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

선고

by 김호진

모서리



'모서리'라는 초등학생이 쓴 동시가 있다.

어느 선생님이 '아이들이 쓴 동시'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낭송한 동시 중의 하나이다. 그때 나는 '모서리'를 들으면서 낯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모서리가 된 적은 없는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들었다.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면 아프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아픈 것이 있다고 한다. 언니의 모난 모서리에 찔리는 것이다. 언니가 짜증내거나 화를 내면 모서리에 찔린 듯 아프다는 것이다.

'언니의 모서리를 보면서 나도 모난 모서리가 되어서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하고 자기 성찰로 동시는 끝났다.



가만히 되돌아보면 나도 모서리가 되어 남을 아프게 한 일은 많았다. 상사에게 잔 소리를 들었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사소한 일에도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짜증 섞인 말투로 대했던 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성인군자처럼 온갖 친절을 베풀고 좋은 말들을 쏟아내고 착한 척 유세를 떨다가 정작 가장 가족들에게는 뾰족하게 말하면서 가슴을 찔렀던 일, 그러한 말과 표정과 몸짓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었다.


내가 모서리가 되었다는 것을 몰랐었다.

다른 사람의 모서리만 원망했다.

때론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동물에게도 원망을 쏟아냈다. 트렁크가 열리지 않는다고 자동차를 원망하거나 짜증을 냈던 일, 물이 틔어서 옷이 젖었을 때 수도꼭지에게 화풀이를 했던 일,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자료를 잃었을 때 컴퓨터에게 짜증을 냈던 일, 심지어 날아가는 새에게도 화를 내기도 했었다. 그들은 아무 잘못이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제 갈길로 날아갔을 뿐이다. 날아가면서 배설물을 뿌릴 수도 있었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말로 내뱉진 않았어도 마음으로 한 말은 더 많았다. 정말이지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떠 넘기는 '너 때문이야'가 온 마음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었었다. 자신이 모서리가 되어서 마음을 날카롭게 한다면 다른 사람을 원망하게 되고 결국 섭섭함과 미움으로 발전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마음이 날카로운 모서리가 되었을 때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모서리는 날카로움을 거두어들일 것이다. 강가의 모난 돌이 수많은 부딪힘과 물살에 깎여 둥근돌이 되듯이 모서리도 치유되도록 따스한 손길로 자주 어루만져 준다면 치유가 될 것이다. 고통에 대한 치유는 고통 속에 있듯이 모서리가 된 마음의 치유도 그렇게 된 마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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