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온 갈색 상자

감자 껍질

by 금그물

하늘 문(15화)


사라진 불꽃은 기대로 다시 살아난다.


며칠 전, 택배 상자 하나가 배달되었다.

동수가 냉장고 문을 열고 닫힌 갈색 상자를 보고 말했다.


“멸치 받은 게 언제인데 아직도 그대로네.”

그는 우유를 꺼내서 컵에다 콸콸 따랐다.

그녀는 대답대신 멸치 내장을 손질했다.

작은 가시가 엄지손톱 안으로 들어갔다.

검지로 엄지손톱 밑에 살을 살살 아래로 밀어내니 가시 끝이 보였다.

그녀는 바늘을 가지고 와서 다시 검지로 살을 밀어서 나머지 손으로 손톱 밑을 살살 긁었다.

가시는 까만 점처럼 희미해져 바로 살 속에 쏙 파묻혔다.

동수가 세수하고 나와서 회색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물었다.

“은혜 씨, 뭐 해?”

“어떡해, 손톱에 가시가 들어간 것 같아.”

“정말? 어디 봐봐.”

동수가 와서 그녀의 손을 잡고는 자세히 살핀 후 말한다.

“잘 안 보이네.”

“무슨 가시야, 설마 멸치 가시는 아니지?”

“응, 맞아. 멸치 가시야.”

“에이, 그게 얼마나 작은 데, 은혜 씨가 좀 예민한 듯해.”

“벌써 가시가 빠지고 없을 거야, 상처가 생겨서 아픈 걸 거야”

“그런 걸까?”

그녀는 동수와 말하고는 엄지손톱을 잠깐 바라봤다.


“얼른 준비해, 오늘은 내가 차로 태워다 줄게.”

은혜는 아침을 먹고 가지고 나온 검정 비닐봉지를 버리려고 음식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손톱 밑을 쓱 집게손가락으로 살짝 훑고 생각에 잠겼다.

그때 소리가 들렸다.

빵빵

“은혜 씨, 뭐 해?”

그녀는 동수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를 향해 갔다.

오전에 팀장님께 보여드릴 견적서를 만들려고 문서를 작성하는 데 키보드와 손가락 끝이 맞닿는 순간 찌릿했다.

집게손가락으로 엔터를 친 후 겨우 보고서를 작성해서 팀장님 자리에 올려놓고는 화장실을 향해 갔다.

그녀가 물을 틀어서 손을 씻는 데 손가락이 쓰라렸다.


“아이, 아파.”

손톱을 보니 벌겋게 되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그녀는 동수에게 전화했다.

“동수 씨, 나 손이 아파, 아무래도 병원에 가야 할까 봐.”

“무슨, 멸치 가시 가지고 병원에 가?”

“돈 아깝게.. 그냥 두면 저절로 나을 거야.”

“검색하니까 감자 껍질 붙이면 낫는다고 나오네.‎”

“이따가 집에 와서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

“나, 바빠. 이만 끊을게.”

뚜뚜-

통화가 끊겼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파이팅!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윤이었다.

“나, 지금 아파.”

바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야?, 어디가 아픈 거니?”

“아까 멸치 손질하다가 가시가 박혔어.”

“은혜야, 당장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어.”

“가시가 혈관으로 들어가면 위험해질 수 있거든.”

자리로 돌아와 보니 사람들은 점심 메뉴로 떠들썩했다.

그녀는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봤다.

동료가 눈치챘는지 그녀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은혜 씨, 왜 그래?”

“가시가 박혔는데 계속 성가시게 아파.”

“어디 봐.”

“이런, 많이 부었잖아, 병원에 다녀오는 건 어때?”

“어디 병원에 가야 할까?”

“손이니까 피부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사거리에 새로 생긴 데 있어.”

그녀는 점심시간보다 좀 더 일찍 회사를 나와 병원으로 갔다.

커다란 간판에 통창으로 돼 보여 외관이 커 보였는 데, 안으로 들어가니 접수대와 소파가 가까웠다.

“권은혜 씨”

바로 그녀 이름을 부른 후 진료실로 안내되었다.

“손에 가시가 박혔다고요?”

“어디 볼까요? 가시가 안 보이네요. 없네요.”

“흠.. 제가 보기에는 이미 가시는 빠졌어요.”

“아마도 가시로 상처가 생겨서 아픈 것 같아요.”

“연고 바르면 나을 거예요.”

진통제와 연고가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녀는 약국에 다녀와서 한참 손을 바라봤다.


띠리 리리

그녀의 전화벨이 울렸다.

“가시 뽑았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모르겠어.”

“모르겠다니, 무슨 말이야?”

“의사 선생님이 가시가 안 보인다고 하네.”

“너는 어떤데?”

“아직도 욱신욱신해.”

“아프면 가시 안 뽑힌 거야.”

“혹시 모르니까 다른 병원에 가봐. 아직 점심시간 남았어.”‎

그녀는 길을 가다가 보이는 건너편 정형외과를 향해 걸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그녀 손을 한참 바라보셨다.

“허참.. 작은 점처럼 박혀있네요.”

“네? 가시가 보이나요?”

“이제, 저 어쩌죠?”

“괜찮아요. 이제라도 왔으니까요.”

“별거 아니에요. 다만 손을 크게 파야 해요.”

“손을 파야 한다고요?”

“많이 아플 거예요.”

“이거 그대로 두면 어떻게 되나요?”

“감염될 위험이 커요”

그냥 두면, 밤에 더 아플 거예요”

“저, 이거 뽑아주세요.”

“좋아요, 그러면 이렇게 하는 거로 해요.”

“제가 손가락을 꼭 붙잡고 있을 거예요.”

“절대로 아프다고 중간에 손가락을 빼면 안 돼요.”

“크게 다칠 수 있어요, 알겠죠?”

“네.”

옆에 간호사를 쳐다보시며 한번 고개를 끄덕이셨다.

“자, 그러면 시작합니다.”

“손가락 위로 차가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강한 소독약 냄새가 났고 잠시 후 핀셋으로 꾹꾹

살을 눌렀다.

‘싹둑싹둑 잘려 나가는 소리일까?’

“생각보다 가시가 깊이 박혀 있네요.”

“사각사각.” 몇 번의 가위질이 더 이어졌다.

“악” 그녀의 외마디가 순간 진료실을 가득 채웠다.

“자, 잘 참으셨어요, 다 됐어요.”

그녀가 손가락으로 시선을 다시 돌렸을 때, 엄지에는 커다란 붕대가 칭칭

감기고 있었다.

“자, 보이시죠?”

스테인리스 트레이 위에 작은 가시가 놓여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그가 먼저 와있었다.

동수는 붕대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은혜 씨, 무슨 멸치 가시 가지고 병원까지 가?”

“미안해,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었어.”

“그나마 지윤이가 병원에 가라고 말해줘서 다녀왔어.”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였다.

그녀의 말에 동수는 눈썹을 치켜뜨고 말했다.

“지윤 씨?”

“친구말만 믿어?”

그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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