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o Dec 01. 2023

노을 만나던 날 1

우리 동네 노을

멋진 노을을 보면 행운을 만난 듯 기분이 좋다.


(해 뜰때 보다는) 해질녘을 좋아해서, 일부러 노을을 찾아 떠난 적도 여러번 있지만

내 뜻대로 노을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 날 날씨가 맑았어도 노을이 멋지기에는 운이 따라야했고,

날씨가 흐렸다면 아무리 먼 길을 갔어도 노을은 만나지 못했다.

날씨, 습도, 바람, 구름의 양, 해지는 시간.

모든 조화에 운이 맞아야 볼 수 있는게 노을이다.


제주에서 한달을 지냈던 적이 있다.

거의 매일 제주의 노을 명소를 해지는 시간에 맞추어 찾아갔지만,

제대로 된 노을을 만난건 손에 꼽을 만큼이었다.

그만큼 노을은 내 맘대로 만날 수 없다.


그러니.

여행지에서, 혹은 동네 산책길에서도 노을을 만나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 중에서도 우리동네 노을을 만날 확률이 가장 높다.

거의 매일 걸으러 나섰기 때문에.


저녁 산책을 나섰다가 노을을 만나는 날엔, 행복을 얻어오는 기분이었다.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가을이 오면,

노을을 보는 데 늦어버릴까봐 맘이 바빠지곤 했다.





먼저, 여름에 만난 우리동네 노을을 소개한다.


천사의 날개가 하늘에 떴다고 생각이 들었던 노을.

나 혼자만 본 모습이 못내 아쉬웠던 기억이다.


매일이다시피 걸었던 둑방길.

혼자였던 적도 많고, 남편이 옆에 있었던 날도 많은

천번은 넘게 걸었던 우리동네 산책길.


여름해가 질 무렵엔 사바나의 노을처럼 물들기도 했다.

노을을 보던 날엔, 구름이 다양해야 멋진 노을이 되는구나 알게되었다.

흔한 해질녘 풍경.

이 사진만 봐도 나는 이 시간의 공기를 상상할 수 있다.

선선하면서 먼 들에서 피우는 들불 냄새도 맡아지는 공기.

어느 날엔가는 이런 모습이 펼쳐져서 놀랐다.

오로라가 펼쳐지는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함께 산책하며 만났던 노을.

이 사진을 보면 그날의 우리들의 분위기가 모두 떠오른다.

이 모습을 보고 잘 찍어보겠다고 서로 카메라를 들이밀던 추억이 남았다.





결국 사진을 찍는 이유도,

추억을 모아 두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담는 그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