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여행 *7] 귤정원

서귀포 귤과 함께, 8일 차 2021.11.29

by 천백희

어느새 서귀포에 온 지 꽉 찬 1주일이 되었다. 소개받은 남자분은 우리가 카톡으로 연락한지도 일주일 됐다고 이야기하시던데. 당장 그분의 연락에 큰 의미를 부여한 상태가 아니라 특별한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요새의 컨디션 자체가 건조하기 짝이 없는 상태가 되어서 그 멘트도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나 연애하기 틀렸나. 지금 행복하긴 하지만.

제주 올 때 친구들이랑 오는 게 아니라 혼자 오신다던데...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뭔가 나 만나러 오시는 느낌이라 당황스럽기도 했다.

E와의 약속도 아직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일 다시 확실히 물어봐야지. 숙소도 어느 쪽으로 잡으실지 갈피를 못 잡던데. 친구들이라면 여기서 머물고 가라고 할 텐데 그런 사이가 아니라 뭐라고 답하기 곤란했다. 막상 만나면 마음에 드는 분일까? 하지만 지금은 다 귀찮아 다 싫어 상태야. 차를 렌트해서 오신다고 하니 E가 그때 못 온다면 나름 가보고 싶던 지역에 편히 가볼 수는 있을 거 같은데. 당장은 대책 없고 아무 생각 없고 모두에게 관심이 없는 상태다.... 아휴... 지쳐 지겨워 다 싫어... 왜 이렇게 된 거지... 제주 온 지 일주일 차인데 너무 바쁘게 돌아다녀서인가? 회복은 아직인 느낌이네. 마음의 여유는 꼭 제주에 와있는다고 차는 게 아니긴 하지만.

11:11
오늘의 아점
뷰 맛집 홈카페

내일 밤에 과언니들이 올 예정이기 때문에. 오늘도 느릿느릿 한 12시쯤 일어나서 뭘 좀 먹고 집을 치웠다.

J픽 크루아상에 어제 조금 먹고 남은 스벅 비자림 콜드 브루 그리고 마들렌을 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 오리지널 크루아상 빼고 다 먹어버렸어. 마들렌 특히 이건 사서 우리 과언니들 웰컴 기프트로 줘야겠다.

오늘은 뭔가 어제보다 더 더웠다. 곧 12월인데... 선풍기 틀어놓고. 이것저것 치우고 물티슈로 먼지들 닦고 테라스 상 세 번 닦고 (물티슈 사길 잘했다.) 화장실 타일들 매직 스펀지로 좀 닦고, 머리를 먼저 감은 후 머리카락 다 치우려고 청소기도 빌려서 빡빡 밀고, 베란다도 밀고 청소기로 나방 치우고 (마음의 큰 숙제 제거) 치우고 나니 그래도 깔끔하고 처음 와서 짐 풀 때처럼 좋아졌다. 잡동사니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좋아!

날이 너무너무 좋아서 또 땀이 났지만 깨끗해진 집에 기분도 업업 운동화 하얀 부분도 조금 닦아놓고

집에만 있기 또 몸이 근질거려서 (역마살 트리플 같으니) 준비를 하고 오늘은 가볍게 핑크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집을 나왔다.

오늘도 눈부신 범.섬. 의 풍경

여기서 좀 가면 있는 곳에 동백이 핀 "숨도"라는 석부작 박물관과 그 안의 카페가 계속 인스타에 떠서 가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또 올레길 7길로 내려가 바다를 보며 도로로 올라왔는데 오늘따라 뭔가 또 힘들어서 그냥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걸어서 30분 거리라 어지간하면 걸어가려고 했는데 일어나서 집을 진심으로 치우고 와서인가 에너지가 없었다. 택시로는 5분 거리라 약 3500원 정도면 갈 수 있으니까 그냥 탔다. 택시 아저씨가 멋스럽게 창문을 열고 너무 신나게 바람맞으며 태워다 주셔서, 내렸는데 머리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안 걷고 차를 타고 오니 에너지가 남고 왠지 더 신나져서 입장료를 내고 안내를 받은 후 정원으로 들어갔다.

석부작 박물관 내
석양을 받은 감들이 영롱하게 열려있다.

석부작 박물관이랬는데 돌은 관심이 별로 없어서 비닐하우스에 일렬로 4줄로 된 돌 조금 보고 여러 정원 귤나무들과 동백을 열심히 찍었다. 12월이 동백 철이라는데 아직 만개는 아니지만 꽤나 많은 동백꽃에 자리를 잡고 햇빛을 받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 한쪽엔 귤나무, 한쪽엔 동백이 이쁜 길도 있고 참 잘해놨는데 1 귤 1 동백 길은 내가 셀카 괴상하게 찍어서 이쁜 길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여기 온 친구 중 한 명은 거기 가고 싶어 할 것 같다. 그 정원은 엄마가 딱 좋아하실 스타일로 한라산도 잘 보이고 한쪽은 바다도 보이고 귤나무도 엄청 많고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잘 꾸며놨더라. 다음 주쯤이 만개 예정이라는데 딱 말 그대로의 상태였다.

정원에서 셀카도 나름 찍고 카페에서 입장 시 주는 20프로 쿠폰을 사용하여 귤잼 스콘과 청귤 에이드를 마셨다. 5시 반이 마감 주문, 6시에 닫는데 내가 근 4시 반에 도착한 데다가 구경하다가 근 5시에 도착해서 기다리다 허겁지겁 또 메뉴를 먹고 20분쯤 나왔나. 카톡으로 친구들한테 사진도 보내주고 스콘도 자르는 영상을 찍고 다시 정원에 들어가 좀 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특히 귤반 동백반 길) 나오는 방향으로 나오는 바람에 그냥 그대로 나와서 내려왔다... 5시 40분 정도에 나온 듯.

나온 직후에 있는 공간도 살짝 비탈에 있어서인가 뒤로 보이는 한라산과 반대로 보이는 바다의 풍경이 너무나 조화롭고 이뻤어. 석양이 지는 시간이라 핑크색으로 물드는 하늘과 야자수의 모습이 참 신비롭고 예뻐. 숙소 근방 바닷가 올레길로 다시 와서 석양을 보고 싶었는데 내려오다 보니 이전에 찾았던 카페가 하나 또 있는 거야! 너무 이쁜 외관이 나타나서 저기가 어디지 했는데 서귀다방인가 하는 갑자기 힙하게 있는 카페였다. 홀린 듯 길을 건너가 메뉴를 시키고 카페 내부를 찍고. 사실 주문제작 케이크가 주류인 카페지만 제주 석양 티가 상당히 맛있고 백향과가 들어가서 상큼하고 좋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거기서 글을 쓰거나 하진 못하고 집으로 왔다. 아 오늘은 한 것도 없고 4시쯤 천천히 나왔는데 왜 이리 피곤한 건지. 나의 체력이 상당히 걱정되는 상태이다.

카페 “서귀피안”
레터링 케이크 주문을 받으시는 것 같다. 레터링 케이크도 너무 귀엽고 예뻐!

오는 길에 밥 먹으러 가기도 귀찮고 이미 배가 불러서 요 앞 슈퍼에서 물 두병이랑(하나는 미지근한 내용, 하나는 냉장 고물) 까까랑 김만 하나 사서 오는데 그 가게 아저씨께서 나를 기억하시고

귤은 왜 안 사냐고 물어보시는 거다. 그래서 얼마인지 여쭤봤는데 아저씨께서 귤은 먹어보고 사야 한다며 (2.6에 10킬로더라 작긴 한데 시장보다 싼 거 같았어)

맛보기 귤로 네 개를 내 손에 쥐어주셨다. 그 귤에서 뭔가 정이 느껴지는 거야. 왜 이리 목말라있지.... 이상해.

왠지 정이 느껴졌던 귤 네개

그걸로 또 행복해졌다. 아저씨는 귤이 달다며. 그래서 먹어보고 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일단 들어왔다. 먹어보니 진짜 맛있더라. 그동안 먹은 귤 중 제일 달아서 내일 거기서 시키려고 생각 중이야. 그 빨간 귤 홍매향만 시장에서 파주 집으로 보내고.

물도 마시고 힘든 상태로 씻고 D랑 가고 싶어 하는 음식점 메뉴나 예약을 좀 보다가 쓰레기통도 비우려고 했는데, 일단 내일 일찍 요가도 가야 하고 (오전 8시 시작이라 6시 50분쯤 나가야 적절하다.) 폴댄스도 내일로 미뤄놨고 밤엔 과언니들 오니까 폴댄스 끝나고 저녁 먹고 와서 비워도 되겠어. 8시나 9시쯤 올 거 같은데. 폴댄스 끝나고 저녁 먹고 언니들 웰컴까까용 마들렌 좀 사놓고 (마늘빵은 살지 말지 고민이야 두 개 사면 너무 많을까 싶기도 하고 시간 지나면 축축해져서)

자아 그럼 일단 요가하고 거기가 그 시장이랑 천지연 폭포 쪽이니까 거기서 점심 다른 거 먹고 시장에서 붉은 귤 보내고 2시엔 D의 티켓팅 돕기, 3시쯤 있는 폴댄스 하고 마들렌 사고 저녁 먹고 와서 그 슈퍼에서 귤 10킬로 엄마 직장으로 보내고 좀 정리하고 글 쓰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별로라고 하면 다른 데서 또 보내거나 시장에서 먹어보고 괜찮은 거 있음 그거 보내도 되니깐. 시장이 더 비싼 거 같기도 하고. 여긴 아저씨가 직접 키워서 팔아서 그런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느낌이 있더라고. 일단 시장이 먼저인 코스일 수밖에 없어서 가서 한 번 먹어봐야겠다.

9시 50분인데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일단 좀 자야겠어.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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