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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Dec 19. 2023

첫번째 인연 : 꽃기린

우연한 인연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나의 베란다 정원에 입실한 첫번째는 꽃기린이다.

아직 정원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시작되지 않았을 때, 우연히 맺은 처음 인연.


꽃잎안에 꽃술이 금이 박혀있는 듯하다



중고 장터에서 '꽃기린 대품'으로 올라와 있던 이 녀석을 보고,

훅~ 마음이 동해 한달음에 달려가 안고 왔었다.

수형이 참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이 녀석 꽤 잘 생겼네~~!


몸집은 커다랗게 잘 생겼는데, 깨져있는 플라스틱 화분에 비좁게 자라고 있던 모습.

내가 널 데려왔으니, 내가 잘 돌봐줄게!



알고 보니 꽃기린은 어디에서나 자주 보이는 참 흔한 식물이더라.

그 전에는 꽃기린이 예쁜 줄도 잘 몰랐다.

내가 키워보기 전에는 별 관심도 가지 않던 식물이다.

뭔들 안 그렇겠냐마는.


꽃기린  꽃대가 3단까지 층층이 피어오른다는 사실도 내가 키워보고 처음 알았다.

내 정원에 꽃기린이 있으니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된다.


이제 내 식구가 되었으니 좁은 화분을 버리고 큰 화분으로 옮겨주겠어.

토분에 분갈이를 해주니 근사한 옷을 빼입은 것처럼 보기 좋게 되었다.

이 녀석, 인물 훤~ 한 것 좀 보게.

뉘 집 자식인지 참 자알 생겼다~ 하면서.



빨간 꽃기린을 자꾸 보다보니, 흰 꽃기린도 눈에 자꾸 보이네.

(너는 마치 인공지능인가?) 휴대폰은 이미 내 마음을 다 읽고 있었다며,

어느 날 짠하고 중고 장터에 올라온 흰색 꽃기린을 만나게 된다.


이리와 너도, 우리집 가서 같이 살자~


흰색 꽃잎이 해를 듬뿍 받으면 연분홍으로 변한다


꽃을 피우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아주 더디다.


흰색 꽃기린을 처음 데려왔을 때 잎만 빽빽하게 무성한 초록이였다.

너무 많은 잎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할까 싶어, 잎과 가지를 많이 쳐내주었고

볕도 충분히 받도록 자리를 내어주었다.


여름 내내 흰색 꽃기린 꽃을 기다린 것 같다.

여름끝이 되어서야,

하나, 둘 씩 흰색 꽃기린이 꽃을 내기 시작했다.

아유.. 고마워라. 아유. 예뻐라.

어쩜 그렇게 한송이 한송이가 예쁜거니?



구름이 뭉게뭉게 높이 올라왔던 늦여름.

터줏대감처럼 꽃기린 둘이 자리잡은 나의 베란다 정원의 모습.






초록 일색인 베란다에서 붉은 색을 내는 건 꽃기린 뿐이어서 그런가.

베란다로 들어서면 눈길은 언제나 꽃기린에 먼저 간다.

어쩌면, 내가 처음 데려온 인연이기 때문일 수 있겠다.


우연한 인연이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왔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나의 베란다에는 꽃기린 말고도 여러가지 꽃들이 함께 뽐내고 있다.

꽃기린을 데려오는 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베란다 정원을 꿈꿔보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 시작이 있었기에 그 다음이 가능했다.


우연한 만남이 새로운 길을 인도한다.

그러니 새로운 길을 만나는 것을 너무 고민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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