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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eal Jun 11. 2024

벚꽃이 데려온 생각

푹한 겨울날이면 우리는 봄을 떠올린다.

새하얀 빛에 눈이 부셔 인상을 찌푸린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그렇게 봄은 찾아온다. 눈 깜빡할 사이에.

봄은 단순히 푸르지 않다.

봄은 싱그러운 연두색, 정확히는 풀색의 배경에 형형색색의 꽃이 담긴 한 폭의 그림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어남과 동시에 분분히 떨어지는 색이 있다.

흰색이라고 하기엔 분홍빛이 감도는, 분홍이라기엔 순백한 색. 벚꽃이다.

우리는 이 색에 설렌다. 아쉬워하고, 또 기다린다.

마음 한편에 피어난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 생각은 활짝 피어 궁금함이 되었었다.  

왜 하필 벚꽃일까.

사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만남이 짧아서이다.

피어날 때와 질 때를 알아서이다.

봄바람에도 부서지는 연약함이 가여워서이다.

계절은 그저 푸르다.

어떤 그림에도 머물러 배경이 되어주는 소나무 덕이다.

나는 이를 당연히 여겼다.

우리는 소나무에 설레지 않는다.

단단하게 빚어낸 껍질에 아쉬워하지 않는다.

나뒹구는 솔방울이 언짢아 걷어차고,

사시사철 우뚝 서있다며 기다리지 않는다.

내 궁금증은 단단히 굳어 송진이 되었다.

나는 소나무이고 싶다.

그래도, 소나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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