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타임이라는 달콤함
분명 정말 맛있었는데 이상하다. 먹으면서 애들 생각이 났었다. 혼자만 맛있는 음식을 먹은 게 미안하기도 했고 애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뷔페다. 어린이는 성인 요금의 반값이라 가성비도 좋았다. 방학하면 함께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맛있게 먹을 생각에 들떴다. 빈 접시에 어떤 음식을 채울까 고민하며 음식 앞에 섰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오니 이제야 음식의 붉은 색깔이 눈에 들어온다. 매운 소스가 발라져 있는 고기. 마라향이 나는 스파게티, 감바스에 들어있는 고추, 심지어 국수 코너는 짬뽕이었다. 또래보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둘째는 먹을 게 없었다. 신나서 따라왔는데 자기만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하니 실망이 컸을 것이다. 투덜거림이 시작되었다. 조금만 먹어보라며 애원하듯 권했지만 아이의 짜증 섞인 반응에 나도 금세 지쳤다. 빵과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우는 게 낫겠다. 아이를 디저트 코너로 보냈다.
이제 내가 먹을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하나씩 먹어보는데 이상하다. 맛이 없다. 분명 그때와 똑같은 음식인데 이럴 수가. 이유는 알고 있었다. 기분 탓이다. 조건이 달랐다. 그때는 애들이 학교 간 사이 잠깐 짬을 낸 점심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식당이 있어 들어간 곳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 더 좋았다. 게다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상대는 내 말에 귀 기울여주고 나를 배려해 주는 어른이었다. 그렇다. 이 음식이 맛있었던 것은 아이들 없이 친구와 함께 누리는 호사였기 때문이었다. 이제 안다. ‘자부타임’이라는 달콤함이 가장 맛있는 조미료였다는 걸.
*자부타임: 육아맘들이 아이와 남편 없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함. (자유부인 타임의 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