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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o Jan 03. 2024

나를 자유롭게 하소서

결핍에 매이지 않는 사람

새해를 맞는 마음으로 새해의 바램을 기록해 본다.

작가는 모름지기 글로 남기는 사람 아니겠는가.


새해 인사를 나눌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따뜻한 말을 건넨다.

그 인사를 나눌 대상이 몇 없다는 사실에도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나라는 사람은 어찌 이리 옹졸할까.

두루두루 둥글둥글 살지 못할까.

어른이 되어 내가 바라는 자아상을 가진 이후에는 오히려 몸집이 커지는 자괴감을 안고 살아간다.

나는 왜 내가 바라는 나와 다르게 살고 있을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모나고 각지고 서툴고 옹졸한 내 모습을 직시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면서 굉장히 그럴법한 핑계도 찾았는데

나에겐 보통의 사람보다 결핍이 많다는 것에서 이유를 찾았다.


식물이 자라는 환경으로 비유했을 때,

그 식물에게 맞지 않는 어떤 조건을 나는 결핍으로 보았는데,

그 결핍이 그 식물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겉모습이 덜 건강하거나, 수형이 곱게 자라지 못했거나, 잎이 오그라들어있거나, 뿌리가 건강하지 못하거나...

그로 인해 생긴 외형과 내형의 결정체가 그것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 나는 통계값을 확인하듯이, 나만의 통찰력으로 그 사람을 보았다.

저 사람에게는 저런 결핍이 있고, 그에 따른 작용과 반작용이 그 사람을 만들어왔구나.

그 작용과 반작용의 결과로 나와 더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결국 나는 둥글둥글하지 못했으므로, 나와 비슷하게 각이 진 사람과는 충돌하는 지점이 많았다.

충돌하는 불편함을 피하느라, 나는 둥글둥글한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근근이 살아간다.


그. 런. 데.

결핍에 매이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저런 사람이 있구나!

그냥 성격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지켜봐 왔었는데,

그가 어느 날 말하길. 웬만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 말이 믿어졌다.

내가 옆에서 보아도 그래 보였으니까.

그의 성격이 좋다는 것과 별개로, 그는 기본값이 평온했다.


혹시 그에게는 아무런 결핍이랄 게 없었을까?

남은 경우의 수는 그것뿐이었는데,

그의 어린 시절 얘기를 들어보니, 타고나길 그런 기질이었나 보았다.

충분히 속상할 수 있었던 얘기가 그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표현되었다.


그의 모습과 그의 얘기가 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 덕분에 며칠 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새해.

해를 맞이하러 나선다.

새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 마음을 얻는다.



한데 모여 탄성을 내지르며 각자의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한 곳에 모아지는 그곳에서,

나의 마음에서 올라온 목소리는

"나를 자유롭게 하소서"

결핍에 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매이지 않음으로 평온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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