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브랜드에 관한 사견
맞벌이로 애를 키우다 보니 저녁 한 끼 해 먹이는 것도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메뉴 선정부터 레시피까지 유튜브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럴 때 ‘1분 요리 뚝딱이형’은 든든한 검색어가 됩니다. 2021년 6월 말 오픈한 이 유튜브 채널은 1년 3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가 약 5억 5000만 회에 달하는 등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구독자 수도 2022년 9월 현재 185만 명으로 유튜브 톱클래스 요리 채널 반열에 올랐죠.
과거, 요리를 하기 전 자연스럽게 ‘백종원’을 검색하던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뚝딱이형’을 먼저 찾습니다. 저처럼 요리 유튜브 채널을 갈아탄 사람이 많아 보이는데요, 그 이유를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봤습니다.
요리를 유튜브에 검색하는 사람 대부분은 레시피를 참고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뚝딱이형은 그런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어 서론 없이 바로 조리를 시작합니다. 만약 서론이 장황했다면 레시피를 찾아 급히 검색해 유입된 유저들에게 외면당하거나 해당 서론이 스킵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뚝딱이형의 영상은 일관되게 탑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조리 화면에 포커싱 되어 있죠. 중간중간 재료 손질 화면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있으나, 이 역시도 손질 과정에 탑뷰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연결이 자연스럽습니다. 덕분에 시청자의 시야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력을 끝까지 잃지 않도록 합니다.
숏폼이 유행이기는 하나 누구나 그 장점을 살려낼 수는 없습니다. 뚝딱이형은 단순히 재생속도를 빠르게 편집하거나 조리과정을 생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리의 핵심들만 뽑아서 보여줍니다. 즉, 서머리가 잘 된 '요리 비법서'를 보는듯한 느낌을 주죠.
또한 조리 영상은 저마다 재생시간이 최대 1분 내로 제작해냄으로써 콘텐츠가 ‘1분 요리’라는 채널명에 부합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개연성은 시청자 및 구독자들에게 설득력을 높입니다.
유튜브 채널 가운데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려 인물(유튜버)을 자주 비추거나 유머 코드를 자막에 무리하게 삽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잘 만들면 재미있는 영상으로 남을 수 있지만, 콘텐츠를 다소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뚝딱이형은 유머 코드를 담은 자막이나 인물로의 화면 전환 등은 철저히 배제하여 여타 조리 예능들과 선을 긋고 있습니다. 대신 조리과정에서 꼭 필요한 내용은 자막으로 넣어 정보 전달 기능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이는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일 뿐 아니라 소리 없이 화면만 보는 소수의 시청자들까지 만족시키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뚝딱이형에 게시된 메뉴는 총 220여 개입니다. 각 메뉴는 하루 한 번 꼴로 업로드되는 중입니다. 타 조리 채널이 일주일 혹은 수일에 한 번 꼴로 콘텐츠가 올라온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입니다.
또한 이미 나올만한 메뉴는 다 나온 것 같은데 여전히 1일 1 메뉴의 속도로 콘텐츠가 게시됩니다. 메뉴가 다양하다 보니 ‘뚝딱이형 채널에는 없는 게 없다’는 인식이 깔리면서 기존 방문자들을 재방문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충성고객 양성으로 귀결됐습니다.
사람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형은 다릅니다. 누구는 조회수를, 어떤 이는 리뷰 및 댓글을 참고하여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뚝딱이형 콘텐츠에는 호감 댓글이 많아 후자를 더욱 많이 끌어들입니다. 댓글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건 채널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즉, 악성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말의 방증이죠. 결국 댓글창의 긍정적인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짧고 유용한 영상이라도 1분 내내 비슷한 화면만 보여주면 지루할 수 있습니다. 뚝딱이형은 영상 중간중간 어린아이 내레이션(잼민이)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개그 짤이나 자막이 아닌, 오직 음성으로만 유머 코드를 삽입하기 때문에 영상 시청 및 정보 전달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내레이션도 짧게 몇 마디 던지고 마는 정도라 시청자들은 ‘피식’ 웃고 넘어간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어린아이 목소리 삽입으로 유아동 메뉴를 다룬다는 이미지도 심어줬습니다. 육아를 위한 레시피를 검색해서 유입된 유저들도 품어버리는 '킬링 포인트'가 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