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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Sep 23. 2023

천사의 방문 1

103 병동

천사의 방문 1



컴패션 Compassion은 연민, 동정심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passion'은 고통이나 아픔을 뜻한다. 컴패션은 상대방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길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이자 실력이다. 


우리가 왜 공부하는가? 

우리는 왜 종교를 갖고 교회에 가고 사원에 가는가? 

컴패션 한 사람이 되고자 함이 아닐까?

성경에서는 죄 가운데서 고통받는 무리를 향한 그리스도의 심정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다. 인간 구원의 근원이 친절, 관용, 연민 등 타인에 대해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보았다.


컴패션 Compassion은 '자비'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자비'라는 말은 아름답다. 자비는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경지를 말한다. 나눈다는 것은 넘쳐흐를 때만 나눌 수 있다. 구름이 비를 흠뻑 머금고 쏟아져 내릴 준비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육체가 공기, 음식, 물을 섭취함으로써 존재하듯이 우리의 영혼 또한 자양분을 얻어야 마음이 맑아지고 평화가 찾아온다. 이것은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자만이 줄 수 있는 자양분이다. 


사랑이나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 사랑과 자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을 달라고 매달리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겠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줄 수는 없다. 

스스로 꽃을 피워 향기를 내어 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드문 일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꽃처럼 피어난 사람이 있다. 그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오늘은 병실에 천사가 다녀갔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뭔가 마음이 치유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맞은편 창가에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남자 환자가 있었다. 그는 늘 혼자 누워 있었다. 사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함께 있었다. 부부는 시골에서 농사와 가축을 가르면 살고 있었다. 집을 너무 오래 비운 탓에 가축들을 돌보기 위해 잠시 집으로 간 것 같았다. 


아내가 있을 때도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없었다. 가끔씩 짜증 섞인 말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의사가 회진을 하고 나면 더 심했다. 아들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면서 힘들다는 것을 강조했다. 코로나로 병실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보호자 한 사람으로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녀들도 아버지를 만나 위로해 드리고 싶겠지만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섭섭함은 가까운 사람들에 먼저 생긴다. 기대가 섭섭함이 되고 다시 감정으로 표현된다. 감정은 마음의 상태가 몸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자는 연신 불평과 짜증을 냈다. 

남자는 간 수술을 위해 간 기능을 조절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은 당뇨 수치가 너무 높아 수술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매일 실시하는 온갖 검사와 시술 그리고 링거대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액체들이 한 방울 두 방을 떨어지면서 투명하고 가느다란 관을 따라 끊임없이 몸속으로 들어간다. 병실에 있는 환자들은 모두 같은 처지였다. 굵은 바늘이 24시간 팔에 꽂혀 있으니 잠시 이동을 하더래도 불편하다. 몸이 고통스러우니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이러한 곳에서 매일 일을 하는 사람이 바로 간호사이다. 간호사는 매일 정기적으로 환자의 소변과 대변본 횟수를 기록하는 것에 시작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는 일은 기본이고 혈압 검사, 약물 주입, 수술 부위 소독, 각종 검사 자료 입력하기, 시간에 맞게 먹는 약 주기, 별도로 각 환자별로 의사가 요구하는 검사가 또 있었다. 간호사는 늘 바쁘게 움직였다. 맡은 환자가 한 두 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담당 의사와 만나는 것은 이틀에 한 번 정도 몇 초 간의 만남이 전부다. 물론 레지던트나 간호사가 입력한 각종 데이터를 보고 수시 관찰을 하면 상태를 파악하겠지만, 적어도 병원 안에서 보호자는 간호사였다. 


정기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것 외에 언제든지 호출 벨은 열려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도 벨을 누를 수 있다. 그래서 간호사실은 병동의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매일 새벽잠에서 깨기도 전에 간호사가 줄자로 허리둘레를 재는 것으로 시작했다. 

복수가 빠지는지 관찰하고 입력하면 담당 레지던트가 판단하고 더 센 약을 처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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