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o Dec 26. 2023

설레는 첫 만남 : 삭소롬

기다리는 모든 시간이 응원이 되길

 삭소롬.

 어쩜 이름도 이렇게 예쁠까...?



나눔 장터에 제일 흔하게 나와있는 식물이 삭소롬이었다.

그만큼 키우기도 쉽고 삽목이 쉽다는 아이.


보랏빛 꽃송이와 낭창하게 휘어지는 꽃대가 어여뻐서,

3,000원에 포트를 하나 업어왔던 게 지난 7월이었다.


잘 키워봐야지. 꽃 인심이 후하다잖아~


그 아이를 데려오고 4개월이 지나서야 꽃대를 만났다.

"양쪽 겨드랑이에서 꽃대가 삐죽이 삐져나온다"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지 언제나 궁금했는데~

드디어 내가 상상한 그대로 ㅡ 양쪽 겨드랑이에서 꽃대가 삐죽이 나와주었다.




꽃대를 보고 난 이후의 내 마음은 온통 삭소롬에게 쏠려있었음은 물론이다.

날마다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란, 정말 반할만한 삭소롬이었다.

보랏빛도 어쩜 이리 찡하게 어여쁜지...


말이 4개월이지,

아무런 징후도 없이 무성하게 잎만 자라는 삭소롬을 기다리는 일은 희망고문 같았다.


난 이 녀석의 꽃을 본 적이 없으므로,

이 녀석을 믿고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

혹시 내 삭소롬은 무슨 문제가 있어 영영 꽃을 안 보여줄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삭소롬을 기다린 시간 4개월.

삭소롬을 기대한 4개월.

삭소롬을 아직 신뢰하지 못했던 4개월.

우리 사이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무성한 잎만 자라던 그 시간들도 너에겐 꽃을 만드는 시간이었구나.



기다림 만큼이나 설레게 만들어준 삭소롬.

행여 다음번에 꽃이 더디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본 확신의 꽃망울을 알고 있으므로.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은 고되다.

시간에 맞춰 오던 버스가 제 때 도착하지 않아도 인내가 필요한 법인데,

그게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되면 훨씬 어렵다.

그 사람이 피울 꽃을 믿고 기다려주는 일.

그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게 사랑일 것이다.



To.  딸래미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너도 나도 알 수 없어서.

그래서 기다리는 일이 막막하고 고되지만,

기다림 끝에 삭소롬처럼 너만의 꽃대를 올리는 날이 오길 바래.

함께 기다려줄게.


함께 기다리는 시간을 우리는 응원이라고 부르잖아.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   




이전 08화 첫번째 인연 : 꽃기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