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만난 울림

by Suno

몇 해 전 겨울, 온 가족이 함께 제주에 오래 머물렀다.

멍멍이 두 마리까지 동반하는 여행이었기에 그 시간을 떠올리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하다.

그러니...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 맞겠다.


'제주에 오래 머물기'는 특별한 계획 없이 어느 날은 서쪽으로, 어느 날은 동쪽으로.

매일의 일정은 날씨나 상황을 고려해서 즉흥적으로 정해졌는데, 정해진 계획에 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매일매일에 마음에 평화가 왔다.

계획형 인간들이 처음으로 누리는 자유로움이었달까.


그날의 목적지는 작은 딸이 제안했다.

작은 딸이 좋아하는 가수의 사인앨범이 마침 성산포의 어느 작은 레코드점에 팔고 있다 했다.

그래! 가보자.

성산포 구석의 작은 책방과 작은 레코드점.

처음 만나는 제대로 갖춘 음향장비가 내는 소리에 아마 나는 놀랐을 것이다.

스피커 중간에 놓인 의자에 나는 자동으로 딱 붙어 앉았고,

원하는 노래를 틀어준다는 직원의 친절함에 신청곡을 넣었다.

백예린의 '산책'을 신청했는데, 친절한 직원은 노래를 듣는 동안 보라며 앨범집도 가져다주셨다.


익숙한 노래의 첫 소절이 울리자, 터져버린 내 눈물.

그리움 같기도 하고, 슬픔 같기도 하고, 낯설고 뜨거운 감정이 내 안에서 매우 소용돌이쳤다.

그 순간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들었다.

3분 30초의 노래가 끝날 때까지.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 듣던 그 노래가,

모든 소리가 살아있는 완벽한 사운드로 재현되어 제주의 작은 레코드점에서 들렸을 때.

나는 행복하면서 슬프고, 슬프면서 행복했다.

시간도 공간도 분리된 듯한 그날의 3분 30초를 잊을 수 없다.

그것은 굉장히 진하고 응축된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 순간을 돌이킬 때, 나는 너무 행복했다 고 문장으로 표현한다.

쉽게 자주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물론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행복에 유리하지만,

뜻하지 않게 만난 어떤 순간은 평생을 두고두고 꺼내 먹을 행복이 된다.


내 행복상자 속에서, 나중에 꺼내 보아도 빛이 바래지 않을 순간을 나는 자주 만나고 싶다.


절박한 어느 순간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주마등처럼 자신이 지나온 강렬한 순간들이 스쳐간다고 말한다.

그 주마등의 필름 속에 있을 나의 순간들을 가끔씩 나는 소환해 본다.

'제주의 레코드 점에서 행복한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나'는 나의 흘러가는 주마등 필름 속에 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뜨겁게 행복했다.





** 제주에 가면 다시 가 볼 곳으로 그 레코드점을 다시 찾아갔을 때엔 작은 서점만 운영할 뿐 레코드점은 운영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