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ll Scott, 삶의 중심에 '나'를 놓는 일

Beautifully Human: Words and Sounds Vol2

by siyu



질 스캇(Jill Scott)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당당함’아다. 과장되어있지 않아도, 힘이 느껴진다. 그건 아마도 그녀가 삶과 음악의 주어를 '나'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두 번째 정규 앨범 [Beautifully Human: Words and Sounds Vol. 2]는 바로 그 태도를 음악으로 증명하는 앨범이다.


apffh.jpg 사진출처ㅣ앨범 커버


이 중심에는 3번 트랙 Golden'이 있다.


“I’m taking my freedom, pulling it off the shelf.

I’m putting it on my chain, wearing it 'round my neck.”

: 자유를 꺼내 목에 걸고, 이 삶을 황금처럼 살겠어.


이 가사는 '자유롭고 싶다'는 희망이 아니라, "나는 이미 자유롭고,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녀에게 'Golden'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평범한 일상 자체가 소중하다는 깊은 깨달음에서 나온다. 이러한 주체적인 태도는 앨범 속 그녀가 사랑을 다루는 방식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앨범의 사랑 노래들 속에서, 이야기의 중심은 언제나 '나'다.


그녀는 'I'm Not Afraid' 에서 "나는 두렵지 않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사랑에서 기꺼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용기를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그 목소리는 격앙되지 않고 지극히 차분해서, 오히려 더 단단한 결심처럼 들린다. 'The Fact Is (I Need You)' 에서는 "사실은, 네가 필요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나약함이 아님을 보여주고, 'Whatever' 에서는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되어주겠다는 자신감 넘치는 포용력을 노래한다. 이처럼 질 스캇의 사랑 노래는 희생이나 매달림이 아닌, 온전한 '나'로서 상대를 마주하는 그녀만의 방식이 드러난다.


스크린샷 2025-07-23 14.07.54.png 사진출처 I My Petition (Live in 2005 on BET SOS)


이에 이어 그녀의 당당한 목소리를 뒷받침하는 것은, 소울과 재즈, 힙합을 자유롭게 오가는 풍성하고 유기적인 사운드다. 콘트라베이스와 드럼이 만드는 안정적인 리듬 위로 곡 중간, 갑자기 화려한 브라스 세션이 이끄는 재즈 연주로 한 곡 속에서 여러 공간을 이끈다. 'Family Reunion'에서는 더 에스코츠의 곡을 샘플링하여 유쾌한 힙합 그루브를 만들어 내며, 과거 소울 음악의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My Petition'의 차분한 기타 사운드는 그녀의 굳건한 다짐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 되어준다. 이처럼 다양한 소리들이 하나의 결을 유지하는 것은, 이 모든 음악이 결국 '질 스캇'이라는 단단한 중심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통과하며 얻어낸 목소리를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다. 흑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 "나를 살아가는 일"에 대한 고백. 이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나면, 이 사람이 어떤 리듬으로 살아왔는지, 그 리듬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요히 싸워왔는지가 느껴진다.


삶은 흔들리고 관계는 예고 없이 멀어지지만, 그럼에도 나를 지키는 단 하나의 중심. 결국 그녀가 노래하는 것은 화려한 '황금빛 인생'이 아니었다.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지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게 인간적'이라는 사실. 나는 그 당연한 진실을 이 앨범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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