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과 함께 서귀포, 7일 차
오늘은 어느새 일주일 차! 역시 놀기만 하다 보니 시간이 훅 갔다.
체력이 진짜 진짜 진짜의 한계에 다다라서 오늘은 좀 쉬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역시나 습관대로 7시 반에 눈을 뜨고... 10시 반까지 빈둥거리다가 12시까지 다시 잠을 잤나 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땐 좀 어지러웠는데 12시까지 자고 일어나자 컨디션이 좀 나았다.
여기저기 카톡을 보내고 빈둥거리다 보니 2시가 되었다. 햇살에 부서지는 썬 캐처의 햇빛과 바다가 너무 눈부시게 좋은 날씨였고. 아름다운 광경에 숙소의 풍경과 바다를 영상으로 조금 찍었다. 이래저래 뒹굴거리다가 준비를 하고 늘 나가는 길에 지나가며 보기만 했던 "앤유"카페에 가기로 했다.
멀리 맘먹고 가긴 힘드니까 나름의 힐링으로 집 근방에만 있기로 생각한 것이다. 준비를 다 하고 2시 반인가 넘어서 나왔다.
최대한 천천히 게으름을 부렸을 때 그 시간 즈음이 되는 거 같다. 내일은 진짜 진짜 종일 집에만 있을까 봐. 힐링이 아니고 매일 행군을 하고 있어.... 폴 타고 산 타고 바다 가고 주상절리 가고 난리부르스였으니까 힐링이 필요하다. 절실히.
또다시 올레 7길을 걸어오는데 오늘은 올레길 초입에 웬 노랑 고양이가 뒷모습으로 긴장감 없이 있다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난간 너머 풀숲으로 넘어가는데, 참으로 그 모습이 어리석기 짝이 없었다. 서울의 매운맛을 모르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고양이였다.
그렇게 바다와 올레 7길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고, 앤유에서 한 시간 정도 엄마와 통화하고,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화요일에 예약하고, 음료 마시고 하다 보니 4시 반 정도가 되었는데,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막상 나오니까 또 다른 카페에 가고 싶어 졌다.
"귤꽃 다락"이라는 카페가 주욱 가면 나왔는데 바다가 아니고 귤 뷰라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지만 신경 쓴 느낌이 많이 나고, 괜찮다는 리뷰를 보고 가보기로 했다.
라스트 오더가 5시 45분이기 때문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앤유 카페에서 귤꽃 다락까진 대략 26분 거리
하지만 바다가 또 보고 싶어서 다시 올레길을 반대편으로 걸어 숙소 쪽을 통과해 걸어갔다. 오후의 그 길은 또 다른 맛이 있었고 반대 방향으로 가는 뷰는 느낌이 달라서 몹시 즐거웠다.
다시 숙소 쪽을 통해 올라가는데 이번엔 검은 턱시도에 긴 양말을 신은 고양이가 또 바보같이 내쪽을 향해 오다가 갈피를 잃고 당황하는 거다.
나한테 간식 달라고 애교 부리러 오는 줄 알았는데 본인이 내쪽으로 왔으면서 더 당황하더라. 평화로운 냥이들 같으니
다시 주욱 올라서 귤꽃 다락 쪽으로 가는데 카페에 거의 도달해가는 5시 16분쯤 또 상담이 들어왔다.
별 기대 없이 멀리 걸어갔는데 도착한 카페는 상상 이상이었다. 가게 구석구석이 너무 정성스러웠고 인테리어가 정말 정말 예뻤다.
메뉴도 귤 양갱이라는 눈을 사로잡는 메뉴가 있어서 원래 커피 메뉴에 레몬 어쩌고 케이크만 시키려고 했는데 세 가지를 안 시킬 수가 없는 비주 얼의 시즌 메뉴 귤 양갱이었다.
뷰만으로도 그랬는데 메뉴를 가져오자 더 엄청난 비주얼이었다. 내가 처음 잡았던 엄청 이쁜 자리가 포토존용 자리였어서 다시 좀 더 구석의 자리로 갔는데, 그쪽엔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상담 손님도 마침 또 답장이 와서 메뉴는 좀 먹어보고 상담을 하고 싶어서 5분 후인 5시 반으로 상담을 미루고 사진을 좀 찍은 후 우걱우걱 먹었다. 메뉴까지 먹어보고 나니 여긴 진짜 꼭 다른 사람 추천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귤 양갱이 정말 귀엽고 탱글하게 생겼는데 맛은 훨씬 더 뛰어난 것이다! 양갱이라는 틀을 깨고 굉장히 상큼하고 탱탱한 젤리 푸딩 같은 느낌의 디저트였다! 포장해가고 싶을 정도야.
케이크도 상큼하니 맛있었고 한라산 말차 라테도 느끼하지 않고 다른 메뉴들과 잘 어우러졌다. 시간만 있으면 푸딩 양갱 두드리는 영상도 찍는 건데 바빠서 일단 썰어서 먹는 장면만 좀 찍었다. D랑에게도 추천했기 때문에 같이 가거든 두드리는 영상도 찍어야지!
다만 그 자리가 카드 펴기 좋은 자리가 아니어서... 후다닥 먹고 상담 자체를 좀 열악하게 허리를 돌려 준비를 해야 했다.
준비하는 동안 반대편엔 대략 6명 정도의 남녀 손님이 있었는데 여자분들이 내가 오자 사진 찍으러 나갔다. 그 후에 남아있던 남자 둘의 대화가 너무나 솔직했다.
여자분들은 저 뒤 포토 스폿에서 사진을 찍겠다며 굉장히 신나 있었는데, 여자분들이 들뜬 채로 떠나고 남은 남자분들 말로는, 아 왜 이렇게 힘들지 한라산 가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대화에 너무 웃겨서 귤 양갱 먹다가 순간 아찔해서 웃음을 참았다. 진심 빵 터질뻔했다. 한라산은 다리만 겁나 움직이면 되는데 여긴 거기보다 더 힘들다는 거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겨. 나중에 남자 친구 생기면 너무 힘들게 하진 말아야지. 여자분들 입장도 이해가 가고 거기 남아서 한라산 가는 것보다 사진 찍는걸 다 맞춰주는 게 힘들다는 남자들의 모습이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귀엽고 재밌었다. 힘들어도 맞춰주는 마음이 따뜻해서 그 대화가 한층 웃음이 나면서도 좋았다.
20분 상담이기 때문에 재빨리 준비를 해서 작은 상에 어떻게든 펼쳐서 상담을 했다. 카드를 펼치는데 생각보다 상황에 잘 맞게 풀이가 되었나 보다.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분 마음에 드는 다른 운이 있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새 여자분들이 신나게 와서 다른 사진들을 더 찍고 왁자 왁자 단체로 떠들다가 떠나셨는데, 거기 있는 이쁜 거울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하는 이야기도 귀여우셨다. 카페서 카드 펼치면서 키보드 두드리고 있으니까 유투버같이 보였나 보다. 오늘 옷도 약간 검은 프릴 블라우스에 빅 진주 귀걸이가 끌려서 하고 가서 약간 관종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여자분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유투버님이랑도 사진 찍을까 이랬는데. 나는 너무나 일반인이다…
상담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만 그땐 유투버로도 보였다는 이야기로 들렸기 때문에 소심한 관종인 나는 뿌듯했다. 유투버 괜찮을지도
뭔가 그 무리분들은 다 너무 귀엽고 재미있으셨다.
상담 끝나고 나니 6시가 조금 넘었고 6시 반에 가게가 마감인 데다가 가려고 계획한 고기 국숫집이 마감 주문이 7시라 6시 15분까지 남은 메뉴를 흡입하고 서둘러 훠이훠이 나왔다.
카페에 사람이 꽤 있었는데 마감시간이 가까워져서인가 나올 때 보니 가게에 아무도 없었다. 일하시는 분도 굉장히 예쁘신 세련된 분이었는데 꼭 또 가야지.
숙소 근방의 UDA카페에 이어 베스트 카페 1위로 순위가 올랐다. UDA는 솔직히 메뉴의 맛이나 스페셜함은 좀 떨어졌지만 뷰나 가게 분위기가 너무 사기라서 플러스플러스 점수고 귤꽃 다락은 메뉴도 다 특별하고 맛있는 데다가 가게 구석구석이 이뻐서 포토존도 많고. 아기자기한 것이 서귀포에서 어디 카페를 가야 하나 하면 귤과 바다 두 가지 테마로 그 두 군데는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아닐까 싶다.
월드컵경기장 근방의 카페로 가기 위해 (약 16분인가 거리) 겁나 빨리 걸어갔다. 고기국수도 있긴 했지만 어제 전복 고기국수를 못 먹었기 때문에 바다에서 난 무언가의 메뉴가 더 끌렸던 것 같다. 네이버 메뉴를 보니 보말 국수라는 게 있어서 고기국수(9000원)이 아닌 보말 국수(13000)를 먹기로 했다. 6시 34분인가 40분에 도착
약간 바다 쪽으로 가야 해서 길도 깜깜하고 무서웠는데 뭔가 카페가 너무 좋고 상담도 잘 끝나서인가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몇 분 오셨냐는 이야기에도 한 명이라고 상큼하게 대답하고 사람이 없는 쪽으로 자리를 잡고 잘 앉았다.
피곤하다 좀 자고 내일 써야지
보말 국수를 시켰다. 그곳에 계신 분이 친절하게 서빙도 해주시고 앞접시도 주셔서 더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곳의 보말 국수는 치자로 색상을 내고 미역과 보말을 넣어 끓인 방식이었다. 안타깝게도 살짝은 비린내가 났다. 하지만 양도 푸짐하고 국수도 안 붇고 맛있어서 후추를 뿌려 다 먹었다. 그곳의 사장님은 나올 때 친절하게 귤 하나도 주셔서 굉장히 행복해졌다.
근데 너무 많이 먹고 너무 걸어서인지, 기운이 없었어서인지 헛구역질이 났다. 약간 비려서 그런가 셋 다의 이유인가... 속이 좀 안 좋아진 나는 산책 및 소화를 위해 걷기로 했다. 그 국숫집이 폴을 배우러 다니는 동네 근방이었기 때문에 이마트에 요가할 때 입을 바지나 보러 가기로 생각하고 이마트로 입문했다.
귤도 보고 라면도 보다 술 코너에서 M이 갖고 싶다는 한라산 소주 세트도 발견하고 구매. 소주를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내 취향의 남자분도 마주쳤다. “라면이 어딨지” 하고 혼자 중얼거리시던데, 어딨는지 친절히 알려줄걸. 하지만 도를 믿습니다처럼 혼자 라면이 어딨지 하는 것도 수상하고 이미 인간에 대한 신뢰가 약간 없는 상태라 그냥 내 요가 바지나 찾으러 길을 떠났다.
예쁘고 좋아 보이는 물티슈를 대기업 프리미엄으로 싸게 구매하고, 요가 바지를 찾으러 가는 길에 크리스마스라고 전구를 파는 것도 구경했다. 이번에 나름 언니들과 친구들도 오니 그걸 사서 꾸며서 나름 느낌을 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략 13900원이면 내 스타일인 거 하나 살 수 있었다.
참... 요새 12월 가까워졌다고 가게들마다 캐럴이 난리다. 별로 지금 사랑이 잘 풀리는 상태도 아니고 애인도 없기 때문에 다 부질없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는 나름 좋기도 하고 복합적인 마음이다.
저번에 봤던 편해 보이는 바지도 7900원에 할인가로 겟하여 마트를 나왔다. 한라산 소주 세트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짐이 묵직해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이마트 쇼핑백도 구매하고 뒤뚱뒤뚱 나와 9시까지 오픈이라는 J 추천 빵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들렌과 필마까레? 들어본 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는 그런 빵이 맛있댔다. 그 옆에 올영도 있기 때문에 겸사겸사 들릴 생각이었다. 필마까레(?)는 없고 크루아상이 맛있어 보여서 초코 마들렌과 레몬 마들렌을 하나씩 사고 초코 크루아상을 사자 마감시간 서비스라며 오리지널 크루아상을 하나 더 주셨다. 세상 마상. 진짜 너무 행복해졌다.
음식점에선 귤을 여기선 크루아상을 주시니 더블 행복. 올리브영에서 팩도 두 개 사고 버스를 타러 가는데,
네이버 지도가 또 버스가 한대뿐인 걸 소개해줬다. 버스 많은 쪽으로 가려면 스벅 근방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거기 간 김에 스벅 커피도 제주 특별 메뉴를 테이크 아웃해가기로 생각하고 들렀다.
의외로 두 개뿐인 줄 알았는데 제주음료만 여섯 가지고, 빵이랑 샌드위치 등등 엄청 많더라. 그래서 그중 J가 생각나는 비자림 콜드 브루를 일단 테이크 아웃하여 (친구 E의 선물 카톡 쿠폰 사용) 이마트 봉투 안에 한라산으로 잘 야무지게 고정하여 세워서 빵이랑 같이 담아 버스를 탔다. 그 앞엔 울 숙소 근방에 오는 버스가 많이 지나다닌다.
스벅 쿠폰도 많은데 여기서 파는 메뉴 하나씩 다 먹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여기가 아니라도 갈 카페들이 너무나 많긴 하지만. 한정판에 약한 나로선 육지에서 다른 메뉴를 먹느니 여기서 쓰는 게 낫겠다 파가 되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또 생각보다 맛있더라고.
집에 지친 채로 와서 물이 얼마 없지만 좀 버티고 내일 사기로 마음먹고 짐 정리하고 카톡을 좀 하다가 잠이 들었다.
폰을 처음으로 야외에서 두 번이나 떨어뜨린 하루였는데.
처음엔 두 번째 카페로 향하는 길 버스정류장 근방에서 케이스 끼운 채로 떨궜다. 그땐 그나마 이 범퍼 케이스 모서리로 떨어져서 어휴 하고 말았다.
하지만 두 번째 귤꽃다락에서 좁게 상담하다가... 케이스 안 끼운 채로 떨궈서 심장 몹시 빠르게 뛰었다.... 아휴 물욕이 뭔지. 그냥 폰이 떨어졌을 뿐인데 심장이 아프더라
내가 멍드는 것보다 더 그래서 참 기분이 이상했다. 물론 핑크색에 6년 만에 바꾼 이쁜 아이폰이긴 했지만. 내 몸 다치는 것보다 마음이 아프다니. 소중한 폰이니 조심은 해야겠지만. 나도 소중한데 왜 그렇게 차이가 나나 싶었다.
어쩌다 보니 요가도 화요일이고 폴댄스도 화요일이라.
언니들 오기 전에 월요일은 진심 풀로 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