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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Sep 26. 2023

암병동

103 병동

암병동



러시아의 대 문호 솔제니친이 살 던 시대는 암울한 시대였다. 

레닌 혁명 이후 스탈린 공산 정권하에서 그는 수용소와 유형지 생활을 10년 이상 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던 장교였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서 스탈린에 대해 좋지 않은 문장이 잠깐 언급되었다. 그 편지가 화근이었다. 친구에게 배달되는 과정에서 검열에 걸리면서 일이 꼬이고 결국 반동자로 분류된다. 


반동세력으로 찍힌 사람들은 무조건 검거되었다. 그들은 모두 말했다.

 

'내가 왜? 

무엇 때문에?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지식인들은 왜 잡혀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말을 들어주거나 이해해 주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한다. 그냥 정해진 판결에 따라 수용소로 보내졌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마르크스 이론을 받아들인 레닌 혁명 세력을 엎어버렸다. 그리고 권력을 차지했다. 수많은 사람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죽어갔다. 아니면 수용소에서 비참한 삶을 살거나 질병이나 굶주림으로 죽었다.


캄보디아의 폴 포트는 스탈린과 마오쩌뚱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로 자신의 동족 1/4을 죽음으로 내 몰았다. 폴 포트는 스탈린과 마오쩌뚱을 모방하여 지식인은 혁명에 방해가 되고 농민들 위에 군림하는 반동세력으로 규정하여 감옥으로 보내거나 즉시 처형했다. 폴 포트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은 미친 나머지 황당한 일도 저지르게 된다. 가령, 지식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안경 쓴 사람을 모두 잡아들여 처형하였다.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당하고 죽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죽어갔다. 일본 사무라이의 조선 침략과 일제의 조선 침략기에도 이러한 일은 수없이 많이 일어났다. 일본에 있는 코무덤은 임진년 조일 전쟁 때 조선인의 코를 베어 자신의 공을 인정받고 싶었던 일본군의 만행으로 생겨난 무덤이다. 그것도 민간인에게 저지른 악행이 더 많았다. 일제의 731부대는 살아 있는 사람을 생체 실험하던 부대로 악명이 났다. 난징 학살 사건은 1937년 일제가 중국에서 저지른 최악의 범죄였다. 30만 명이 방화와 학살 강간으로 희생되었다. 하루에 만 명이 한 달 동안 학살 된 것이다. 총알을 아끼려고 일본도로 목을 자르거나 산채로 매장하거나 석유를 붓고 태우기도 했다.



솔제니친은 자신 직접 경험한 감옥 같은 수용소와 유형지 생활을 토대로 <수용소 군도>와 <암병동> 같은 위대한 소설을 썼다. 실제로 솔제니친은 암이 걸려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다. 암병동으로 이송되어 병원 생활을 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는데 암이 사라졌다. 같은 병실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죽거나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는데 그는 완치되어 살아남았다. 기적이었다. 


그는 암병동이라는 소설을 통하여 정부와 혁명 세력이 자행한 잔혹한 일들과 터무니없는 모함과 이해할 수 없는 가혹한 상황으로 사람들을 몰고 가는 현실을 고발했다. 그리고 암 환자들의 치료과정과 병실의 일상을 통해 암의 발견과 치료 방법의 맹점을 꼬집었다. 

의사들이 연구하여 발표한 새로운 치료법을 환자와 상의 없이 진행하거나, 부작용을 비밀로 하는 행위, 환자가 의사의 권위와 전문성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행정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위, 짧은 임상실험 결과만 보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환자의 의사와 선택을 무시한 자기들의 목적 달성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명 경시로 가는 것에 경종을 울렸다.




2010년 처음 암치료 수술을 받았다. 그때 아내의 도움을 받아 자연식과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수련활동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자연과 가까이하는 생활은 자연 치유에 도움을 주었다. 

두 달 후에는 직장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 후 10년 동안 엄격한 편식과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잠복해 있던 암세포는 다른 장기에서 변형된 모습으로 정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또다시 간으로 자리를 옮겨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암세포는 독버섯의 균사체가 어두운 땅속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듯이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같았다. 적당한 온도와 습기로 최적의 환경이 되자 쑥 머리를 내미는 독버섯처럼 암세포는 그런 세포가 아닐까. 


현재 암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하지만 대개 생명 연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화학적 요법을 통하여 얼마나 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만약 암이 정복된다면 암 산업도 망하게 된다. 암이 예방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면 거대 병원의 암병동도 사라질 것이다. 이런 일은 암을 가지 모든 사람들이 가져볼 만한 희망이지만 어쩌면 제약회사나 거대병원은 완벽하게 암을 사라지게 하는 것보다 지금 이대로가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끔.


암이라는 것이 우리 몸에 점점 많이 발생하는 것은 첨단 장비를 이용한 검진의 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심한 스트레스와 무분별하게 유해한 물질을 첨가하는 가공식품, 농약이나 비료를 이용하여 보기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작물, 항생제와 인간이 만든 사료로 살찌우는 가축들, 그것을 엄청나게 먹는 인간들, 대기와 물의 오염으로 플라스틱 가루와 오염물질이 미세하게 농축되는 물고기, 유해한 미세먼지로 가득한 대기와 같이 요소들이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안전한지,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은지 지구 어디에도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봄의 침묵'의 저자 레이첼 카슨은 일찍이 이런 일을 예상했다. 그는 이미 1962년에 책을 통해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빠르게 지구가 몸살을 앓고 기후 변화로 위협을 받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암병동이 없는 세상은 만들 수는 없겠지만 암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이다. 삶이 자연친화적이 될 때 암세포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점차 줄어들지도 모른다.


지인 중에 벌꿀을 하는 분이 며칠 전에 전화로 경고를 했다. 벌꿀이 작년부터 빠르게 폐사하고 있다고 했다. 벌이 멸종하는 날이 지구 생명도 끝이 날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것은 곤충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했다. 


곤충이 사라지면 지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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