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
식사 시간에 어제 오후에 입소했다는 여자분을 만났다.
마침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끝나고 잔디밭을 거닐다 그녀와 마주했다.
그녀는 몸이 너무 야위어 앙상한 뼈만 남아 있는 듯했다. 모든 곳이 가냘프고 약해 보였다.
그녀는 암 수술과 항암으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가 되었는데 야속하게도 암세포는 몸속 여러 곳으로 전이가 되었다고 했다. 암세포들은 여러 곳에 터를 잡고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지독하게 견뎌내며 항암을 한 결과는 참담했다고 한다. 지금은 간경화가 진행되고 있고 간 기능도 심각하게 손상되어 병원에서는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곳에 왔다고 했다. 나는 잘 오셨다고 말했다.
그녀는 혼자였다.
나이 많은 남자는 대부분 아내가 동행하여 남편 옆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곳으로 산책을 하면서 보살폈다.
그런데 여자가 수술을 했거나 항암으로 온 경우 대부분 혼자였다.
그녀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고 말했다.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는지 눈을 돌렸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이 있다고 했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한창 바쁠 시기에 엄마가 옆에 있어주지 못하니 더 마음이 슬프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의 한 숨은 땅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갔다. 안타까움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처음 가보는 낯설고 두려운 길을 가게 된다. 그 길에는 때론 부족함과 미안함이 함께한다. 눈물 자국을 남기기도 하는 길이다.
그러다 병이라도 생기면 엄마니까. 아파도 아프면 안 된다.
나는 떠나기 전날 모닥불가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책을 주었다.
간암이나 간경변에 도움을 주는 자연 요법에 관한 책이었다.
책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나도 그 책의 사례에 따라 해 보려고 하루 일과표와 식단을 짜고 있었다. 음식은 주로 항염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식단으로 구성했다. 병원에서 포기한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 살아서 나온 사례가 많았다.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한 번 해 보라는 말을 했지만 일상에서 실천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특히 가족들의 신뢰와 응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어렵다. 의심하지 않고 함께하면서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내일 이곳을 떠나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