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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Nov 10. 2023

진천 낙화놀이 :
불꽃놀이와 다른 가을 밤의 낭만

이왕이면 여행하는 삶!

매년 봄, 경남 함안에서는 낙화놀이가 열린다.

숯을 매달아 태우며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방식의 불꽃놀이인 셈이다.


낙화놀이를 본 사람들의 말을 빌자면, 낙화하는 불꽃들이 보는 이에게 뭉클한 감동도 주더라 했다.

낙화놀이가 뭔지를 전혀 모르다보니 "감동을 주더라"라는 말만 호기심으로 남아있었다.

감동은 내가 솔깃해지는 단어니까.


올 가을 충북 진천에서는 처음으로 낙화놀이를 열었다.

진천의 특산품인 참숯을 활용하여 진천 지역축제에서 낙화놀이를 재연하는 셈.

이왕이면 여행하는 삶을 택한 우리가 가봐야 할 곳이었지.


지역축제가 한창 무르익고 낙화놀이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서였다.

언제나 나를 여행자로 만들어주는 남편과 온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데도 밤 추위는 꽤 매서웠다.

낙화놀이는 그런 쌀쌀한 밤에 어울리는 놀이!


밤 8시, 드디어 참숯에 불을 붙이고, 낙화놀이가 시작되었다.


달까지 휘엉청 밝았던 밤.

참숯에 하나씩 불을 붙여 길게 늘여진 줄에 매달고, 차례 차례 건너편으로 보낸다.

(이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양끝에서 사람들이 계속해서 숯에 불을 붙이고, 줄을 당기고 있다)

낙화놀이가 진행되는 바닥에는 물을 고여두어 불빛이 반영되도록 만들어 두었다.


불꽃들이 줄을 타고 움직이면서 바람에 잔불이 날리는 모습을 즐기는 것.

그게 낙화놀이더라.


내가 그동안 보았던 건 불꽃놀이 뿐이었으므로, 나는 불꽃놀이를 좋아했다.

큰 규모의 불꽃놀이를 보러 도시로 가보는 게 위시리스트이기도 했을 만큼.

깜깜한 밤하늘에서 작은 불꽃이 큰 불꽃으로 확 퍼지면서 사그라질때면 지 모를 것들이 안타깝고 그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게 불꽃놀이의 매력같았다.

멀리서 보아도 잘 보이도록 크게 터트릴수록 멋진 자본주의의 걸작.


낙화놀이는 불꽃놀이와 달랐다.


불꽃놀이가 굉장한 소음과 함께 요란한 화려를 뽐내는 것이라면,

낙화놀이는 서정적이었다.

낭만이 있었다. 매우.


수백개의 숯에 불이 붙어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들리고,

수천 수만의 작은 빛이 물에 비쳐 흘러내린다.

나무가 타는 소리와 나무 태우는 냄새가 함께 있는 축제랄까.

진한 추억이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다. 소리와 냄새 그리고 빛이 함께 있으므로.


함께 모여 구경하는 사람들이, 소리를 모아

- 흔들어주세요~~~

하고 말하면,

줄을 잡은 어르신들이 둘, 셋! 하고 촤르르 줄을 흔들어 불꽃을 폭포처럼 만들어주던 것은

덤으로 받는 즐거움이었다.


우와~ 하는 소리가 터진다


불꽃놀이의 위세등등한 화려함에 따라오는 엄청난 굉음과 고약한 화약 냄새에 비한다면,

낙화놀이는 참으로 무해하고 순수한 축제였다.

소곤소곤 타오르고, 사분사분 사라졌다.


불꽃은 밤을 배경으로 꽃처럼 반짝이고, 바람의 방향대로 살아 움직였다.

반딧불이가 떼로 춤을 추면 저런 모습이려나 싶기도 하고,

참 서정적이구나, 마음으로 감탄하게 되는.


밤이 더 깊어 낙화놀이가 끝나고 무리를 빠져나올 때엔 온몸이 추위로 경직되어 있었지만,

추운 날에 서로 의지하며 불꽃이 흩날리는 모습을 보는 경험을 추천한다.

낭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더.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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