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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Apr 12. 2024

보자기로 이기는 세상

세상을 평화롭게 지내는 가위바위보

보자기로 이기는 세상이 무슨 말이지?

네, 이건 가위바위보의 이야기입니다.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

가위가 이기는 때는, 가위가 보자기를 슥슥 자를 수 있다 생각해서고

주먹이 이기는 때는, 주먹이 가위를 쾅쾅 망가뜨릴 수 있다 생각해서죠.

그런데 보자기가 이기는 때는, 보자기가 주먹을 감싸 안았기 때문인 겁니다.

보자기는 주먹을 해치지 않고 이겼습니다.

!!! 뭔가 놀랍지 않나요?


불현듯 든 생각입니다.

내가 이제껏 누군가를 이겨보겠다고 해왔던 생각들은 겨우 가위와 주먹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별로 이겨본 적도 없으면서, 내가 쓰려던 방법은 상대를 생채기 내면서 이길 방법만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


분에 겨울 때엔 세상을 이기고 싶었죠.

나에게 해를 끼치거나 상처 준 사람들에게 되갚아주고 싶던 마음.

숱한 잠들지 못하던 밤들에는, 수십 년이나 오래된 분노의 감정들까지 다시 떠올라 끓어오르기도 했습니다.

주먹에는 적어도 주먹으로 맞섰어야지..., 나는 왜 당하고만 있었을까... 억울해지는 마음.

그러니 사람답게(?) 살려면 적어도 당하고 살지 않을 만큼은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세상의 사람들이 말하듯 내가 힘이 있어야 이길 수 있고, 심지어 아량도 베풀 수 있다 생각하면서 말이죠.

결국 나는 주먹이나 가위의 방법으로 승패를 보고자 했던 거네요.

이기거나 비기거나 행여 지더라도.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내가 가위일 상대는 주먹경우가 허다했고,

이기고 지는 사회의 제도 속에서는 내가 힘이 없다는 걸 들키지 않고 지내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나보다 더 약자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몰래 위안 삼으면서.


그런데, 어쩌면.

이기고 지는 것은 애초에 없었을 수 있어요.

내 생각에, 내가 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지고 살았습니다.


0.3mm 꽃마리가 사는 세상엔 이기고 지는 게 없습니다


세상을 평화롭게 지내는 가위바위보.

봄이 되어 땅을 뚫고 올라온 연한 초록의 것들,

자세히 보면 곱지 않은 것이 없는 작은 풀꽃들.

이들의 세상에는 이기고 지는 것은 없을 겁니다.


보자기가 주먹을 이길 때의 방법.

보자기는 주먹을 이길 생각도 없이, 이기려 아등대는 주먹을 안쓰럽게 안아버린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주먹은 속수무책 안겨버린 게 아닐까.

그러니 넌 졌지. ^^

보자기만이 져도 상관없었고, 이길 필요도 없는 걸 알아버린 유일한 난 놈이 아니었을까?!






봄기운이 온 세상을 보자기처럼 환하게 덮어버린 봄날에,

이 봄기운에 당할 자는 아무도 없을 거란 생각으로.

봄기운에게 속수무책 안겨버릴 마음으로,

평화를 기꺼이 누리는 마음으로, 마치 주먹의 마음으로 글을 써 봅니다.


봄기운에 속수무책, 기꺼이 안기는 봄날들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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