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코끝에서 만난 가장 적당한 온기

Mac Ayres (맥 에이레스)

by siyu
ab6761610000e5ebad98265e2d6908c074afb500.jpeg 출처ㅣ맥 에이레스 SNS


도시의 공기가 유독 차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맥 에이레스의 ‘Waiting’을 재생한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의 서늘한 설렘은, 2026년의 겨울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내게 맥 에이레스(Mac Ayres)는 ‘Waiting’이라는 곡으로 처음 찾아왔다. 그 나른하면서도 따스한 첫 음절이 울려 퍼지던 순간의 감각은 지금도 선명하다. R&B 애호가들 사이에서 그는 이제 ‘나만 알고 싶은 뮤지션’을 넘어 하나의 분명한 취향이 되었지만, 그 특유의 사운드 밀도는 들을 때마다 매번 새롭다.



20228425.jpg 출처ㅣDrive Slow 앨범 커버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만의 방에서 악기를 하나씩 다듬으며 소리를 쌓아 올린 맥 에이레스는 2017년 [Drive Slow]를 세상에 내놓았다. 제목 그대로, 서두르지 않는 호흡이 인상적인 앨범이다. 거창한 스튜디오의 완벽함 대신, 좁은 방 안의 소박한 공기마저 음악의 일부로 끌어들인 듯한 로파이(Lo-Fi)한 질감이 귀에 감긴다. 화려한 편곡보다는 리드미컬한 베이스 라인과 담백한 건반이 중심을 잡고, 그 위를 유영하는 따뜻한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단숨에 느슨하게 만든다.


그의 음악에는 스티비 원더나 디안젤로 같은 거장들의 흔적이 짙게 배어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로파이(Lo-Fi)하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소리의 질감을 만지는 이 아티스트는, 계산된 비트 위에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생동감을 얹는다. 가창력을 과시하기보다 목소리마저 하나의 악기처럼 사운드 속에 녹여내는 그의 방식은, 장르를 깊게 따지는 까다로운 리스너들조차 자연스레 그의 그루브에 빠져들게 만든다.



1200x630bb.jpg
600x600bf-60.jpg


내가 에디터로서 이 아티스트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는, 그가 ‘앨범 전체’를 읽게 만드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곡을 나열하는 대신, 트랙 사이의 연결고리를 집요하게 설계해 놓은 지점들이 그렇다.


* [Comfortable Enough] : 제목이 곧 하나의 문장이 되는 설계

트랙 리스트를 순서대로 읽으면 하나의 온전한 문장이 완성되는 걸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희열이 아직도 생생하다. 앨범 제목처럼 모든 곡의 무드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서, 한 곡만 골라 듣기보다 앨범 전체를 하나의 긴 호흡으로 삼키게 된다.


* [Magic 8Ball] : 28분간 흐르는 어느 하루

3집은 서사적으로 더 흥미롭다. 앨범은 눈 뜨자마자 느껴지는 어제의 후회로부터 시작해, 공허함을 안고 밤거리를 서성이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는 루틴을 따라간다. 각 트랙이 하나의 장면처럼 연결되는 이 앨범은, 한 곡씩 떼어 듣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대로 감상할 때 진가를 드러낸다. 맥 에이레스는 그렇게 우리의 비루한 일상을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엮어냈다.



스크린샷 2026-01-30 02.23.26.png 출처ㅣ맥 에이레스 SNS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맥 에이레스의 음악은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도피처다.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서정성을 쌓아 올리는 그의 음악은, 잠시 숨을 고르고 나를 가다듬기에 딱 알맞은 온도를 가졌다.


돌고 돌아 내가 가장 사심을 담아 아끼는 트랙은 ‘Jumping Off the Moon’과 ‘Calvin’s Joint’다. 전자가 우주를 유영하듯 몽환적인 밤의 공기를 닮았다면, 후자는 맥 에이레스 특유의 나른하고도 확실한 리듬으로 복잡한 생각들을 기분 좋게 지워준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 이 두 곡이면 충분하다. 8년 전 'Waiting'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이번 주말엔 당신도 이 적당한 온도의 그루브 안에서 가장 나다운 평온함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우리라는 이름으로 나누는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