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갖고 있던 허접한 트리를 버렸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더 이상 트리장식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오판이었다. 그마저도 없으니 오히려 아이들은 제대로 된 더 큰 트리를 원했다. 결국 아이들 설득에 넘어가 트리를 구매했다. 각자 고른 오너먼트를 정성스럽게 달고 전구에 불을 밝혔다. 겨울이 한층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트리를 보니 크리스마스가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이 트리의 전구는 설치한 첫날만 불을 밝힐 수 있었다.
우리 집에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있다. 학교에서 배운 선생님 말이 전부라고 믿는 아이다. 학교에서 교통 법규에 대해 배우고 온 날에는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깜빡거릴 때 절대 뛰어서 건널 수 없다. 마음이 급한 엄마를 붙잡고 훈수한다. 마땅히 다음 신호를 기다려 건너야 하는데 어른인 엄마는 그것도 모르냐고. 플라스틱 쓰레기로 바다 생물이 고통받고 있는 영상을 보고 온 날에는 집에 페트병에 담긴 음료가 있는지 냉장고를 살펴본다. 이제 이런 음료는 마시지 말자고 다짐도 한다. 비록 편의점에 가서 달콤한 음료수를 보면 저도 모르게 집어 들지만, 그 순간엔 진심이었다. 늘 기후 온난화에 대한 걱정이 많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트리를 구매했던 즈음에는 하필 ‘전기 아껴 쓰기’에 대해 배우고 왔다. 트리는 샀지만 트리를 밝히기 위해 전구에 불을 키는 건 전기를 낭비하는 일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오는 크리스마스이브에만 전구를 켜겠단다. 괘씸하다. 평소 저를 키워준 사람은 염두에 두지 않고 일 년에 한 번 선물 주는 산타할아버지에게만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하다니.
"그래도 하루에 5분만 켜볼까?"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러다 보니 잊고 넘어가는 날도 있고, 점점 전구에 불을 켜지 않게 되었다. 작은 전구가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게 예뻐서 개 중 비싼 전구로 골랐는데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 집 트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간 낮에 불이 들어온다. 워낙 밝은 빛이라 낮에 불을 켜도 예쁘다. 몰래 키고 바라보니 트리의 불빛이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어린이들 덕분에 이 나라의 미래가 밝다. 어른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