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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ver Oct 27. 2022

11월 제철 해산물 식객 로드

방어, 굴, 섭, 도루묵, 꼬막, 곰치, 대게, 과메기


11월, 전국에는 어떤 제철 식재료가 등장할까? 제주, 남해,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쟁쟁한 제철 해산물만 꼽았다.





제주

제주는 언제 떠나도 좋은 대한민국 대표 여행지지만, 11월에는 늦가을 바다가 주는 풍성한 먹거리로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제주 바다의 선물 방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모슬포 앞바다에 방어가 돌아와 별미를 선사한다. 방어는 겨울로 접어들수록 그 맛 또한 깊어진다. 차가운 수온을 이기기 위해 몸속에 지방을 축적하기 때문인데, 참치 뱃살에 견줄 만큼 고소하고 쫄깃하다.


거친 바다 위 은빛 향연 감성돔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에 있는 추자도는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배의 경유지다. 옛날 옛적, 바람에만 의지해 나아가는 배가 잠시 쉬어 가던 곳. 그래서 추자도는 예로부터 뱃사람의 성지로 통했다. 북서풍이 부는 겨울이면 월동을 위해 먼바다로 이동하는 감성돔이 몰려 전국 강태공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혹독한 추위에도 은빛 번쩍이며 수면에 감성돔이 모습을 드러내면 낚시꾼들의 마음은 설레기 시작한다. 갓 잡은 감성돔 회 한 점의 쫄깃함은 미식가들을 사로잡는다.




남해

이탈리아에는 나폴리가, 그리스에는 산토리니가 있듯이 우리에겐 남해가 있다. 푸른 바다와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남해는 지중해 못지않다.


추울수록 더 황홀한 맛

이즈음 남해 최고의 제철 식재료는 단연 굴이다. 물살이 서서히 들어왔다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지족해협에서 자란 굴은 해안 인근에 위치한 바위에 착 달라붙어 충분한 시간을 보내며 자란다. 막 캔 싱싱한 굴을 회, 찜으로 맛보기에 제격인 지족리 굴은 추워질수록 더 맛있다.




고성

국내 최북단에 위치한 고장답게 해변과 항구는 청정함과 순수함 그대로다. 탁 트인 모래사장과 바위로 둘러싸인 아기자기함이 인상적인 고장이다.


동해에서 자란 토종 홍합

고성의 섭은 껍데기 중간중간 황갈색 줄무늬가 있는 토종 홍합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광택이 나는 검은색 홍합은 외국산으로, 섭은 외국산 홍합과 맛과 크기에서 차원이 다르다. 같은 토종이라도 서해와 달리 바닷속에 서식하기 때문에 해녀나 잠수부만이 채취할 수 있으며, 신선함과 육질 모두 최고다.

왼쪽부터 섭, 참가리비, 칼조개


달달하고 쫄깃한 동해 별미 참가리비

고성에서 나는 참가리비는 동해의 깊고 깨끗한 물에서 자라 맛이 깔끔하다. 주로 구이로 먹지만 맥주나 저렴한 화이트 와인으로 찜을 하면 가리비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냄비에 술을 넣고 김이 오를 때까지 5분 정도 찐 뒤 잠시 뜸을 들이면 가리비찜이 완성된다.


지금까지 먹은 조개는 잊어라 칼조개

생긴 모양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이름 붙은 칼조개. 접시조개라고도 한다. 속살이 부드럽고 달며, 비린내가 없어 회로 즐기기에 좋다. 회로 먹었을 때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과 짭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일품. 물론 구이나 찜으로 요리해도 손색없다.




속초

산과 바다를 품은 속초의 11월은 한가로이 여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항구는 활어로 북적이고 산에는 쌀쌀한 등산의 낭만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도루묵 구이


요맘때만 먹을 수 있는 귀한 몸 도루묵

속초, 양양 등 북부 동해안 포구의 도루묵잡이는 이맘때쯤 시작된다. 11월 중순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잡히는데, 산란하기 위해 수심이 얕은 연안 가까이로 올라오면서 우리 식탁에도 오를 수 있었다.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냄비에 깔고 물과 양념장을 넣은 뒤 팔팔 끓어오르면 도루묵을 넣고 끓이는 도루묵찌개는 국물 맛이 시원해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살이 연해 연탄불에 굽는 도루묵구이도 별미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알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곤이와 이리를 가득 품은 고급 생선 대구

대구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제철로, 특히 11월에 고니와 알이 가득 차 있어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하다. 대구는 동해, 남해, 서해에서 모두 잡히지만 어획 방식에 따라 품질 차이가 난다. 그물로 잡는 서해와 달리 동해 대구는 대부분 낚시로 잡아 손상이 덜하며, 깊은 바다에 서식하기 때문에 신선도가 높고 살이 단단하다. 맑고 시원한 국물과 담백한 대구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대구맑은탕, 도톰하게 뜬 대구살을 노릇하게 지져낸 대구전 등에 갓 지은 밥을 곁들이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안면도

화려하거나 다양한 액티비티는 없지만, 조용하게 사색을 즐기며 식도락에 빠질 수 있어 이맘때면 많은 이가 발도장을 찍는다.


전어 가고 찾아온 꽃게

꽃게는 서해 전체를 아우르는데, 그중 안면도 꽃게가 유명하다. 이맘때 먹는 꽃게는 역시 수게다. 알이 없는 대신 꽉 들어찬 살이 발라 먹는 보람을 느끼게 한다. 쌀쌀해진 날씨에 각종 양념을 넣어 끓인 얼큰한 꽃게탕도 맛나지만, 꽃게 특유의 향을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쪄 먹는 것이 제격이다. 탱글탱글한 육질과 간간한 육수가 깊은 풍미를 전하면서 가을 해산물의 진수를 보여준다. 수게를 고를 때는 다리 부분이 단단하고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이 나는 것이 좋다.


가을에 몸집 커지고 힘도 세지는 대하

4~5월에 알에서 깬 대하는 9월부터 먹을 만한데, 11월이 되면 몸집도 커지고 힘도 세져 이때의 대하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바짝 구운 대하의 머리는 고소한 맛이 그만이고, 찜으로 먹으면 달달한 속살을 즐길 수 있다. 또 탕으로 끓이면 시원한 육수가 우러나 깊은 풍미를 낸다. 11월이 지나면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대하가 심해로 들어가니 그전에 꼭 맛보는 것이 좋다.




목포

해양 관광자원과 문화예술 자원이 조화로운 곳이지만 뭐니 뭐니 해도 목포는 맛의 도시다. 어떤 식당을 가더라도 기대 이상일 것.


매콤한 밥도둑 먹갈치

8월 산란을 마친 갈치는 추운 겨울을 대비해 먹이를 충분히 먹고 남쪽으로 향하는데, 살이 잔뜩 오른 이 시기의 갈치가 가장 기름지고 고소하다. 목포에서는 거무튀튀한 빛깔의 먹갈치를 으뜸으로 친다. 제주 은갈치와 같은 어종인데, 제주에서는 낚시로 잡아 은빛이 살아 있고, 목포에서는 그물로 잡아 은분이 떨어져 색이 검다. 그래도 제주 갈치보다 씨알이 굵고 고소한 맛도 더하다.

왼쪽부터 먹갈치조림과 홍어회


가슴까지 뻥 뚫리는 심오한 맛 홍어

예로부터 홍어의 생산지는 흑산도, 유통은 나주 영산강이었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흑산도 사람들이 지금의 영산포 부근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레 홍어가 자리 잡았다. 물론 생산지는 흑산도를 으뜸으로 친다.


11월부터 홍어는 먹이가 풍부한 흑산도 부근에 자리를 잡고는 겨우내 잘 먹고 자란 덕에 살이 꽉 차고 육질이 부드럽다. 또 고릿한 냄새 대신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뭐니 뭐니 해도 홍어 하면 역시 코가 뻥 뚫릴 만큼 강렬한 맛과 향이 느껴지는 삭힌 홍어일 터. 살이 오른 홍어는 바로 손질해 삭히는데, 5~10℃ 냉장고에 열흘 정도 삭히면 맛볼 수 있다.




벌교

고즈넉함이 좋아 또 가게 되는 곳 벌교. 이 조용한 곳도 유난히 바빠지는 철이 지금이다. 벌교의 자랑 꼬막의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오르기 때문이다.


깨끗한 갯벌이 품은 질 좋은 꼬막

이즈음이면 꼬막이 차가운 바다의 짭조름한 향을 그대로 품고 있어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꼬막은 찬 바람이 부는 11월부터 살이 차오르는데, 국내에선 꼬막 하면 공식처럼 벌교를 떠올린다. 자연 하천인 벌교천과 갯벌이 만나 천연 해안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어 영양과 선도 면에서 최고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제철 꼬막은 삶거나 데친 후 그대로 먹어도 좋고, 매콤 달콤한 양념에 무쳐 먹어도 좋다. 가을철 벌교 꼬막은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울진

손을 덜 타 때 묻지 않고 청량한 파도가 해안도로로 넘실대는 울진. 대표적 어항 ‘죽변’과 ‘후포’는 이곳에서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이다

등기산 스카이워크

뜨끈한 겨울 별미 물곰

물곰(곰치)으로 끓이는 탕과 국 요리는 동해 주변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경북 울진 죽변항에선 찬 바람 불기 시작한 요즘 물곰국집이 북적인다. 지역에 따라 곰치국, 곰치탕으로 불리지만, 울진에선 ‘물곰국’으로 부른다. 묵은 김치를 썰어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 물곰국 한 그릇이면 추위에 언 몸이 녹는다. 물곰은 동해에서 1년 내내 잡히지만, 산란기를 맞은 11~1월이 가장 맛이 좋고 어획량이 많다. 아귀를 닮은 물곰을 실제로 보면비호감이지만, 물곰 자체가 시원한 맛을 내기 때문에 묵은지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 물곰국은 타지인에게도 늘 호감이다.


대게 부럽지 않은 홍게

대게에 비해 값이 저렴해 ‘서민 대게’로 불리지만 이맘때 홍게 맛은 대게 못지않다. 난전에서 상인들이 좌판에 수북이 쌓아놓고 판매하거나 영세 상인들의 이동 판매 차량에 실려 아파트 단지 등에서 싸게 팔리는 까닭에 ‘홍게는 맛없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홍게는 동해와 일본 전역의 바다에서 서식하는데, 겉모양은 대게와 비슷하다. 살이 통통히 오른 이 시기의 홍게는 달면서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포항

해안을 따라 펼쳐진 과메기 덕장을 시작으로 포항은 아귀, 물가자미, 복어탕, 물회 등 그야말로 최고의 미식 여행을 선사한다.


구룡포가 만든 명품 식재료 과메기

날씨가 쌀쌀해지면 떠오르는 과메기. 차가워진 공기와 바닷바람, 강한 햇살이 만들어낸 과메기는 경북 포항이 본산이다. 호미곶에서 구룡포해수욕장 사이에는 과메기 덕장이 즐비하다. 품질 좋은 과메기는 영하 10℃에서 영상 10℃ 사이 찬 바람에 건조해야 하는데, 포항 구룡포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잘 말린 과메기를 묵은 김치나 제철 미역에 싸 먹으면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영덕

180여 곳의 대게집이 바닷가에 쭉 늘어선 모습은 영덕만의 이색 풍경이다. 11월, 이곳은 영덕대게를 먹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이들로 붐빈다.


지금부터 5월까지가 제철 대게

영덕 대게 집산지인 강구항은 동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미항이다. 이곳의 하루는 대게로 시작해 대게로 끝난다. 일명 ‘대게 거리’로 불리는 식당가가 3km에 이르고, 겨울이 되면 영덕 대게를 먹으려는 관광객으로 늘 북적인다. 영덕 대게는 11월부터 5월이 제철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는 쪄서 살을 발라 먹은 후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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