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그거 참 좋더라

뜨겁고도 따뜻한 연애.

by Suno

살면서 나의 자존감을 살찌워준 은인이 몇 명 있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나 자신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는 바보였을 때,

자기도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엄청나게 꼬수운 마음을 있는 대로 다 퍼 준 사람.

그 사람이 내 첫 번째 은인, 내 남편이다.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은 보통 자기가 가진 걸 저울질한다. 자신의 시간도 재고, 주머니 속 형편도 잰다.

그건 일종의 본능에 가까운데, 자기가 준 걸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계산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

손해라는 말은 상처라는 말로도 치환되는데, 자기가 내어 준 것보다 상대가 마음이나 표현을 덜 준다면

우리는 그에게서 상처를 받았다고 표현해 버린다.

과연 우리가 받은 건 상처일까.

우리가 재고 계산한 건 물질일까 마음일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 혹은 연애는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다.

연애 없이 결혼을 한다. 등등의 다양한 선택지가 있겠지만,

부디 연애는 하지 않는 선택은 없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연애는 참 좋은 것이더라.


나는 단 한 번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 두고두고 참 안타까운 경우이지만

그동안 간접적으로 드라마와 영화, 혹은 지인들의 연애사 등을 통해 알았다.

단 한 번의 연애를 한 사람치고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연애할 때 그는 재는 법을 몰랐고, 자기가 가진 게 얼만큼인지도 모르면서 있는 대로 퍼 내어주기에 바빴다. 어디 니 진심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두고 보겠어! 도도하고 새침했던 마음은 허한 속이 따뜻한 스프로 채워지듯 점점 온기가 들고 든든해졌다.


알고 보니 모두가 그런 사랑을 하는 건 아니었다.

연애를 하고 사랑은 하더라도, 불꽃을 튀기고 나면 결국은 재고 계산을 하는 거였다.

사랑도 손해보지 않는 사랑을 하고 결혼은 더욱더 그런 것이 되었다.

우린 서로 뭘 몰라서 그런 사랑을 주고 그런 사랑을 했다.

뒤집어 말하면 서로 가진 게 많지 않아서 잴 게 별로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재지 않는 마음을 모두 내어주는 걸 나는 고스란히 느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거였는지 평생을 두고두고 고마운 일이 되었다. 그건 우리가 살면서 지지고 볶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하는 중심이 되었다.


이로써 나는 한 번은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자아존중감.

내가 내 발끝의 돌부리를 미처 살피지 못했어도 그는 내 발끝을 봐주었다는 신뢰.

내 인생에 온기가 돌았다.

사랑은 부드럽게 온기가 돌면서 동시에 뜨겁다.


부디. 사랑을 할 때 저울을 잠깐 내려놓아보길 바란다.

저울질 없는 사랑은 서로에게 전달된다.

따뜻하고 기분좋게 속을 덮히는 뜨거움.

그 경험이 평생 꺼내어 마음을 덮힐 온기가 되어줄 것이니 결코 손해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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