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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Apr 19. 2024

봄을 맞는 사람들

우리는 우리를 위하며 산다

30분 남짓, 걸어서 출근하는 길가 아파트 모퉁이에는

검정봉다리에 깐 마늘이며 깐 쪽파, 깐 도라지, 깐 땅콩 등 제철 푸성귀를 바닥에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더 이상 아스팔트 바닥의 냉기를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 오자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봄이 되어 연둣빛 세계란 이런 것이다! 하고,

하루가 다르게 연두를 뽐내는 시절. 4월이 왔다.

매일 걷는 길가에서 만나는

어제와 달라져있을 꽃과 풀이 기대되는 계절.

꽃과 풀이 마법처럼 자라나자,

모퉁이에 할머니도 검정봉다리 봉다리에 냉이, 달래,

쑥과 미나리 두릅 등을 담아 다시 나오셨다.


아, 겨울 동안 할머니가 안 나오신 건 바닥의 찬 냉기만이 이유가 아니었구나.

봄이 되어서야 다시 들고 나올 푸성귀들이 생기는 거였구나.


긴 겨울 동안 할머니는 무얼 하면서 겨울을 나셨을까.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봄을 기다리며 지내는 거였구나.

할머니도 나도, 너도, 우리 모두. ^^

당연하고도 조용한 깨달음에 연둣빛 미소가 번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수많은 작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참으로 우리를 위하며 지혜롭게 사는구나... 깨닫는다.

글을 게재하는 그 부지런함도 멋있지만,

백가지 모습으로 자신을 위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반갑다.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브런치의 매력이니까.


우리는 부단히 자신만의 봄을 일군다.

모두가 조금씩, 날마다 하루씩, 자기를 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현명함이 놀랍다.

세상의 기준에서 부대끼던 체기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남들과 같아야만 편해질 수 있다고 믿던 결기를 스스로 깨뜨린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에는 그런 부단한 노력과

자신만의 행복을 일궈내는 소소하고 특별한 자취들이 녹여있다.

그 고백들이 담겨있다.

어느 누군가에겐 나의 글도 그러한 고백으로 보이리라.


모두가 각자의 빛남을 찾아내는 과정이 삶이라면,

각자의 즐거움을 찾아내는 일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면,

남은 날들이 더욱 소중해지는 새 봄이다.


매일이 즐겁지는 않다.

모든 순간이 행복하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히 있다.

반짝 웃는 순간과 찰나에 스미는 감사.

단팥빵의 앙꼬가 우리에게 분명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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