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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Sep 16. 2023

반품

황당한 온라인 쇼핑몰 도전기 8

반품



전화가 걸려왔다. 차분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문한 브이넥 카디건이 도착했는데 너무 작아서 입을 수 없다고 했다. 사진까지 찍어서 보내왔다. 아기 옷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놀랐다. 물건을 잘 못 보낸 것은 아닌가 했다. 상품을 살펴보니 프리사이즈였다. 입어보면 달라진텐테. 어깨너비를 자로 재어서 26센티미터이니 이것은 아기 옷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함께 확인할 수 없으니. 해결 방법은 반품하는 것이다.


반품을 신청했다고 한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첫 경험은 늘 긴장되고 해결 방법이 떠 오르지 않는다.


우선 본사에 연락해서 반품신청을 해 보겠다. 오늘은 토요일이니 월요일 오전에 본사 관계자가 내 메시지를 볼 것이다. 그러니 월요일까지 기다려 주시고 물건은 그대로 박스에 넣어 두라고 했다. 

그리고 고객님께 죄송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단순변심은 택배비를 고객이 내야 하고, 불량이나 배송오류일 때는 공급사가 택배비를 물어야 한다. 지금은 애매하기 때문에 내가 택배비를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주문이 들어왔다고 좋아한 지 이틀 만에 이렇게 황당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니트 카디건이니 한 번 입어보면 늘어날 텐데.... 아무튼 매장에서 입어보는 것이 아니니 할 말이 없었다. 고객이 아니라고 하니 믿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급사에서는 지금도 팔고 있는데 다른 고객들은 다 잘 입고 있다는 것인데...


유튜브의 돈 잘 버는 청년의 얘기가 또 떠 오른다. 반품이나 고객의 변심, 불량품 처리 등 다양한 일을 겪어 보아야 한다. 즉 판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직접 경험해 보면서 성장해 나가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6개월, 1년이 지나면 자리가 잡힐 거라고 했다. 

대부분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는데 끝까지 버티는 사람은 결국 목표하는 바를 이루어 나간다는 것이다.


청년의 말은 쉽게 들리지만 지금 내 처지는 힘이 쭉 빠지고 당장 그만두고 쉽다는 것이다. 

오픈 한지 한 달 만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 버렸다. 어쩌면 일찍 경험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지만. 

좀 힘들다.


반품에 대한 첫 경험은 이렇게 빨리 찾아왔다. 

에궁~~~~ 


그래도 친절하게 처리해 드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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