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약속
띵똥!
약속대로 봄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 약속은, 글쎄요.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꼭 지켜질 약속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3월 한 날, 갑작스런 한파에 폭설이 내린 날에도 우린 믿었죠.
그럼에도 봄이 곧 올 거야. 곧 매화가 피겠구나.
그러니 나는 적어도 살아있는 날의 새 봄마다 봄을 예찬할 것 같습니다.
봄이 찾아오는 속도를 측정해 보니 시속 4km였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끄덕끄덕. 그럴 법한 속도 같습니다.
그 설레는 봄을 가만 앉아 기다릴 수 없어, 봄을 만나러 내려가봅니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제법 봄이 더 내려앉아있거든요!
벚꽃을 보기 위해 남쪽으로 더 더 내려가다 보면 믿어지지 않게 아랫녘에 환하게 피어있는 꽃무리를 본 적 있지 않나요?
봄은 정말로 남쪽에서부터 차락차락 믿음직스럽게 전진해 옵니다.
어제는 노란 산수유를 찾아 아랫녘으로 한 시간 정도 달려가 보았습니다.
말 그대로, 달려가서 보았습니다. 산수유를요.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 가만 기다리지 못하고 이리 호들갑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찮아요. 더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가서 보는 건 만고의 진리니까요!
노오랗게 내려앉은 산수유의 무리에서
대지에 충만한 봄의 기운을 보았습니다.
여름에게도 가을에게도 겨울에게도 쓰지 않는 말. 기운.
겨울 언 땅을 뚫는 여린 초록의 그것처럼,
봄은 기운입니다. 아직 물도 오르지 않은 나뭇가지가 새삼스레 달리 보이는 이유. 봄기운 때문이죠.
내가 그렇게 남쪽으로 달려 나가 봄을 먼저 만나는 이유도 어쩌면 기운을 받고 싶어서겠죠.
봄에게 받는 기운은 새 포대에 담아보는 새 마음 같습니다. 올 한 해도 잘 지내보자는 나와의 약속.
새 봄에게 새 기운을 받아, 쭈욱~ 마음에 기지개를 켜보려고 합니다.
땅에 바람에 공기에 스며든 봄의 기운을 마음에도 한번 담아보려고 합니다.
봄은 언제나 새로이 찾아오는 약속된 기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