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여행 *14]

자유로운 서귀포 돌고래_ 서귀포에서 귤과 함께 29일 차

by 천백희

21.12.20.

벌써 제주에 온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믿어지지 않는다. 따로 또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한 달이었기 때문일까? 잠시 눈을 감았다 조금 걷고 다시 뜬 기분인데

시간이 말 그대로 순간삭제된 기분이다.

막날에도 여전히 떠오르는 해
마지막 아침뷰
미깡에서 받은 귤청도 마지막!
또다시 바리바리 챙긴 짐들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짐도 거진 다 싸고 조금 빼고는 다 정리가 된 상황인데

조명을 다 거두고 내 짐을 다 뺀 방은

처음 왔을 때와 같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느낌이다

혼자 괜히 익숙해지고 정이 들어서 더 그렇겠지?

떠날 때 이젠 미련을 두지 않고 새 시작에 더 집중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나에게 이별은 마냥 홀가분한 일은 아니다.

앞으로의 한 달도 물론 기대는 되지만!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가

좀 많이 다운되고 괜히 센티해졌다.


스타벅스 메뉴 하나가 굉장히 먹어보고 싶은 게 생겼는데 크리스마스 한정이래서 굉장히 우울해지려 했다.

알고 보니 항상 있었던 세 군데서만 팔던 메뉴였다.

제주의 바다를 보며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가지지 못할 거 같은 목표에 환상을 둔 나는 뭘까 싶어서 조금 머쓱하면서도 서울에 가서 먹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 기쁘다. 못 먹는다고 생각해서 괜히 아련하게 바라보며 카톡 프사로도 바꿨는데 친구 A가 항상 있던 메뉴고, 크리스마스 한정 원두를 쓰는 메뉴만 한정이라고 똑바로 알려줘서 더더욱 머쓱하지만, 일단 커피가 이쁘니까 프사에 두려고.


B군이 서울 돌아가면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하던데. 이렇게 다시 서울에 돌아가서 가고 싶은 곳들이 생긴다면.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도 그래도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여 조금씩 생각해 보려고.


여기 와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꼭 먹고픈 메뉴가 나타난 걸 보면 나머지 새로운 한 달은 돌아감을 위한 좋은 준비기간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옆에 없는 것을 더 그리워한다고, 가지지 못한 것을 향한 열망은 한 편으로 성장의 동력이 되면서도 이렇게 무지하고 어리석은 마음이 들게도 한다는 걸 배워간다.


E와 신나게 잘 놀고 와서 어제저녁엔

내가 늘 자유였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 있어서 그래도 참 좋았는데

(자유롭고 너무 신나게 놀러 다니는 요즘은 물론 전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지만.

갇혀있다고 생각했던 공시 시간도 내가 선택했던 자유였음을. 늘 내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통장 잔고보고 충격을 받아서 그런가 여전히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그걸로 인해 다시 글을 써야겠다는 열망이 들고 혹은 타로 상담도 더 열성적으로 하며 와주신 분들께 감사할 수 있는 기회일까?

와서 놀러 다니고 구경하느라 다른 시야는 조금 트였겠지만 목표로 했던 글도 그다지 많이 못 쓰고

여행기도 일부분만 남은 상태라 조금은 아쉽다.


애월의 호텔은 더 작으니까 또 조용하고

요새 코로나가 더 심해져서 더더욱 조용해졌으니

좀 더 글에 열중할 수 있으려나?

처음 오던 12월과 달리 1월엔 애월에 놀러 오기로 약속한 사람도 특별히 없거든.


물론 몇 친구는 저번엔 못 와서 이번에 오고 싶어 하였으나 1월 2일까지는 미접종자는 접종자랑도 같이 못 다니게 되었으니까.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를 차분히 스스로 돌아보며 조용히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못 쓴 글들을 정리하고 일을 하며, 또 낮에는 조용한 해변과 바닷가 그리고 카페들을 다니며 마저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사촌 언니랑 고모부께서도 오고 싶어 했지만

그것도 아직은 미정이니까 1월 2일쯤 외로워지면 누군가가 조금씩 오지 않으려나 생각하고 있다.


다음에 가는 숙소는 애월의 작은 호텔이다.

넓은 리조트와 멋진 바다 뷰를 떠나 그저 그런 뷰의 숙소로 들어가지만, 이 역시도 도시 속 내 방에 돌아가기 전의 정리과정이 아닌가 하고.

마지막날까지 멋진 숙소의 바다뷰

바다뷰 정말 좋았어서 지금도 합성 같고 실감이 안 난다. 나중에 또 봐도 너무나 좋겠지만. 그동안 정말 많이 바라보고 화장실에서도 보고 나와서도 보고 침대에서도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보았으니.

마지막으로 눈에 잘 담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게.

고마웠다 아늑하고 따뜻했던 숙소야.

지내는 동안 벌레가 세 번 정도 나왔지만, 아니 네 번.

그것 말곤 크게 불편한 것도 없고, 뷰도 너무나 좋고 넓고 편하게 잘 있다가 가네.

처음에 왔을 땐 아날로그식 열쇠부터 벽 디자인 등등 약간 충격적이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정다워진 한 달간 나의 가장 아늑하던 친구! 이젠 안녕!

또 멋진 곳에서 멋지게 지내다 갈게 덕분에 서귀포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여길 떠난다. 안녕 또 봐!


퇴실이 원랜 11시지만 다음 숙소 입실이 3시라

여기 숙소에 오늘 예약이 없기에 사장님께 늦게 퇴실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냥 2시까지 있다가 갈까 생각하고 있다. 좋았던 유디에이 카페를 가려고도 생각했는데, 몸도 피곤하고 통장도 아프니까.

택시비도 약간 부담스럽지만 짐 들고 버스 못 탈 거 같아서 그냥 타고 갈 예정이다. 낭만도 체력인데 아마 이런 여행도 정말 정말 마지막이 아닌가 해서 아쉽다.

택시비 약 4만 원이면 갈 수 있다니까 한 번만 힘을 좀 써야겠어. 힘내라 통장 잔고


상담은 신기한 게 E와 헤어지고 집에 오니까 다시 들어오고, 내가 지쳐서 그만하고플 즈음엔 안 온다 정말 신기하지.

그 덕분에 갈치도 아빠 생신 선물로 보내고

할머니 댁에 옥돔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나중으로 미뤄야겠다. 우리 집 갈치까지는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정도지만 할머니 댁 옥돔은 조금 힘들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 벗어나기 조금은 성공인 걸까?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기준을 내가 주고서 마음이 쓰이지 않는 정도로 정했기 때문에, 맞는 방향이길 조금은 바라면서.


안녕 서귀포의 바닷가 리조트야!

오전 10시 14분

택시를 기다리는 중 숙소 앞의 여전히 이국적이고 밝은 날씨

우린 아주 잠시 여행지가 겹친 행선지가 전혀 다른 타인이었을 뿐


오전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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