔다
달은 두월 천 에서 달이 올라왔다고 한다
길잡이 벗 새 들을 두월 천 달에 앉았다
달이 산 너머로 기울면 만삭된 여인처럼 두월천을
둥둥 물길 따라 떠 내려간다
푸르스름 달빛은 모든 생명들에게 낮과 다른 빛을
선물 한다
바람은 가지를 흔들어 고운 빛을 넣어준다
날아가는 새들의 뼈까지도 달빛에 투영 된다
길잡이 새가 정이 벚나무 에 잠깐 머물러 앉았다
새가 말을 시킬 듯 눈을 맞춘다
그렇게 앉았다가 자기말만 하고 날아간다
새가 말 을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고맙다
낮처럼 밝은 달의 밤이다
엄마랑 숨어지 내던 토굴에서 엄마의 냄새가 스친다
두월천 달을 보며 달나라 이야기 하시던 엄마였다
만세는 한 가족 부모형제 같이사는 집은 어떤 집일까
고아원에는 춥지 않고 배를 골치도 않았다
그러나 그곳은 가슴을 시리게 했다
흙더미 속에 자고 배고파도 산속이 편했다
그러다가 정이를 만났다
십년을 아내와 살을 부비고 한발짝 두발짝
만세는 불행을 잊었다
아내만 생각하면 행복하고 포근했다
혹시 꿈이 아닐까 꼬집기도 했다
만세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만큼 행복 했다
그리고 응석 부리며 아내의 사랑을 원 없이 받았다
초라한 외딴집안에서 모든 것이 초월된 사랑이였다
마술 같은 두월 의 성이 된 것이다
41) 만세의 전설
만세는 정이를 안고 누웠다
만세는 이제 정이 없이 살수 없다
아늑한 방이다
시름시름 앓는 아내에게 모든 약초를 달여 먹인다
만세는 정이를 기쁘게 해주려고 애를 쓴다
만세의 입담
만세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옥황상제님께서 ‘화가’를 찾고 있었다
순천에 살고 있는 ‘만세’가 그림을 잘 그렸다
그리고 만세를 하늘로 데려왔다
하늘에 닿으니 모든 것이 원래 집으로 돌아온 듯이
익숙했다
상제는 만세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그림을 보시고 칭찬을 하시고 아들로 삼았다
그리고 상제님 허락 없이 붓을 들지 말라 하셨다
그런데 선녀들은 자신의 모습들을 그려달라고 했다
모든 선녀의 말을 거절했다
그러나 상제님의 딸 둘이 있었는데 만세와 같은 또래였다
만세는 두 공주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상제님께 비밀로 하기로 하고 초상화를 그려주었다
동생공주는 질투가 많았다
온 정성을 다해서 그려주어도 매일 졸랐다
동생은 언니보다 더 예쁘게 그려 달라고 졸랐다
결국 공주 들은 매일 싸우다가 화가 난 동생이
만세에게 물감을 뿌렸다
그리고 눈을 멀게 한 것이다
만세는 후회 했지만 이미 늦었다
정이 “왜 친아들로 정하지 양 아들로 했어!
만세 “친 아들이면 하늘에서 벌써 날 데려갔지!~
정이 “아 그래서!~ 얼른 이야기 계속 해봐!~
동생공주는 떼를 쓰고 열흘을 울었다
상제의 명을 어기고 붓을든 탓 에 만세는
다시 세상으로 내려 가라고 했다
세상에 순천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그곳에
보내서 다시 부를 때 까지 있거라!~
하는 명령을 받았다 는 이야기
만세 “하고 당신에게 보냈다 는 이야기지!~
정이가 잠시 근심을 잊고 이야기에 심취되어 간다
정이 “오 그럴싸 한데!~ (만세얼굴을 쓰담으며)
하늘에서 오셔서 이렇게 잘 생겼구나!~
그래서 순천에 상아아짐은 공주인가?
하늘이나 이세상이나 똑같네~
자매끼리 ‘쌈박 질’ 이나 하고
상제님도 ’버르장머리 없는 딸들 때문에 골치
가 좀 아프셨겠다
동생 선녀인지 공주년’들을 쥐어 패고 싶다 하하!~
정이는 만세의 품에 가까이 기대고 웃는다
“우리 신랑을 속 팍팍 쑤시다니 못된 것 들! 흐흐
그들만의 웃음을 웃는다
만세 “내가 같이 살아봐서 아는데
공주도 선녀들도 상아 아짐처럼 다 예쁘지는 않아”
정이 “꼭 보이는 사람 맹키로 말하네!~
만세 “눈 뜬 사람은 보이는 것 만보지만
안 보이는 사람 마음을 더 잘 보이거든!~
난 ‘순천’이 참말로 좋소
내 사랑 선녀님!~
만세의 품에서 정이가 코를 바짝 들여 댄다
정이 “당신 말 하나는 참 거시기(이쁘게)허게 잘혀
눈에 뵈는게 없다고 있는 말‘ 없는 말’ 다하면서도
거기서 예쁜 말 만 골라서 하는 것을 보면
하늘나라 살던 사람 맞아!~
“하늘상제님 은 역시 다르시당께!~”
순천 두월에 “이정이”가 있는 것을 이마 다 아셨지
만세가 말을 거든다
“달이 숲에서 곱게 단장하고 올라온다는 어른들
시 나 글속에 아름다운 ‘두월평’ 달이라 하지 않소?
정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어지러웠겠다!~
만세 “엄청 어지럽고 거시기 혔지!~
둘의 밤은 깊어가고 아침이 온다
일상이 계속 된다
정한수
장독대에 정한수 에 정이는 몸을 숙였다
만세가 정이를 부른다
만세가 닥아 앉으며 정이에게 말한다
“한 가지 더 바쁜 일거리가 있습니다 선녀님!~
옹기점 보던날 소원이 있냐고 묻길레 ~
부모님 제사 드리고 나서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밥 한끼 대접한다했더니!~
정이가
“다 알고 있는 예기를 왜 하셔!~
만세가
“그 마당에서 ‘혼례식,도 겸 하라네
정이는 벌떡 일어선다
“혼례식도 같이?!!
42) 제사 (부모님을 뵙 는날 )
만세의 가슴은 그 뒤로 매일 뛰었다
세상에서 테어나서 보니, 거지, 소경, 이었다
분명 자기를 낳은 부모님도 계셨을 텐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고아원에 있었던 것뿐이다
세월이 갈수록 자신의 존재는 거지 일뿐이였다
그런 부모님을 혼백이라도 만난다니 가슴이 뛴다
몇 일을 밤잠도 오지 않는다
옷이라도 잘 입고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
‘두만’이 축문도 써주었다
부모님이 잘 찾아오시도록 좋은날을 받아준 것이다
살아서 오신 듯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야위어만 가는 아내가 더 걱정이다
좋다는 약초는 다 달여 먹였는데도 차도가 없다
정이는 늦잠이 깊은 잠이 들었다
문풍지 사이 바람이 들어온다
미명의 하늘은 아직 별들로 찬란하다
산 짐승 벌레들 새 둥지도 바람이 다녀간다
새벽별이 새벽이슬과 작별하듯 더욱 반짝인다
만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43) 두월마을 잔치
산길을 따라 정이집 으로 줄이어 마을 사람들이 올라온다
마당에 멍석들을 깔고 잔치마당을 열었다
제사상 이 차려졌다
‘지방’ 여덟 장 을 붙였다
‘순천댁’이 돌아다니며 음식상을 메꾼다
마을 할배 시작의 축문을 들고 읽는다
제사상 에 밥을 올린다
정이가 만세의 손을 잡고 술을 따른다
‘만세 아버지’라고 쓰인 수북한 밥그릇이다
만세가 묻는다
“어떤게 아버지 어머니 밥이여!~
만세는 떨리는 손으로 밥을 만지고 절을 한다
정이도 같이 만세 손에 술을 따르고 제사를 대한다
‘장독대’ 까지 제사음식을 가득 놓았다
할베 는 두만이 적어준 축문을 계속 읽는다
‘향’ 을 꼽고 마을사람들도 모두 절을 한다
마루아래 마당에서 머리들을 숙였다
서로 남의 설움에 눈물 짓고 울고 웃었다
달이 곱게 뜨는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 모였다
두월리 두월천 과 두월평 사람들이 왁자지껄
음식과 술을 나눈다
사람들이 집 마당으로 올라온다
소복혼례식
초례청 병풍 앞 에 촛불,과 술,과 닭,이 묶여있다
동네 어른이(이장) 말을 선포 한다
“하늘 땅 신 님 께 알현 드립니다
선한 이웃님들 모시고 잔치를 열었습니다
강 씨.이 씨 집안사람들 연을 맺는 혼례를 하려고
보고 합니다
천지신명 지상의 혼령이여 흠향 함복 하시고
무사 평탄한 복을 내리시옵소서
매년 음식 드리오니 매년 여기 오시옵소서
오늘 두사람 연분 맺고 이 마을 사람 된 것을 고 합니다
좀 늦은감 이 있지만 마을 사람모두 합절 드립니다
천지신명 허락해 주시옵소서“~~
이장님이 술잔을 높이 올려 하늘높이 예 를 다한다
“아내가 신랑께 먼저 절~하시오
정이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장님이 큰소리로 하늘에 고한다
“이승의 혼인을 허락하소서
이둘 이서 오늘 “부부 가 되었음을 이웃들과
공포 합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수 천수를 누리도록 도와 주시 옵소서“
“두분 이 맞절”!
혼례식에 동네 구경꾼 들이 둘러서서 빼곡하다
아낙들 시끌벅적 하다
“소복도 족두리 쓰니까 여간 이쁘네
그렇치 늙었어도 정이인물 좋으네!~
“이런 혼례식 도 참말로 볼만하고만!~
“나도 혼인한번 다시 하고 싶네
난 그냥 신발신고 걸어서 시댁으로 와서
그때부터 평생을 산에서 나무하고 불 때서 밥해먹고
그렇게 살다 늙었네 그게 시집여!~
먹을 것도 없는 부엌에서 끓일 것도 없이 을메나
몸서리나네!~
“아이고 그런디 자식은 하나 낳아야 허는디
“어쩌까 각시가 아기는 못낳것찌 쯔쯔 ,
“뭔 욕심여 산골에 혼자 살다가 늙을뻔 알았는디
서방이 하늘에서 떨어진거 같은디!
둘이만 오순도순 같이 사는 것이 더 무슨 욕심요”~
면장님의 덕담
여기저기 술을 뿌린다
“자 혼례 주 받으십시요!
“이 둘이 사는 날 까지 복되게 해 주시고
삼시랑 할메 님 술 받으시고 자손 들 많이 생길
많이 잡숫고 넉넉히 편안히 드십시요“
밤 대추를 정이와 만세의 소복 치마에 던진다
“아들딸 열만 낳고 천세 만세 누리 게나!~
잘들 사시게 조상님들도 좋아 하실것이네
남은 대추를 멀리 던진다 잘 살게나!~
동네 아낙들 에게도 뿌리며
“여기 오신 분들도 밤 대추 많이 자시고
자식 많이 낳아서 나라에 충성하는 효자
벼슬해서 가문을 살리는 자식들 번창하도록 해주십시요
시집 잘 가서 잘사는 효녀들 많이 낳고 잘들 사십시요!~
많이들 드시고 천복 귀복을 내려 주십시오
“하이고 격식은 다 차리는 고만잉!~
“뭔 밤 대추 를 저리 많이 뿌린다냐~
대추 먹고 이밤 을 어쩐다냐!~
면장님이 마당에 밤 대추를 멀리 멀리 뿌려준다
얼큰 취한 사람들이 들떠서 흥타령이 벌어 진다
‘장구’를 들고 나온다
흥소리 로 주고 받는다
“하이고 면장님 나도 장가 조까 좀 보내주쇼!~
“각시가 있어야 장개 든 공개든 가지 혼자 가냐~
면장
“야 아그야 ”거지도 선 볼 날 있단다“!~
술만 먹고 그러들 말고 항시 정신 차리고
어디 색시 있나 해서 말끔하게 하고 다녀봐
이복 저 복 해도 장가가는 복이 젤여!~“
징 울리고 북쟁이가 놀이마당이 펼친다
사물놀이
~얼쑤 꽹과리 장구들을 들고 나온다
동내 사람들 만세의 등을 다둑 이며 덕담을 한다
“이제 보니 복이 많은 사람이네
“자네한티 내가 오늘 배운 게 많네
내 배고픈 게 우선이고 날새면 먹고 자고
생각없이 살은 것 같네
조상을 나 몰라라 하고 덤벙덤벙 살았지
나도 올 농사 끝나면
조상님께 제사 한번 진심으로 지내고 싶고만~
이렇게 제사 지내면 잘 안 될 놈들 없것어!
“그럼 그러세 그려 우리도 모두 잔치하세 !~
고시레
순천댁 이 고시레 를 듬뿍 떼며 다닌다
“아따 오늘 짐승들도 잘 자시 것 네요
족두리와 사모관대를 쓴 만세와 정이에게 사진기가 번쩍인다
마을 사람들도 사진기 앞으로 모여든다
춤을 추고 먹고 마시며 흥 에겨운 사람들의 장구소리와
산골의 밤이 깊어간다
44) 산골의 아침 (늦가을)
만세가 정이를 안고 흔들어 깨운다
정이가 만세의 손을 꼭 잡았다
만세는 정이의 안고 방에 눕인다
45) 죽음의 길목 만추
혼례 한 달 후
정이 집 마당에 배,와 감, 대추,가 익어 가지가 늘어져
길을 막는다
정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마당 밖으로 나왔다
호발이 아침까지 걸려있다
만세는 오늘은 늦잠을 잔다
정이가 새벽에 올리는 호발에 자꾸 눈이 간다
흙벽에 혼례 사진이 걸려있다
걸어놓은 흰 복종이가 석가래 에서 날린
입추가 한참 지나도 낮의 햇살은 뜨겁다
순천댁 이 정이를 돌보느라 일찍 올라 왔다
정이가 방안 살림살이들이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정이는 살만큼 살았다
환갑도 지났고 혼례도 하고 동네분들 모시고 잔치도 했다
이제 한을 풀었다
다만 눈먼 만세를 남겨두고 간다는 게 좀 안타깝다
정이가 하루 하루 더 야위어 간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그날도 정이가 늦잡든 밖에서 남편을 부른다
아무 대답이 없다
정이 얼굴이 갑자기 굳어 긴장 된다
방문을 열었다
만세는 머리를 떨구고 누워있다
정이가 이불을 걷어도 누워있다
정이가 만세를 흔들며 부른다
만세는 일어나지 않았다
새벽까지 안겼던 체온인데 체온이 다르다
마당에 순천댁 은 놀라서 그릇을 떨 어 뜨린다
순천댁 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만세는 숨이 져 있다
정이는 믿기지 않아서 계속 흔들며 부른다
46) 두만의 옹기점집(겨울 눈)
‘컵에 향’이 올라온다
안경을 쓴 두만과 커피잔을 든 광성 둘이 머리가 하얗다
옹기점 밖은 사람들이 뜸하다
눈이 옹기마다 눈이 쌓였다
광성 “겨울이라고 단지들도 추운가보다
눈 모자 쓴 아그덜이 우리집 놀러온 것 같다~
여간 이쁜데?
안 그려 두만아 상상이 가냐 옹기종기 흰 모자!~
두만이 픽 웃으며
“그렇게 이쁘면 방에다 들여다 놔!~
데려다 이불을 덥고 같이 자던지!~
광성이
“내일모레가 춘분인데 뭔 눈 이와!~
일찍 핀 노랑 개나리 얼어 죽것네
뭐든 승길 급 헌 놈은 고생을 하거든!~
두만이
“단지들 눈 모자 노랑 개나리 걱정에 세월 다 보낸 너 는
평생 친구 눈 시중들고 살았으니 다를바 없다”~
광성이 말이 없이 밖을 보고 있다
두만이 말을 해놓고도 미안한 듯 머뭇하다
광성
“맘에 있다고 내가 상아를 어찌허것어!~
상아가 순천에 없으니 장이 텅 빈 것 같구만!~
두만
“그래 사람하나가 그렇게 큰 기운이 있다고
여자하나가 시장을 들었다놓았다 하다니 말이야
그래서 스타들이 있잖아
우리에게는 커피만으로도 과분한 인연이여!~
광성
“맛은 세상에 그런 맛이 또 있을까나!~
그런 의미로 우리도 연유듬뿍 커피 한잔 할까!!
두만 이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한다
“상아는
모진 시대를 겪었어도 모진일 피할 수 있었다
총칼도 남자들도 그 앞에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엄이 있지!~
광성 “그러니까 칼도 총도 피해가는 그게 뭐냐니까“
두만 “상아는 시간을 잘 알아서 않고 서는 일에 감이 있어
천복이라고 표현 하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알아!~
타임 라인이 달라
예를 들면 어느 어부가 배가 물에 가라 앉으면서
자기가 죽었는데 3일이 다되어 바닷가에 밀려
나와 있더래 추운 겨울인데 말이야
바다속에서 이틀 겨울바닷가에 하루 있었는데
광성“안죽었다고
그사람 지금어디 있어 아직도 있어?
두만“그러니까 동해바다가 얼마나 추우냐!~
떨병이 나서 한달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서
치료 후로 구십이 넘게 살고 있어!~
광성 상아의 가게를 바라 본다
두만은 작은 수첩을 광성 에게 건네어 준다
“언젠가 상아가 한번은 올거다
상아는 잘살고 못살고 문제보다
우리 보다 귀신들 하고도 더 친해!
언젠가 한번은 이곳에 올 것 이고만!~
그는 우리가 자기를 애타게 보고파 하는줄 다 알고 있지!~
광성이
“보고 싶기는 뭘”!~
광성이 낡은 수첩을 읽으며 놀란다
수첩에 독립군들의 이름 적힌 수첩이다
자금을 댄 사람들 이름들이 빼곡하다
“그럼 아버지가 독립군이 숨은 곳이 애련이네 장독?
두만 눈을 껌벅거리며 안경을 벗는다
“애련이 쓴 그 수첩에 독립군 루트가 있지
난 그때 어려서 보던 마을길과 간간히 들은 예기들을
거기 에 적었지”!~
두만이 아버지 수첩을 만지며 광성 에게 말한다
“우리도 말로만 들었던 회현 들판에 한번 가자
일본 놈 이 환장한 그 노을을 나도 보고 싶다
노을 색 을 자세히 말해주면 더 좋고!
광성 고개를 끄덕인다
“언젠가 상아기 온다면 같이 셋이 같이 가자 그곳
그 회현 들녘에!~
두만
“그러자!~
상아도 무척 좋다고 하겠지!~
47) 순천시장 장날(옹기점)
유리창안 모락모락 커피와 두만과 광성 밖을 본다
배가 불룩한 정이와 순천댁 이 장을 본다
광성이 두만 귀에 대고 만삭인 정이가 지나간다
정이는 순천댁 하고 나왔다
두만이 미소 지으며
“어 만세 처가 나왔어!~ 뭐 장보러 나왔나보다!
어때 보기에 건강해 보이지!~
광성이
“많이 야위어서 아이를 잘낳을지 모르것다
더구나 노산 이잖어 걱정이 되네!~
두만
“걱정 하지마 그녀의 사주는 ‘온기’가 가득해서....
아기를 낳아 잘 기를 것 이고만!~
48)늦은 입덧
정이의 입덧은 자신도 모르게 시작되었다
월경이 사라진지 오래 되었었다
두만의 점 때문에 만세를 남겨두고 떠날 것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설마 만세가 먼저 자기 곁을 떠나다니
입덧은 그전부터 였다
‘입덧’은 꼭 죽음의 길을 가는 듯 했다
몸이 부서질 듯 통증 과 맹물도 몸은 거부했다
의원이 “애기 맥이 같이뛰다“는 진단도 의심했다
늙은 여자가 아이가 배에서 뛰고 논다
태아가 커서 배가 불러와도 믿겨 지지 않는다
벽에 걸린 결혼사진 속 만세가 웃고 있다
남편이 따뜻한 품이 그리워 눈물만 흐른다
정이의 뱃속에 아기를 만지며 마음을 추스린다
하늘나라에서 만세를 데려갔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편하다
하늘상제 앞에 가서 눈도 뜨고 공주인지 선녀하고
살면 어떠랴!
평생 고생하며 더듬거리며 살았던 ‘두월’보다
눈뜨고 사는 하늘의 나라로 상제가 찾아서 갔다고!~
그가 지어낸 이야기 한 개 남기고 연분이 끝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십년의 인연이다
그러나 그 지어 놓고 간 이야기를 생각하면 정말 상제가
데려간 듯 홀연히 이른 아침 떠났다
아침도 안 먹고 가다니!~
그러나 한편으로 하늘에서 다시 올 것 같다
마음이 놓이고 편하다
조금 마음이 편하고 입덧도 그쳤다
49)정이 마당
정이는 아들을 낳았다
순천 댁 이 기저귀가 방 가득
기저기 천 을 손질하고 아기 저고리가 쌓여있다
빨랫줄에 기저귀 가 날린다
50)해남 화순 폐광 (2001)
밀레니엄이 시작되었다
전쟁의 모욕을 모두 잊고 상처도 아물어갔다
60년 후 일본은 탄탄하게 선진국이 되어서 잘산다
세계에서 늙은이들 을 잘 대접하는 복지국이다
남의 나라에서 짖밟고 가져간 살인자들
존경 받을수 밖에 없는 괴수들의 복지다
해남에서 광산 하던 사장은 전란 중 에 살았던
해남의 사진을 보여주며 폐광을 관광하러 왔다
화순 폐광을 둘러 본다
친일하던 머슴들의 안부를 물으며 한국말을
섞어 가며 지껄여 댄다
일본 놈 한 놈이 누구를 찾아 달라고 이름을 댄다
그때 일본 놈 ‘첩’의 안부를 물었다
우리는 너무 친절해서 그들이 내어 놓는 관광비에
성의를 다 한다
한과 얼이 서린 친절은 잊거나 모르거나
밀레니엄 시대들은 그들은 관광을 시킨다
유니폼과 선 그라스 를 끼고 화려하다
‘폐광’은 떠나던 날 그 손길 그대로 였다
후손은 아버지가 어제 떠난 듯 한 명반과 옥을 나르던
손길이 닿은 건축물 과 집기들을 만져 본다
모든 기물들이 그들을 기다리는 듯 하다
우리는 뭐 모른다 아는 사람들은 애만 탄다
나무는 벌써 자라서 그의 80년이 넘었다
숲속에 발견된‘옥매산’ 박아놓은 쇠말뚝을 빼어 내는 시간은
길고 길었다
지형과 조선의 정기는 그들이 말한데로 말뚝이 끊었다
밀리고 잊혀지고 죽었다
철근 콘크리트 에 박힌 쇠가 뽑히지 않는다
그래‘ 좋은게 좋은거니 지금은 바쁘니까
‘우선’ 현실에 밀려고 밀려서 또 밀린다
일본 관광객들은 벚꽃이 만발한 날
‘진도’ 의 ‘피섬’을 찾는다
‘피섬’에 가려면 ‘울둘목’ 에서 두어 시간 더 걸린다
명랑해전 때 실종된 일본 놈 들의 넋을 찾아온다
이순신 장군의 칼에 죽어 떠 밀려온 시체들이
피섬 에서 멈추어 둥둥 떠다녔다
피섬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도 그시체들을 건져
한곳에 묻어준 곳이다
그들은 매년 온다
마치 죽은자 들에게 존재를 알리듯 손 박수를 크게 치고
가져온 종도 친다
그리고 한참을 묵념을 한다
그 전쟁의 참상이 그려진 이순신 동상아래 관광메모리
를 보며 ‘명랑해전’을 믿지 않는다
‘울둘목’ 파도를 바라보며 크게 헛 웃음을 웃는다
50)양심의 잔재(2024)
그 때 처절한 굴복과 모욕을 견디며 짐승처럼 목숨을 붙인자
비열하게(98세 24년 현존 본인의 말)살아낸 시간들을
숨기는 것은 양심뿐 이였다
그 비열남은 ‘90’세 까지만 살고 죽으리라 했다
그러나 몸은 늙었지만 양심은 늙지 않았다
‘98’세 비열남의 양심은 쇠보다 강하게 삭지 않았다
그날 젊은 날 비열들이 나열되어 꿈에서 반복되었다
그놈들의 발굽아래 굽신 굽신 목숨을 구걸하던 그날
동족을 괴롭히는 참상을 보며 눈을 감았던 그 눈은
세상을 보는눈은 돋보기를 수없이 바꾸었지만
양심의 눈은 멀지도 않는다
죽어야지 하지만 그일을 털기 전까지는 더 흉한 몰골일것 같다
그날 동족을 죽이는 옆에 있던 곡괭이로 일본 놈 을
내려치지 못한 못난이 는 98세의 숨이 붙어있다
살 한 점 없는 노인의 가죽에서 남은 것은 양심뿐이다
그 비열을 묵인하고 간다면 조상들도 외면 하리라
난 그일들을 다 고백하고 이름까지 적어놓으리라
98세에 이 되어서야 그 일들을 털었다
그 날들의 일을
“나는 비겁하게 살았다”
‘비열한 독백’을 98세 가을 숨을 거두셨다
하늘에 맡기고 작은 독백이라도 솔직하게 남겨라
그리고 편안하게 남은 여생을 보낸다면
후손들은 용서로 풀어낼 것이다
그가 ‘비열한 독백’을 남긴다
2024년 에도 일본인들은 진도를 다녀갔다
더 많은 후손들이 진도에 와서 떠들어 댄다
조선광물로 무기를 만들어 조선을 침략하고
하등 동물 취급했다
민족‘유투버’들이 그들의 방문에 치를 떨었다
“우리들은 지금 일본의 관광 상품인가”
뭔가 작전이 필요하다
진도의 이순신 명랑해전이 적힌 관광 데크 를 돌며
울둘목 사건을 거짓이라고 믿지 않았다
우리도 놀랐다 60세 대 기업인이
이순신 을 모르는 일본인도 있었다
밀레니엄 세대는 과학으로 세상을 바꾼다
과학의 시간들은 잘살기 위해서 빨리 잊게 한다
현실과 과학이 묶여서 젊은이들은 과학 전쟁이다
함께 공존은 마음뿐이다
건강한 거머리,송충이,는 징그럽다
풀초 같은 이웃 조선을 갉아먹었던 일본
36년 아니 그 이전부터 꾸준히 모든 것을 겁탈 당했다
을릉도는 천년 전 부터 일본 놈 들을 막아낸 어부들의
묘지가 돌무지로 남아있다
이웃을 괴롭히고 갈취한 자원으로 잘 산다
우리천성(dna) 은 침략을 못한다
모든 조선은 일본의 관광상품 이다
그러나 돈이 될만한 관광상품 은 다양성이 없다
식민지 였던 나라에 싼 음식 먹고 쓰레기 버리고 간다
내연녀 들의 자손들 이 서로 안부 인사를 한다
이것이 밀레이엄이고 과학이고 세계화다!~
일본인 들은 매년 피 섬(혈도)에서
명랑해전 에서 실종된 수군들의 영혼에게 짝짝 박수로
제사를 지내러 왔다고 알린다
그들은 값이 저렴한 음식을 맘껏 먹고 즐기러 진도에 매년 온다
혈도는 소나무 군락지 사이사이로 붉은 암반 섬이다
모진 바람이 흙을 다 날아가고 태풍이 몰아쳐도
묵묵히 그날의 참상을 지켜본 천년송들은
암반과 얽혀 혈도를 지킨다
한여름 땡볕을 견디며 짠물에 굽고 휘어진 소나무들
비라도 내려야 하는데 바위틈은 고여진 물이 없다
‘혈도’ 소나무자태는 진도의 사람들을 닮았다
지금도 전기가 혜택을 보지 못하는 ‘혈도’이다
가구 수가 세 가구 였다가 지금은 두 가구가 산다
바위암반으로 전기 공사가 어렵다
거친 삶 긴 숨소리는 진도 창(소리)으로 들린다
울둘목 에서 물길이 빠르게 흐르다 휘어지는 곳에
혈도가 있다
명랑해전에서 일본수군들의 머리 잘린 시체들이
떠내려가다가 혈도에 멈추었다
그 시체들을 건져 섬 주민들이 묻어 준 곳이다
그들도 세상 잘못 만나서 망국의 혼이 되었다
묻어준 진도 주민들에게 고맙다는 보답을 하던지
살풀이를 해서 자기 바다로 넋을 데려가면 좋으련만
그럴 생각은 없는 듯 하다
우리는 귀신도 ‘살풀이’로 그들을 일본 바다로 보내야 한다
매년 떠들다가 쓰레기만 잔뜩버리고 간다
뭘 해도 그들의 근성은 이기적이다
흙이 되어 버린 망자들도 얼른 보내자
그들도 편안하지 않을 것 같다
진도에는 고운 이름을 가진 섬들이 몇 백 개가 된다
섬들마다 전설과 아름다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해가 뜨고 지는 하루‘물이 들고나는 물때’를 따라
물이 휘감아도 는 살아있는 우리들의 섬이다
도민들은 거친 일에 몰려 살다보니 목소리가 크다
밀물과 썰물의 시간에 따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 물길 에 목숨이 달렸다
어지간한 ‘오해’나 ‘화’는 소리로 풀어낸다
“싸울 시간 에 논다” 라는 말이 있다
싸울시간에 고기잡고
싸울시간에 논에가고
싸울시간에 묵쑤고
싸울시간에 사랑한다
힘든 하루 힘을 합해야 하는 삶들은
여럿이 하면서 노래를 하면서 풀어낸다
진도 섬 마을은 담수는 농사도 잘 된다
옴팡지게 애워쌓인 산 자락 가운에
해풍을 맞으며 자란 흑쌀 은 진도의 바람과 숨결이다
간간한 맛은 찰기가 있어 술을 빗어도 그 향이 맛이다
일본 놈 머슴살이였던 자손들은 다들 잘 산다고 한다
세월은 진도의 물은 슬픈 역사들을 빨리 지우고 흘러갔다
그렇게 지워주니 참 고맙다고 해야하나
‘사이좋게 살자 좋은 게 좋은게지!~
그 나라는 여전히 그 닮은 유전자들이 계속 태어나고
역사는 잔인한 그들의 관광지다
진도다리 아래서 가끔 ‘살풀이’를 한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살풀이’가 굿 이다
몇몇 노인들을 굿판에 모시고 젊어죽은 친구들을 만난다
하얀긴 종이를 대나무에 끼워 넋에 닿는 의식을 한다
바다에 흔들어 날리며 구천에 떠도는 넋을 부른다
만신의 입을 빌어 그의 소리를 듣는다
노인들은 지팡이에 의지하고 바닷길을 바라 본다
“이제 보니 내가 참 좋은 섬 에서 살았네”
늙으니 좋은 것이 더 많이 보인다
“쩌그도 쩌그도 다 겁나게 존 것인디”!~
이순신 장군님은 해남에서
진도쪽 을 바라고보 서 계신다
진도 맞은편은 해남이다
노을은 바다를 밤으로 끌고 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