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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진 Oct 01. 2023

자연의 언어

치유의 숲

식물이 자신이 가진 매혹적이고 달콤한 열매가 다 익었다면...

'나 준비됐어'  
'이제 먹으러 와도 돼' 하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식으로 숲의 식물은 자신의 모양과 색을 변화시켜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연도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잣나무 숲의 오솔길을 거닐다 문득 나무도 소통을 한다는 어느 식물학자의 생각이 났다. 그동안 나는 자연을 나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았고, 우연히 갖게 된 짧은 지식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마침내 태양이 지구에 다가오자 겨우내 죽었던 나무와 풀이 싹을 틔우고 숨겨왔던 생명을 하늘 높이 드러낸다. 봄은 신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계절이다. 

숲은 탄생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이다. 대지에 드러누운 나무들은 형체가 변해간다. 숲은 죽음까지도 거룩한 생명활동의 과정으로 수용한다. 그것은 어쩌면 탄생의 시작이기도 하다.


숲의 대지에는 인간의 시각적 능력으로는 볼 수 없는 생명체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 균류는 지상의 생물이 생명을 유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균류라고 하면 대개 곰팡이와 버섯 무리를 일컫는다. 균류는 엽록소 같은 동화색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하지 못하지만 균사에서 효소를 분비하여 양분을 분해한 후 흡수하여 살아간다. 대부분의 균류는 다른 생물에 붙어서 살아간다. 


지금까지 밝혀진 균류는 150만 종으로 식물의 6배가 넘는다. 균류 중 2만 종이 버섯을 만들어 낸다. 곰팡이와 버섯의 수많은 균들은 질 좋은 흙을 만들고 흙은 생명을 탄생시킨다.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균들도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어있는 버섯이나 균류들도 서로 소통하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 버섯은 균류가 번식을 위해 잠시 땅 위에 내미는 기관이다. 영양분 섭취는 땅속에 실 같은 균사를 뻗어 섭취한다. 

우리는 균류들이 자기들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신비로운 자연을 경외하게 된다. 



인간의 신경세포가 전기적 신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이러한 균류들도 균사를 통해 전기신호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밝혀냈다. 이때 전기신호 패턴은 마치 늑대가 울부짖는 하울링을 통해 무리를 유지하고 새로운 먹이의 발견이나 기피 대상을 알리는 것과 같다.


나무들도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나무는 뿌리에 있는 균류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를 주고받고, 영양소도 주고받는다. 나무가 균류에 포도당을 주고 균류는 나무에 영양소를 공급해 주면서 공존한다. 또 균사체를 매개로 하여 엄마 나무와 아기 나무는 소통하면서 도움을 주고받는다고 한다. 



균류의 크기는 대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크기라고 알고 있지만, 1998년 미국 국립공원에서 대형 버섯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꿀 버섯'으로 알려진 대형균류는 크기가 약 10 제곱 킬로미터로 여의도 넓이의 네 배 정도라고 한다. 수 천 년째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균류는 지구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소 생산, 질 좋은 토양, 분해, 음식물의 발효, 약물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생물이다. 만약 균류가 없어진다면 지구는 온통 식물들로 쌓일 것이다. 균류는 생산자인 동시에 분해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분해된 물질은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킨다. 자연은 이렇게 탄생과 죽음을 반복, 순환하면서 살아간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른다면 우리는 6억 5천만 전에는 하나의 작은 균사체였다. 지금 이 순간 인간의 모습은 결과가 아니라 진화 과정 중의 한 순간의 모습일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을 활용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우를 저지르고 있다. 이제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여서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름 없는 한 송이 들꽃을 자세히 보지 않고, 풀숲에서 한가로이 뛰노는 한 마리 메뚜기를 모르면서, 어두운 땅속에서 몇 년째 때를 기다리는 작은 씨앗의 존재를 모르면서 어찌 자연을 안다고 하겠는가? 


지금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자연의 유기체를 이해하려고 시도하지 않고 그들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 자신도 파멸의 길로 갈 것이다.



연잎 위에 굴러다니는 작은 물방울 속에도 바다가 들어있다. 사람들이 미세한 것들 속에도 큰 사물에 못지않게 신비롭고 경이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모두 놀랄 것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와 사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이다. 

결국 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은 자연의 언어를 신의 언어처럼 섬기는 일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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