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by 김호진


언젠가는


창틀에 기댄 커피 잔이 김을 피워 올린다
오늘도 내 손끝이 따뜻함을 느낀다
언젠가는 이 온기도 식어버릴 텐데


마당 한 모퉁이 핀 코스모스가 바람에 고개 끄덕인다
꽃잎 하나 떨어뜨리며 가을을 말한다
언젠가는 이 꽃도 시들어버릴 텐데


늦은 밤 책장 넘기는 소리가 고요를 깬다
활자 속 문장들이 내 마음에 스며든다
언젠가는 이 눈도 흐려질 텐데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 지내니?" 하는 그 한마디가 마음을 적신다
언젠가는 이 목소리도 들을 수 없을 텐데


아이가 손을 잡고 "아빠" 하고 부른다
작은 손바닥의 온기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언젠가는 이 손도 내 곁을 떠날 텐데


그러니까 지금
이 모든 순간이 기적이다
김 오르는 커피 잔도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도
책장 넘기는 소리도
전화기 너머 목소리도
작은 손의 온기도


언젠가는 모든 것이 지나가리라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여기 있다
살아 있다
사랑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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