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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Apr 23. 2024

행복의 고백

작은 피조물의 행복

습도 56%, 체감온도 17.5도, 동풍 3.2m/s.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모두 좋음.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내가 길을 걷고 있다.

이 완벽한 날씨의 봄날, 걸음을 걷던 나는

아~ 행복해. 나도 모르게 툭 고백하고 말았다.

항복이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그분이 의도했던 봄의 세상은 아마도 이런 날이었으리라.

이 습도와 온도, 쾌적하고 상쾌한 바람, 찬란하게 투명한 햇빛.

그분이 마련해 놓은 완벽한 세트장에 기쁘게 머물고 있는 피조물, 나.

그 또한 당신의 섭리에 포함된 것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러했으리라.


이 봄날을 감탄해 줄 이가 없다면,

분주한 새의 지저귐을 들어줄 이가 없다면,

들판과 동산에 피어나는 봄빛을 표현하려 애써볼 이가 없다면,

이 좋은 날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이가 없다면...

그분께서 참으로 섭섭할 일이겠다.

그러니 오늘,

나는 이 행복을 기꺼이 고백한다.  


이 날씨가 불러온 행복은 바이러스처럼 모든 이에게 퍼졌으리라.

오늘 우리들은 조금 더 너그러울 것이고,

조금 더 괜찮을 것이고,

많이 헤프게 웃을 것이다.




나는 특별한 날들을 모은다.

이 행복을, 기억하고 저장해 둔다.

그렇지 못한 날들에 내가 꺼내먹을 오늘.

그렇지 못한 날들에 내가 다시 기대할 행복.


내 기억에 있는 습도과 온도, 풀꽃의 향기.

내 볼과 손끝에 스친 바람.

살아있는 나를 감사하게 만드는 오늘을 기록한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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