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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May 10. 2024

봄은 어디에나 있다

시기적으로 언제까지를 봄이라 해야 할까?

겨울 동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써왔던 브런치 연재글을 어디에서 멈춰야 할까...

꽃들이 지고 있는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고민이 되었다.


노랑과 분홍, 연분홍. 선명한 색색을 뽐내던 꽃들이 4월에 있었다면,

5월에는 흰색의 정령들이 주인공이다.

아카시아와 찔레, 이팝나무, 조팝나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나는 5월엔

코끝마다 달콤한 향기가 가득하다.

그러니 5월 밤.

검은 장막을 두른 채 달달한 숨을 내뱉는 이 계절의 밤은

누구와도 사랑에 빠지게 만들만한 정령이 정녕 있다.


5월의 신록 아래를 걸으며, 남아공에서 날아온 젊은 영어선생님에게 날씨가 참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녀도 말했다. 남아공에서는 9월이 한국의 5월과 같은 계절이라고.

꽃들이 모두 피어나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했다.

그곳에서는 9월이 계절의 여왕인 거구나~.

나도 끄덕이며 그곳의 봄을 상상했다.


그러네... 우리에겐 3월부터 5월의 봄이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9월에 꽃들이 피고 봄이 오는구나.

결국, 봄은 어디에나 있구나.

다행이다.

1년을 돌아 만날 봄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봄은 어디에나 있었네.

봄은,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온 세상에 봄의 기운을 뿌리고 다시 우릴 찾아오는 거였구나.

봄은 어디에나 있고, 모두의 것이었다.


그리곤, 그녀가 묻는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면, 계절의 왕은 언제라고 생각해?

응?? 왕? King?

처음 받아온 질문에 생각해 본다.

계절의 왕이라... 이건 나만의 답이니까, 아마도 8월인 거 같아.

가장 더운 계절에 무성한 초록이 세상을 덮어버리는 계절.

나는 그때의 초록은 정말 힘이 세게 느껴져.

무엇이든 다 삼켜버릴 만큼 위력이 느껴진달까.


여왕이어도 좋고, 왕이어도 좋다.

아니, 여왕이 아니어도 왕이 아니어도 좋다.

모든 계절은 그 계절만의 존재 이유가 있으므로.




향긋한 바람과 함께 봄이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봄날은 어떠셨을까요?

그리고 여러분에겐 어떤 계절이 여왕이고 왕인가요?


무릎이 꺾였던 지난날의 나를 일으켜 세워줄 힘을 줬던 매화의 향.

그 강렬함이 '봄의 약속'을 써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봄의 끝자락을 지나가는 지금도, 훗날에 다시 또 새 봄이 올 거란 사실은 두근두근 설렙니다.

새 봄은 새 기운을 선물처럼 몰고 올 테니까요.


누군가에겐 진초록 여름의 어느 날이 두근두근 기다려질 수 있겠습니다.

초록 잎들의 향취가 강렬한 여름날, 특별히 가졌던 희망이 있다면요.


날마다의 하루가

다시 돌아오는 계절들이

찬란한 태양의 빛이

그저 당연하지 않은, 새로운 축복으로 느껴지는 날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봄의 약속' 연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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